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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 했다.  등불을 가까이 할수 있으므로 책 읽고 공부하기 좋다는 뜻이다.

요즘이야 계절의 핑계를 대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사시사철 독서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할수 있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가을이 책 읽기 좋은 시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을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책장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손에 잡힌 책들이다. "무진기행"과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둘다 단편소설집으로 삶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는 작가들-우리나라와 해외작가로 나누어지긴 하지만-의 시선이 책 속에 오롯이 느껴져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 책이어서 가을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붉은 현기증"은 아래 소개하는 시 한편으로 가을 같은 시집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이다.

 

외딴집

 

굽이를 돌면

다섯 살 꼬마같이 마당 칭얼대는 외딴집 하나

하늘 한 조각 머금지 않은 붉은 기와가

가을빛에 잘도 익어 간다

외딴, 이라는ㄴ 말이 따돌린

그 언덕은 참 또박하여 절대 흐린 날이 없다

절대 어둔 날도 없다

오도카니 그 모습 다 드러내거나

제 속 환히 들키는 불빛 품은 말

외딴보다 하나 굽이 더 돌아가는 나는

홀로 캄캄하고 홀로 다 보이지 않는다 

 

붉은 기와, 가을빛, 도 그렇지만 외딴집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한적하고 쓸쓸하여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외딴집보다 한굽이 더 들어가야 보이는 나의 내면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가을이면 문득 생각나서 찾아 읽는 시고, 시집이다.

 

"아픈 천국"은 내게 그대로 가을스러운 시집이다. 시집전체에서 풍겨나오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늦가을의 고적함과 겹쳐진다고 생각한다. 시인을 '아픈 천국의 원주민'이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시인이 들여다보고 있는 세계는 아픔 쪽이다. 그래서 불편하고 우울해진다. 하지만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할수 있고, 불의를 불의라고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이 있기에 이 세계를 '천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가을날,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용히 한 장 한 장 넘겨 읽기 어울리는 시집이다.

 

가을은 아무래도 일조량이 여름보다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여서 그런지 괜히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 어디든지 떠나고 싶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안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럴 때면 인생의 선배들이 남긴 조언들을 읽어보는 것도 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편이 된다. 이럴 때 한 번 더 뒤적거리게 되는 책이 고 안병욱 교수가 남긴 "인생사전"이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를 뽑아들었다. 가을이 아니라면 이만큼사색에 빠져 삶의 진심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날이 깊어가는 가을 한가운데 앉아서 차분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오헨리 단편선"은 무심코 뽑아든 책이다. 가을이면 벽에 붙어있던 나뭇잎 하나를 보며 삶의 의지를 되찾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단풍들어가는 담쟁이를 보는 순간이면 더 그렇다. 미국 단편소설 거장 오 헨리가 쓴 '마지막 잎새'를 가을스러움에서 외면할수는 없을 것이다.

 

리뷰어클럽이 북적거릴 땐 꼬박꼬박 정신에 영양분을 공급받는 기분으로 다양한 인문도서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문이 닫혀있는 지금, 그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아직 읽어보지 않고 꽂아두었던 "철학을 켜다"를 꺼내들었다.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를 들여다보자는 내용일 거라고 짐작한다. 가을밤, 리뷰어클럽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오랜만에 인문도서를 읽으려 한다.

 

가을 독서가 따로 있을리 없는데도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빼든 책들은 아무래도 사색과 어울리는 책들이다.   들떴던 여름의 열기가  하루가 다르게 식어가는 요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볼수 있는 이런 책들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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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별

    전 가을에도 추리 소설을 읽...^^

    2014.09.12 22: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ㅎㅎ 아마 그럴 거라 짐작했어요. 겨울에도 역시~~!!!^^

      2014.09.14 14:31
  • 우루사

    역시 좋은 책들이 많네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 더더욱 책이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2014.09.14 12:3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가을은 여름보단 좀더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네요. 저는 책보다 영화를 보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요즘 좀 아쉬워요. 공연은 말할 것도 없고요^^

      2014.09.14 14:32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제목이 특이했는데 지명이 아니란걸 리뷰로 알게 되었죠.
    가을빛에 익어서 기와가 붉군요 ㅎㅎㅎ. 시인의 감성을 이해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야요.

    2014.09.14 18:4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중이에요. 당분간 시집 리뷰 계속 올리려고요. 참여할 때마다 천포인트 줬으면~~^^

      2014.09.17 08:5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