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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소나무 아래 상상화가 피었습니다. 아침마다 견사를 열어주면 장군이와 산이가 와서 배변을 보는 장소입니다. 혹시 뱀이라도 나올까봐 자주 풀을 뽑았더니 상사화가 더욱 돋보입니다.

 

아시겠지만 상상화는 잎과 꽃이 따로 따로 입니다. 새봄이 오는 이월에 가장 먼저 촉이 돋는 식물이 상상화 잎입니다. 군자란 잎처럼 무성하게 자랐다가 어느 날 문득 마른 토란잎처럼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립니다. 작년에 핀 상상화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주변을 몽땅 정리해주고 싶을 만큼 추레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두어달이 지난 뒤, 잎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어느 날 꽃봉오리를 단 대가 불쑥 무리지어 올라오면서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분홍색꽃을 피운답니다.

 

다가가면 섬유유연제에서 나는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뻣뻣하게 허리를 세운 채 꽃을 피운 상상화를 볼때면 저 꽃은 자신을 위해 피는구나 싶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은 자신이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에 대해 시댁 식구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서운해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해마다 각종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하고, 지역에 있는 행사에 참여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단히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곤 합니다.  그 친구를 보는 사람들은 자주 그 친구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그런데 유독 시댁식구들만 꿈쩍 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합니다. 대단하다, 장하다, 부럽다, 이런 것보다 그저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은데 누구도 먼저 아는 척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친구가 그토록 열심히 노력한 이유 중에는 시집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것은 사람이 가진 당연한 욕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누구에게 인정받는 것 보다는 그저 좋아서 열심히 하다보니 결과가 있더라, 과정에서 이미 즐거움을 누렸으니 결과는 덤으로 생각할 뿐이다, 라는 사람을 보면 저까지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외로움을 나눌 수 없듯이 기쁨도 오롯이 혼자의 몫으로 즐기는 덤덤함이 좋아보입니다.

 

아침에 배변활동을 마친 장군이와 산이는 급하게 달려나오다가 상상화꽃대를 부러트리기 일쑤입니다. 땅에 처박힌 꽃은 더이상 세울 자존심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 꽃이 만개해서 지는 거라면 그냥 한쪽 풀숲에 던져버립니다. 아직 꽃봉오리가 덜 벌어졌으면 물에 담가둡니다. 그러면 이 꽃은 며칠동안 부러진 상태에서도 꽃을 활짝 피우며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을 뿜어냅니다.

 

꽃이 피는 이유는 결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닐 겁니다. 자신을 위해 피우는 과정을 남들이 보며 감탄할 뿐이지요. 노력에 대한 박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서글프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사화꽃은 며칠후면 떨어지면서 제 기억에서 잠시 사라질 것입니다.내년 이월에 새잎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제가 기억하건 말건 상사화는 그저 자신의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이렇게 상사화의 ' 화양연화'를 보며 제 일을 떠올려보고, 다가가서 코를 킁킁거리며 함께 즐거워하는 것, 이것이 해마다 이맘때쯤 꽃을 피우는 상상화를 바라보는 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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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뉨

    파란자전거님은 초월하신 분같아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저도 마음을 기본으로 갖고 있는데... 합니다. 잘 안되더라구요. 잠시후 잊혀지는 모든 것들에 잠시 미안함 마음 가져봅니다^^

    2017.08.06 13: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아, 아니에요. 그러고 싶은데 자주 끓어넘친답니다^^;;; 마음이 고요할 때면 이런 글도 쓰고 그러는거지요...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2017.08.07 14:14
  • 파워블로그 키미스

    꽃이 정말 이쁘네요. ^^ 상사화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셨군요. 이리 사진과 글을 남겨놓으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고 좋을 것 같아요. >.< 파란자전거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오늘도 많이 더운데 건강조심하셔요~*^^

    2017.08.06 15:5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꽃이 필 때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꽃이 지고나면 아득히 잊고 살아요. 다 그렇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무척 좋은 기억창고가 돼주고 있네요...키미스 님도 이번 한 주 화이팅 입니다^^

      2017.08.07 14:15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붉은 색의 상사화를 자주 봤는데 분홍색도 예쁘네요. 풀을 부지런히 뽑아줘서 상사화가 더 빛을 발하는 형국이네요. 이맘 때면 어김 없이 피어나 아름다움을 전하는 상상화를 대하는 자전거 님의 정성이 돋보입니다.

    2017.08.06 20: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해마다 피는 꽃이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볼수록 매력있고 예쁘네요.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고맙습니다^^

      2017.08.07 14:1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