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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갔었다. 오가는데 일곱 시간이 걸렸고, 머문 시간은 세 시간이다. 도착하자마자 예약해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벌교니까, 혹은 벌교라서 꼬막요리를 먹었다. 언제부터 벌교가 꼬막으로 유명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관광지 음식에 별 기대를 안했는데 차려진 찬들은 정갈하면서도 다 맛있었다.

 

 

 

후다닥 점심을 먹고 목적지인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갔다. 작은 읍에 있는 문학관인데도 주말이어서인지 방문객이 북적거렸다. 한 시간 남짓 해설사분과 함께 문학관과 그 부근을 둘러보았다. 지금 기억에 남은 것은 문학관 옆에 있던 현부자 집이다. 일본식이 가미된 기와집은 관리가 잘 되어서 마루가 반짝거렸는데 거기 앉아 잠깐 머물렀던 시간이 좋았다. 벌교에 왔으니 꼬막을 사는게 좋겠다는 지인들과 함께 벌교역 근처에 있는 시장에 들어갔다. 친절한 주인의 소개로 그제 채취해서 작업했다는 손질 된 꼬막살 1kg을 사고 벌교'중앙교회' 에서 나눠주는 요구르트와 붕어빵을 먹고 나니 떠날 시간이었다.

 

 

 

어제 피곤해서 방치해둔 꼬막을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다. 꼬막은 전으로 부쳐 먹어도 맛있고,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어도 맛있다. 튀김 요리도 있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더 살펴보니 부추 넣고 끊이는 국이 보였다. 이거다 싶어서 냉장고에 있는 버섯과 배추, 고추, 대파 등 넣을 만한 채소를 준비하고 육수를 만들었다. 거기에 된장을 풀고 준비한 채소를 넣은 뒤 마지막에 꼬막을 서너 주먹 넣고 마늘도 넣고, 넣을 만한 것은 다 넣었는데 맛이 없,었.다.  마침 오일장에 간 남편이 족발을 사와서 요리 하다말고 살짝 데친 꼬막을 들고 함께 상 앞에 앉았다. 간장에 고추냉이 풀어서 족발 대신 꼬막을 찍어먹으니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꼬막은 그냥 그대로 먹는 게 좋았던 거다.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온전히 살려서 먹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양념을 최소화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다.

 

 

 

사실 꼬막요리는 벌교까지 가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 아까 식당에서 먹은 요리가 훌륭하다고 말했지만 내가 사는 곳에도 꼬막요리 전문점이 몇 군데 있어서 먹고 싶으면 언제든 비슷한 꼬막요리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벌교에서 꼬막을 먹을 때, 어쩐지 그곳의 애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작은 마을 벌교의 꼬막이 온 나라 안에 퍼지기까지의 과정을 어디에서 다 들을 수 있겠는가. 대신 통통한 꼬막 하나를 꼭꼭 씹고 있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또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벌교의 이야기가 마음에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또한 꼬막처럼 벌교를 살리고 있었다. 빨갱이라는 말을 입에만 올려도 좌익 혹은 좌파로 몰려 억압을 받던 서슬 퍼런 시대에 좌, 우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책 덕분에 벌교 골목이 쓸쓸하게 보이지 않았다. 빨갱이라고 질색했던 이들이 우리와 똑같이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 준것이 이 책이었다. 노예제도가 있던 때, 흑인들은 영혼도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던 백인들에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알려준 톰아저씨의 오두막집』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사 온 꼬막으로 요리를 즐기고 그 결과물을 예쁘게 올리고 싶었는데 요리라고 할 만한 사진이 없다. 대신 어제 식당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리며 이제 벌써 지난 일이 된 벌교 여행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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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좋은, 즐거운 여행이 된 듯 싶습니다. 7시간 차를 타고 3시간 머물렀다니 조금은 그렇습니다만 목적이 있었기에 넉넉할 수가 있었을 듯합니다. 음식 사진을 보니 정갈하네요.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2019.11.18 0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벌교 골목을 다니면서 영화 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변화가 없더라고요. 오가는 시간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게 좋아서 하루 잘 보냈다 생각했습니다. 반찬이 다 맛있어서 즐거웠답니다...^^

      2019.11.18 08:32
  • 스타블로거 goodchung

    저도 몇달전에 태백산맥문학관 다녀왔는데 사진 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사람 키보다 큰 원고지 쌓아둔 모습이 떠오르네요.

    2019.11.18 07: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저도 봤어요. 한 장만 원본이고 나머지는 복사본이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필사한 원고를 쌓아놓은 것도 특이했고, 관람객들이 돌아가면서 필사하게끔 만들어놓아서 두 줄 필사하고 온 것도 기억에 남네요. 좋았습니다^^

      2019.11.18 08:35
  • 초보

    벌교 꼬막은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한편의 대하소설이 지역을 살리고 있는 경우가 바로 태백산맥과 벌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여행, 즐거웠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2019.11.18 11: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다들 그러더라고요. 꼬막이 살린 벌교, 태백산맥이 유지하고 있다고...작은 소읍에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많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벌교사람들에게 복이 찾아온 듯 보였어요. 역 앞에서 붕어빵과 요구르트를 무료로 나눠주는 인정도 좋아보여서 다음에 또 가고 싶습니다.^^

      2019.11.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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