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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앞에서 돌아갈까, 열어볼까 망설이는 때가 가끔 있었다. 가진 것도 별로 없으면서 겁이 많은 나는 문 앞에 서서 두드려볼까 말까 팔을 올렸다가는 그냥 돌아서 지나치곤 하는 것이다. 문 앞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기는 한다. 누군가 문을 열고 나오는데 그 사람은 한창 인기를 끌던 드라마 주인공이거나 유명 소설 속의 멋진 인물이다. 가령 <파리의 연인>의 남주인 박신양이 문득 문을 열고 나와서 '애기야, 가자'라고 상상해보는 것.

 

 

 

이런 상상은 로또 1등에 당첨 돼서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과 비슷하다. 상상이 망상으로 빠지기 전에 얼른 현실로 돌아와 아주 작은 자리라도 지킬 수 있었음에 안도하곤 했다. 매번 문 앞에서 돌아서는 일은 평화롭지만 변화가 없는 삶이기도 하다. 연어가 모천으로 돌아오지 않고 살던 곳에 계속 머물러 버린다면 연어는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결과가 비슷하더라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일이 아무 소용 없지는 않더라고 말한 '은빛연어'가 떠오른다. 손을 뻗어 터치하고 돌아오는 수영선수처럼 문에 손이라도 대보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래 망설인 일에 마침표 하나를 찍었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기보단 일에 매듭을 묶은 것으로 의미를 두려 한다. 먼저 묶어야 다시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나를 다독이면서. 문 앞에 서면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마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아무 일 없이 편안한 것에 감사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저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다. 어떤 모습이 나를 맞이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에 닿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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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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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지나고 보니 무탈한 일상이 그저 고마운 날이었음을 알아차립니다. 감사할 일이 자꾸만 늘어나는 나이가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붙들어둡니다.

    2019.08.27 20: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순간 순간이 감사하다가도 어느 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답니다...^^

      2019.08.29 11:15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파란자전거 님네 황토방인가 봅니다.
    남이 만든 문 앞에서 망설이지 말고, 내가 문을 만들면 되지요. 그 문이 엉성(?)하면 어떻고, 세련되지 않으면 어떤가요. 이미 만드셨나 봅니다.
    시집? 에세이? 한 권 작업 들어가신건가요.

    2019.08.27 22:1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오랜 만이에요 아자님^^ 저 사진 속에 있는 것은 옆 동네 아주 오래 된 집의 부엌문이랍니다. 방은 다 무너졌는데 부엌 만은 저렇게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저 안에 여러 가지 부엌살림들이있답니다. 사용하지는 않고요. 시집 원고를 일단 끝냈고, 나머지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2019.08.29 11:17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매듭을 지어야 다시 풀수 있다는 말씀 좋네요, 그 매듭 좋은 도전이었기를 바랍니다

    2019.08.27 23: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그냥 흐르는 시간을 붙잡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08.29 11:1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