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람이 하고 있는 일 중에서 더 많은 일들이 기계나 로봇의 몫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단순업무나 반복적인 노동이 그렇게 될 거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계나 로봇이 할 수없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은 시급한 문제이고, 이미 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상상력입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생각은 상상력으로 확장되며, 상상력은 곧바로 창의력과 동의의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줍니다. 여기에서는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 중에 빠트릴 수 없는 '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형상화라는 것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가령 하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는 각자가 느낀 하늘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물론 시각적인 이미지만 그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미소리를 들을 때면 우리는 매미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 본 사람은 그림 속의 매미를, 실제로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를 봤다면 아마도 그 매미를 떠올리겠지요. 이렇게 형상화는 오감이 느끼는 것을 각자가 가진 배경에 따라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입력을 했다면 이제는 출력을 해야합니다. 이미지는 곧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리고 결과물은 학생들의 방학숙제가 되기도 하고, 도시의 멋진 조형물이 되기도 하고, 문학작품이나 영상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소매치기 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흔하지 않는 일이었기에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순간의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오늘 시내 나가서 소매치기 하는 장면을 봤어'라고 하면 지나가는 수다에 지나지 않을 것 같고, 그렇게 흘려버리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낮의 장면을 나름대로 각색을 해봅니다.  먼저 소매치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남의 돈을 훔치는 것은 당연히 나쁜 일입니다. 그는 당연한 내용보다는 소매치기는 왜 그런 일을 해야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그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그리고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 사정을 헤쳐나갈 수 없는 사회구조라면 그것은 개인의 일이라기 보다는 사회적인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오늘 본 소매치기 장면을 가지고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사회적 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소매치기는 좀더 현실성 있는 인물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낮에 본 인물은 지워버리고, 야윈 노인 한 사람을 등장시킵니다. 장소도 바꿉니다. 복잡한 길거리보다는 노인들은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너무 복잡하지 않는 한낮의 지하철로 살짝 이동을 합니다.

 

그다음에는 이 소매치기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지 대상을 정합니다. 사회구조의 잘못을 내비치는 내용이니 아무래도 남의 일에는 무관심한 보통의 시민을 대상으로 잡습니다. 자, 이렇게 주제와 대상을 정하고 보니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그 장면을 잘 살려서 전달하는가가 남았습니다.

 

위의 어떤 사람은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시는 간결하면서도 번뜩이는 힘이 있어야합니다. 그는 소매치기하는 사람을 나비에 비유하기로 합니다. 나비 역시 꽃에게서 꿀을 훔치는 일을 하니까요. 나비가 꿀을 훔치는 행위는 본능입니다. 소매치기가 남의 지갑을 훔치는 행위를 시인은 기본적인 생활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행위로 봅니다. 나비가 꽃에서 꿀을 훔치는 행위를 비난하지 않듯이, 가난한 사람이 남의 지갑을 훔쳐내는 일은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을 부각시킵니다. 만약 소매치기가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쁜 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면 그렇게 밝은 대낮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근거를 댑니다. 그러니 그는 지갑을 훔치는 소매치기를 비난하기보다는 그 소매치기가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시로 표현해냅니다.

 

위에 언급한 시는  송찬호 시인의 '나비'입니다. 시인은 어떤 의도로 이 시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형상화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제 나름대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은 움직입니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보면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구름처럼 여러 가지 모양을 보여줍니다.  

 

다른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아보세요. 5초정도 시간을 주겠습니다. 자, 됐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방금 손을 잡은 느낌을 형상화 해 봅시다.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지나요? 이것이 형상화입니다. 어떤 사람은 핫팩이 떠오를 테고, 어떤 사람은 시원한 물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배경에 따라서 형상화는 다릅니다. 당연히 결과물도 다르겠지요. 위의 시인은 자신이 본 하나의 장면을 가지고 시로 표현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음악가가 있었다면 멋진 노래를 만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맨처음 형상화를 이야기할 때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게 될 때 먼저 이렇게 형상화를 해본 후에 써보면 어떨까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미지화 합니다. 그 이미지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도 떠올려봅니다. 그다음엔 그 대상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그림을 변형시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가장 잘 전해줄 수 있도록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아마 1분을 생각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과 비슷한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5분, 10분씩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생각한다면 분명 차별되는 나만의 이미지가 그려질 것입니다. 시인이 소매치기와 나비를 동일시 한 것처럼 말입니다.

 

형상화는 말처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나만의 방법으로 다시 표현해보는 것. 이것이 형상화를 창의력으로 연결하는 방법입니다.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공저/박종성 역
에코의서재 | 2007년 05월

 

주니어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원작/김재헌 글/서영경 그림
에코의서재 | 2011년 04월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송찬호 저
문학과지성사 | 2009년 05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형상화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소설을 읽고, 소설 전체의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거든요.
    그려보는 작업이 길었을때 자신의 감정을 더 다스려지는 것 같고요
    글로도 더 잘 나타나는 것 같아요. ^^

    2016.12.14 16: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형상화는 상상력이다라는 말에 매료 돼서 '생각의 탄생' 읽고 있는데 연말 핑계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습니다 ㅎㅎ

      2016.12.14 17:16
  • 파워블로그 키미스

    가령 그런 것도 있지요. 소설에 나오는 대화를 유명배우의 목소리로 재생시켜본다던지 하는... ^^;

    2017.04.15 17:43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