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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안부를 묻는다. 일 없이 바쁘다고 하니 안 믿는 눈치여서 위의 사진을 보냈더니 단박에 호들갑을 떤다. 고등어를 숯불에 구워먹으면 얼마나 맛있겠냐며 달려올 기세다. 내 의도는 삼시세끼를 차리기 위해 드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서 심심할 겨를이 없다는 거였다. 이틀에 한 번 토담방에 군불을 땐다. 세 시간 정도 불을 때면 가마솥의 물이 끓고 숯불이 환하다. 이때 고구마를 구워먹거나 생선을 굽는다. 고등어는 오일장이 열릴 때 사서 얼려두었다가 숯불이 생기면 구워먹는데 딴 반찬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맛있다.

 

 

집안에 농사용전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건조기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여름엔 고추를 주로 말리지만 그 외엔 개들 간식거리와 과일을 말린다. 얼마 전까진 대봉감을 8등분해서 말렸다. 감말랭이는 다들 좋아해서 금방 없어지는 간식이다. 지난주에 유기농 귤 한 박스를 샀다. 겉껍질이 우둘투둘하고 색이 곱지 않았지만 귤 맛은 달았다. 베란다에 두면 한 달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는데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것 같아 가로로 썰어 건조기에 말렸다. 귤피 말린 것으로 차를 마셔도 좋다고 해서 껍질째 말렸더니 일일이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장독대에 채반을 놓고 며칠째 무를 말리고 있다. 다 마르면 무말랭이 김치를 할 것이다. 재료가 있으니 자꾸 일이 생긴다. 외식은커녕 마트에 장보러가는 것도 드물다. 집안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텃밭으로 몇 바퀴 돌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버린다.

 

 

더 춥기 전에 볕이 좋은 시간을 골라 차와 간식거리를 들고 마당에 나간다. 매트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할일이 생각난다가마솥에 남아있는 물도 버려야하고수돗가에 떨어진 솔가리도 쓸어야한다얼마 되지는 않지만 진즉에 수확해놓은 서리태도 타작해야하고 닭장 바닥도 청소해주어야 한다. 이런 형편이니 따로 시간을 내어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외출하더라도 볼일만 보고 얼른 들어온다. 그러니 지인들이 도대체 시골에서 뭐하고 있느냐고 안부를 묻는 것이다하루, 한 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예쁜 카페에서 맛있는 차를 마시며 안부를 전하고 싶지만 나만 쳐다보고 있는 개들과 산책 나가는 일이 더 급하니 오늘도 일없이 바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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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아닌게 아니라,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없고, 만들자면 한없이 많지요. 그중에 청소는 안하면 표시나고, 하면 표시안나죠 ㅋㅋ.
    석쇠고등어 정겹네요. 고등어보다는 조기나 조기새끼, 황새기가 맛나죠.
    서리태하고 쥐눈이콩들을 이젠 많이들 찾더군요.

    2019.11.26 22: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청소는 정말 속상해요. 매일 하면 집이 깨끗하긴 한데 개인시간이 너무 없어서 일주일에 한번 하고 있습니다. 일이 끝나지 않으니 될수 있으면 계획을 짜서 하루를 보내는 편인데 마당으로 자꾸 눈이 가서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답니다. 서리태 다 타작하면 한 말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네요. 그걸로 일 년동안 밥 할 때마다 한줌씩 넣어먹을 겁니다. 다음 번엔 조기도 한 번 구워먹어볼게요. 고등어는 냄새 때문에 실내에선 잘 구워먹지 않고 저렇게 먹는 답니다. ^^

      2019.11.27 09:27
  • 파워블로그 eunbi

    나름의 고단함도 있겠지만... 이 일상만 놓고 보면... 너무나 부럽습니다...^^

    2019.11.26 23:0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밖에서 아무런 경제 활동 하지않고 귀촌 생활만 하면 편안합니다. 하지만 아직 둘다 바깥 일이 있다보니 (퇴직한 남편도 5개월을 못 쉬고 다시 나갔어요.) 주택관리나 농사일, 반려견 돌보기 등등이 힘들기도 합니다. 그나마 제가 개인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귀촌에 만족한답니다^^

      2019.11.27 09:33
  • 초보

    ㅎ~ 전 고등어는 아궁이의 잔불에 구워먹습니다. 가스불로 요리하는 것과는 맛 자체가 달라서 자주 해 먹네요. 청소는 날마다 해도해도 쌓이는지라...ㅎ

    2019.11.28 18: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초보 님 생활과 저희랑 비슷한 점이 많은 듯 해요. 고등어구이는 불맛이죠^^ 저는 실내, 남편은 실외 이렇게 청소하고 있는데 끝이 없습니다...^^

      2019.12.02 00:0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