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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

[도서] 당신의 노후

박형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은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 싸우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덧 자네들도 맥없이 늙어 있을 테니까." p.134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사회가 됐다. 80세 이상 노인이 국민의 40%를 상회하고 있었기에 노인을 부양하는 청년 세대의 부담이 커졌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하는 노인들의 비중이 늘어 지하철 요금은 어느새 밥값을 넘어선 지경이 되어 청년들은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한다. 사회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연금 수급자의 비중은 당연히 크기에 세금 충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에는 '외곽 공무원'이라 불리는 노령연금TF팀이 있다. 연금을 과다 수급하는 노인들, 일명 '적색 리스트'에 오른 이들을 찾아가 자연사인 듯,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흐름인 듯 보이게 죽음으로 이끄는 사람들이다.

70세가 된 장길도는 얼마 전까지 외곽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해 이제 막 백수가 됐다. 그는 9살 연상의 아내 한수련과 함께 여생을 평안하게 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폐가 좋지 않아 현재는 요양원에 있는 한수련에게 노령연금 100% 수급을 축하한다고 적힌 카드와 꽃다발이 왔다.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던 장길도의 말을 한수련이 듣지 않았던 것이었다. 장길도는 자신의 아내가 외곽 공무원의 타깃이 되었음을 직감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작품 해설과 작가의 말을 제외하고 내용은 137페이지인 짧은 소설답게 빠른 전개를 보였다. 연금과 외곽 공무원이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소설 속 상황이 단번에 이해가 됐고, 그게 너무나 현실적이라 두려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장길도가 아내 한수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곽 공무원으로 일했던 만큼 그들이 얼마나 빠르고 전문적으로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아내를 부정 수급자로 만들어 연금 지급 자격을 박탈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래서 장길도는 같은 팀이었던 국희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는데, 그들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아내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장길도가 아내를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 사이사이에 여러 노인들의 죽음이 언급됐다. 몇 달이 지나 발견된 노인, 치매에 걸린 노모를 망치로 때려죽인 늙은 아들, 뺑소니를 당하고도 집에 들어와 손녀에게 아침밥을 차려준 뒤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이,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아내를 떠나보낸 뒤 목숨을 끊은 남편 등이 있었다. 소설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을 때 깜짝 놀라 책장을 앞으로 넘겨 다시 확인하게 만들었다.



"왜 안 죽어? 응? 늙었는데 왜 안 죽어! 그렇게 오래 살면 거북이지 그게 사람이야? 요즘 툭하면 100살이야. 늙으면 죽는 게 당연한데 대체 왜들 안 죽는 거야! 온갖 잡다한 병에 걸려 골골대면서도 살아 있으니 마냥 기분 좋아?
(……중락)
하는 일이라고는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주제에 당신들 대체 왜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거야!" p.126~127




짧은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을 느꼈던 건 너무나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아직까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가 될 거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노인의 비율은 늘어가는데,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은 연장되고 그로 인해 연급 수급자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년 세대의 부담은 커질 테고, 세금은 점점 바닥을 보이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터였다.
나이가 들면 병이 들고 그렇게 되면 죽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 외곽 공무원들로 하여금 노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일이 슬프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겨졌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라를 이끌어야 할 세대의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현실로 인해, 그리고 세금 문제로 인해 이러한 미래가 도래했다는 소설 속 설정이 마냥 설정으로만 느껴지지 않아서 무서웠다.

언젠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지 모를 현실적인 문제를 너무나 극적으로 꼬집고 있는 소설이었다. 나 역시 젊다고 할 수 없고, 나이가 든 축에 가까운 편이어서 그런지 여러 번 등골이 서늘했다. 그렇다고 노령 사회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안이 있지 않아 더욱 답답했다.

여러 면에서 무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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