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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를 읽다

[도서] 윤동주를 읽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독립운동가 윤동주라고 하면 조금 어색할까? 시인 윤동주는 272개월을 살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시인이란 말을 듣지 못했던 윤동주는 지인들의 노력으로 유고시집을 낸 뒤 북간도 그의 묘 앞에 시인윤동주의묘라는 비석을 갖게 되었다. 대한민국정부는 1990815일 그에게 대한민국건국공로훈장을 주었다.

 

19481, 윤동주의 시들을 모아 펴낸 유고시집이 나왔다. 서문은 당시 신문사 주간으로 재직 중이던 정지용 시인이 썼고, 발문은 연희전문 동기생인 강처중이 썼다. 10년 뒤에는 첫 시집의 작품은 물론, 유족이 갖고 있던 습작시와 미발표시들, 동시들, 그리고 산문까지 모아 개정판이 나왔다. 윤동주의 시들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윤동주의 시 중에 21편을 가려 뽑아 싣고 있다. 앞쪽에 윤동주의 생애와 그가 다녔던 학교, 그와 관련된 사람들 이야기가 있고 그 뒤에 시가 있다. 그리고 시의 키워드를 뽑아 설명하고 각 시마다 감상글이 따로 있어 시를 이해하는데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윤동주의 시로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다 

 

학생들과 한 활동은 아래와 같다.

윤동주의 생애를 마인드맵으로 표현해보기, 함께 읽은 시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 필사해보고 필사한 느낌 나누기, 정지용의 시와 윤동주의 시를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고 비슷한 내용의 시를 쓰게 된 이유 생각해보기,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고 모방시 써보기, 같은 시를 읽고 다른 질문 만들어보기, 딱 한 편을 골라 외우기, 마음을 흔든 시를 소개하고 왜 마음이 흔들렸는지를 중심으로 감상문 쓰기 등.

 

집약적으로 윤동주의 시를 읽기 때문에 그의 시를 알고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다.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인 윤동주의 짧은 생애와 그의 정결한 시어들을 소개하기 적절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시 <투르게네프의 언덕>을 소개한다. 이 시는 러시아 작가인 이반 투르게네프가 쓴 <거지>라는 시를 읽은 뒤 썼다고 하는데 투르게네프의 시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면 윤동주의 시는 읽는 사람을 부끄럽게 했다.

 

거지/투르게네프

 

거리를 걷다가……초라한 늙은 거지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 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아아, 가난이란 불쌍한 사람을 이처럼 처참하게 갉아먹는구나!

그가 벌겋게 부어오른 더러운 손을 내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앓는 소리로 적선을 청한다.

나는 부랴부랴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는 모조리 뒤져 보았다…….

지갑도 없고, 시계도 없고, 손수건마저 없다…….

가지고 나온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거지는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내민 손이 힘없이 떨린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한 나는 떨리는 그의 더러운 손을 꼭 잡았다…….

형제님, 미안하오,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못했소.”

거지는 충혈된 눈으로 나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입술에 엷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는 그가 차디찬 내 손가락을 꼭 잡아 주며 속삭였다.

형제님, 저는 괜찮아요.

이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형제님, 그 역시 적선이지요.“

그때 나는 이 형제한테 내가 적선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878년)

 

 

투르게네프의 언덕/ 윤동주

 

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즈매 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덜너덜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하리라 하고 얘들아불러보았다.

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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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Aslan

    멋진 책이네요

    2021.05.17 16: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윤동주의 시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었어요. 감사합니다^^

      2021.05.21 10:4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거지/의 감동은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네요.
    투르게네프의 언덕/은 대다수의 사람 마음을 적나라이 나타냈군요. 마찬가지로 번드르르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소년 거지들의 사회성이 아프군요.

    2021.05.17 23:2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여전하신 글력이라서 반갑고 고마워요.
    두 글을 처음 접하며 유익한 리뷰구나...

    2021.05.17 23: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복잡할 땐 시를 읽으며 지내는 것도 좋더라고요. 날이 흐려서 거실에 난로를 피웠어요.
      기후위기라더니 긴장감이 자꾸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턱턱, 걸리는 느낌이라서요. 그래도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21.05.21 10:5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