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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전

[도서] 장화홍련전

김별아 저/권문희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중학생과 함께 읽는 도서를 선정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여름 방학동안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을 읽기 전에 내용이 '스릴러'라는 말로 밑밥을 던져놓고 그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로 환심을 샀다. 즐거운 여름방학을 두꺼운 책읽기로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고전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도 작자미상, 시대미상이다. '조선국 세종대왕 시절'이라는 말이 첫 장에 나와 있지만 학자들은 다양한 주장으로 이 책을 조선후기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책 뒤에 전문가의 해설이 잘 나와있는데 아이들은 굳이 읽지 않는다. 그 해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내 몫이다.

 

조선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먼저 그 시대를 견고하게 지탱하던 제도에 대해 몇 가지 알려 준다. 남아선호사상과 계모의 처우 문제, 여자에게 불리한 혼인제도, 정절을 바라보는 남녀 차이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책 속에서 그 장면을 찾아보게 한다. 중학생들에게 낙태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잘 알고 있었다. 고전 소설이 갖는 기능 중에 비중이 큰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등장인물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보태는 활동을 해본다. 장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에 비해 아이들은 의외로 장쇠를 중요 인물로 생각하며 장쇠가 한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 선입관 없이 책을 대하는 아이들 덕분에 내 시선도 덩달아 넓어진다.

 

장화와 홍련의 수동적인 모습에 연민을 느끼기보다 장쇠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이기 때문일까. 혹은 부모의 지시에 아직은 그대로 따라야하는 자신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일까. 장쇠의 행위가 잘못되긴 하지만 부모의 명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처를 해야한다고 옹호해 준다.

 

허씨가 장화에게 낙태 누명을 씌워 죽게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 대가를 죽음으로 갚게 하는 것은 지금의 아이들에겐 가혹한 일로 느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허씨의 외모를 비정상적으로 못생기게 꾸민 내용도 아이들에겐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미 외모와 내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은 배좌수다. 하는 일 없이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는 배좌수의 삶이  현대 가장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장화와 홍련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허씨의 죄가 밝혀지자 세 아들을 낳아 준 것은 아랑곳없이 모든 죄를 허씨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매정하게 보인다고 했다. 또 작은 일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허씨의 말에 허둥대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어른스럽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배좌수가 현명했다면 허씨와 장화 홍련과의 불화를 잘 수습해서 집안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텐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많은 복을 누리는 배좌수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는 말도 나누었다.

 

물에 빠져 죽은 처녀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 한을 풀고 간다는 내용이 스릴러가 아니고 뭐냐는 내 이야기에 아이들은 피식 웃는다. 내용이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중학생들이 가부장제 때문에 많은 희생을 겪어야 했던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삶을 아주 조금은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호주제가 폐지 되 해(2005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고전소설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만 여성차별에 목소리가 높아져서 도리어 그들의 흥을 깬 것은 아닌지 나 혼자 걱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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