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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밀편지

[도서] 위험한 비밀편지

앤드루 클레먼츠 글/이원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이가 재미있다고 추천해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두 개의 다른 지역이 나오고 등장인물의 상황도 별개였다. 두 공간과 두 인물을 연결하는 고리를 처음 발견했을 때에야 비로소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산골에 사는 6학년 사디드에게 달갑지 않은 숙제가 주어진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초등학생이 보내온 편지에 답장을 하되, 보수적인 이 마을의 전통상 여자아이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는 없으니 여동생 아미라가 영어로 편지 쓰는 것을 도우라는 마을 어른들의 부탁이었다. 자기 이름으로 보내는 편지도 아니고 자신을 숨기면서 우리 마을의 위신까지 세우는 편지를 써야 하는 일이 사디드로서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쓸 거면 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에 여동생을 가장해 내용도 풍성하고, 가족사진을 대신할 그림도 그리고, 자작시까지 써서 멋진 편지를 완성한다.

정작 편지를 먼저 보내온 미국의 애비는 유급을 면하기 위한 특별 과제에 불과했던 펜팔 쓰기를 수행하기 위해 성의 없이 아프가니스탄에 편지를 보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지역을 고른 이유도 높은 산이 있다는 것 하나였다. 애비의 시선이 닿는 곳 어디나 낮은 평야였다.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고향이 지루한 애비는 암벽 등반이 취미다. 높은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겠다는 욕심으로 펜팔 상대를 아프가니스탄의 학생으로 고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편지와 달리 친절한 자기소개에 자작시에 가족 그림까지 보내는 편지를 읽고 애비는 그때부터 숙제를 떠나 진심으로 편지를 쓴다.

그런데, 두 번째 편지를 읽은 다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사디드는 자신이 쓴 편지에 하나하나 대답을 하는 애비의 편지를 읽고 편지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진다. 그것은 허락되지 않은 행동이지만 자신의 욕망 또한 감추기 힘들다. 사디드는 동생의 이름으로 된 편지 외에 자신이 아미라의 남동생이자 편지를 쓰는 실제 주인임을 밝히는 또 다른 편지를 써서 몰래 보낸다. 편지를 받은 애비의 태도는?

애비는 영리하게도 사디드의 처지를 이해한다. 그리고 사디드가 바라는 대로 아미라에게 보내는 척하며 사디드의 편지 내용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편지를 완성한다. 그렇게 둘만 아는 사인으로 가득한 편지가 오간다. 하지만 은밀한 편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사디드가 반미주의자에게 위협을 당한 사건이 일어난 뒤 마을의 안전을 위해 미국과의 서신 교환은 중단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지역에 사는 성이 다른 두 아이. 둘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했다. 미국인 애비는 산에 대한 동경만 있었지 그 산이 사디드가 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눈과 얼음, 바람으로 가득 차 살기 위해 피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몰랐다. 자기 마을의 지루해 보이는 들판이 사디드에게는 온 마을 주민과 동물이 너끈히 겨울을 날 수 있는 신의 미소와 같다는 것을 몰랐다. 평화로운 삶 대신 총탄과 폭탄 소리가 삶을 위협하는 사디드의 일상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는 지루한 들판이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심경으로 바라는 대상이라는 것을 이 책은 두 아이의 편지를 가지고 전한다.

그렇다고 일방적 동경과 비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애비가 자신의 몰이해를 인정하고 세상의 다양성을 더 넓고 깊어진 눈으로 수용하는 계기를 가졌다면, 사디드는 자기 세계의 한계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시선으로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는 한 마리 새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떳떳이 밝히고 편지를 쓴 것부터가 사디드에게는 한계에 대한 용감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우리는 다름을 알지 못하며, 그것이 정반대에 있을 때는 더더군다나 어떻게 대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그런데 두 아이는 성숙한 자세로 자신의 처지를 차분히 설명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왜곡하지 않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이 모자란 부분을 깨닫고 힘껏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정한다. 다름이 올바르게 교차할 때 상생하는 힘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 책에 모처럼 감사한 마음이 흘러나왔다. 이것을 재미있게 읽고 나에게 추천한 나의 아이도 대견하다. 많은 사람이 읽고 다름의 공존과 성숙한 이해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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