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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도서]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함규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부모의 등쌀에 따라 야심적이고 유복한 학생들은 소수 명문대로 물밀 듯 몰려갔다. 학업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대학 간판이 최고의 능력주의적 영예를 주기 때문이었다. 아무나 들어가기 힘든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단지 뽐낼 수 있는 근거가 될 뿐이 아니며, 졸업 후 좋은 직업을 얻을 근거도 되었다. 이는 고용주들이 명문대 졸업생을 비명문대 졸업생들보다 더 많이 배운 인재로 판단해서라기보다는, 대학들의 인재 선별 역할을 믿고 그들이 부여하는 능력주의적 영예를 높이 치기 때문이다. (본문 p.277)

 

   뭐지, 이 익숙함은?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글, 함규진 옮김, 미래엔 펴냄)’을 읽으며 연신 내뱉은 말이다. 이렇게 한국의 실정을 잘 아는데, 마이클 샌델은 실상 한국인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그만큼 비슷하다. 세상은 과거 그 어느 시대보다 공정하고 공평해. 그러니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어. 네가 지금 힘들고 가진 게 없다면 노력이, 네 능력이 부족해서야. 갑자기 노오~~~려억~~~???”을 부르짖는 어떤 개그맨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글쓴이는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능력주의와 기술관료 정치의 실패를 똑바로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동선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능력주의가 이 땅에 자리 잡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결국엔 우리와 사회를 이대로 삼켜버릴 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와 엮어서 능력주의의 연장선에 선 기술관료들이 주도하는 정치(그게 나라를 위한 것이든, 특정 권력을 위한 것이든 간에)가 과연 올바른 정치인지를 비판하고 있다.

 

   나 역시 능력주의의 흐름 속에 나고 자란터라 역사 시대 중 그나마 가장 평등한 사회라 받아들여지는 시대에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이동과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아니, ‘속아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중세시대의 신분제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이 시대에는 다른 종류의 계급이 분명히 존재한다. 능력주의로 부상한 엘리트들과 자본주의와 디지털 기술로 막대한 부를 쌓은 자본가들 그리고 나머지... 설령 처음부터 사람들이 구분과 편가르기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나서서 친절하게 정리하여 나눠준다. 인간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남과 다른 점을 찾아 나누고 차별하는 데 특화된 종족인지도 모르겠다.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 사는 우리에게 이제 상황을 직시하게 되었으니 노력만을 부르짖는 것이 인간의 자유와 일의 존엄성을 어떻게 해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본인의 타고난 환경과 재능은 우연한 이벤트인데 이마저도 능력주의의 동일선상에 두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공동선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만나야 하며 합쳐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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