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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괴되지 않아

[도서] 나는 파괴되지 않아

박하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연이는 고2 여학생이다. 아빠는 손대는 일마다 투자 실패를 부르는 마이너스의 손으로 얼마 전에는 그 때문에 살던 집마저 잃었다. 엄마는 청결에 강박증이 있어 시종일관 청소하라고 닦달하며 스트레스를 준다. 게다가 부모가 말다툼할 때엔 아빠가 엄마를 구타하곤 해 연이의 집안은 조용할 새가 없다. 그럼 연이의 학교생활은 어떠한가? 친한 친구를 사귀기는커녕 자기 의사조차 제대로 표현 못 하고,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대화를 나눌만한 친구를 찾았다 싶어 다가갔을 땐 너무 늦었고, 버티기 힘들어 고민을 토로했더니 담임 선생님은 연이를 급우들을 가해자로 모는, 별난 아이로 취급한다. 도대체 연이는 어디서 숨을 쉴 수 있을까?

 

   ‘나는 파괴되지 않아(박하령 글, 책폴 펴냄)’는 ‘어떤 일’을 겪게 된 연이의 독백 형식으로 쓰여 있다. 자기가 겪은 일들을 시간순으로, 본인의 생각과 본인의 시선에서 담담히 얘기한다. 독자인 나는 중간중간 연이가 되었다가, 연이의 조력자가 되었다가 하면서 ‘언제, 어디서 멈출 수 있었을 거야.’를 수십 번 고민하고 되뇌어 보았다. 그래, 내가 너라도 혼란스러웠을 거야. 시간을 되짚어서 어느 지점에서 멈출 수는 없었을까? 그 지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네 곁에 멀쩡한 사람이 단 하나만, 너를 봐주고 너를 진심으로 위해줄 사람이 단 하나만 있었다면 너는 괜찮았을까?

 

꽃병 입구가 너무 좁으니까 산소가 부족해져서 금붕어가 탈출했대. 살기 위해 탈출했지만 금붕어는 물 밖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거지. 아니면 탈출할 뜻을 보이면 누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리라고 믿었던 걸까? 그리고 여기서 ‘누군가’는 혹시 내가 아니었을까? (본문 p.31)

 

누가 위험 지역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바리게이드를 쳐 줄 수 없나? 우리를 지켜줄 파수꾼이 어디에 있기는 할까? 우리가 단단해질 때까지, 딱 그때까지만이라도 우리는 지켜 줄 누가 있으면......안 될까? 이렇게 그 누구를 애타게 갈망하자니 어이없게도 국적 불명의 슈퍼우먼만 떠오르더라. (본문 p.208)

 

넌 망가지지 않았어. 순결을 잃었다고? 그런 표현은 맞지 않아. 넌 물건이나 기계가 아니잖아? 누가 손댔다고 훼손되거나 망가졌다거나 헌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거야. 네 몸의 주인은 너지 상대방이 아니잖아? 넌 불쌍한 사람이 아니야 (본문 p.222)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소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 답답한데다 제목이 ‘나는 파괴되지 않아’라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어서다. 주변을 둘러싼 힘든 상황 속에 인생의 지렛대 역할을 해 줄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고 여겼는데, 사실 그 사람은 나쁜 어른일 뿐이라는 사실을 혼자 마주해야 하는 소녀가 너무 짠해서 책을 읽기도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독백을 마친 소녀가 자신을 위해 이 모든 일을 바로잡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을 보며 소녀의 상처에도 곧 굳은 딱지가 생길 것이란 확신이 들어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 순수한 호의와 그루밍 범죄를 위한 사전 작업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아직 부족한 청소년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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