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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주 오래된 농담>은 지금은 타계하신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우연히 집 서재에 있는 책을 집어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은 의사이자 주인공인 심영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머니의 기대에 맞춰 의사로서 성장했지만 아내와 시어머니의 불안한 관계 사이에 번민하다 자연스레 자신을 의사의 길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현금과 외도 관계가 됩니다. 그리고 재벌가로 시집간 막둥이 영묘는 송경호와 결혼하여 살고 있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병이 들면서 이로 인해 재벌가와 영묘와 갈등이 벌어지면서 소설은 전개됩니다.

소설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영묘의 오빠로서 다양한 역할에서 갈등하고 도피처인 현금에게 매달리는 영빈의 갈등은 오히려 부차적인 내용입니다. 주 내용은 경호의 투병생활을 돌보며 벌어지는 영묘와 재벌가의 갈등입니다. 21세기에서도 철저하게 점과 주술, 한약 등 대체의약에 매달리며 경호가 낫기만을 바라는 재벌가의 모습은 퍽 안쓰럽고 때론 구역질 나기도 합니다. 외부 사람들의 시선에 눈치 보면서 경호의 사망마저도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송 회장의 모습에서 돈에 대한 일그러진 가치관과 황금만능주의의 모습을 보고, 왜곡된 졸부의 욕망이 분출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죠. 또한 이런 속물들에 대한 비판과 그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의 역할을 드러내면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봅니다.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워 보이는 사람은 현금입니다. 어릴 적에 현금은 영빈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사랍니다. '분홍색 혀를 날름 드러내 보이곤 나풀나풀 멀어져 갔다. 영빈은 그녀의 분홍색 혀가 그의 맨몸 곳곳에 도장을 찍고 스쳐간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12p)'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사라진 현금은 영빈과 일탈을 즐기면서도 영빈에게 속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현금도 영빈의 아내인 수경의 임신 사실을 영빈보다 먼저 알고, 영빈을 떠나고 이사하겠노라 선언하여 영빈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맺고 끊음을 자유롭게 하는 현금이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음을 알고 수경의 임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방해가 되는 자신은 떠나겠다는 것이었지요.

또 한 자유로운 사람은 미국에서 부자가 된 형 영준입니다. 모교에게 10억을 기부할 수 있을 정도로 재력가가 된 그에게 졸부이고 이런 식의 기부는 꿈도 꾸지 못하는 속물 송 회장 가는 그의 위세에 눌려 영묘를 미국 변호사로 키우겠다는 영준의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을 떠나면서 자유로워졌다는 그는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오히려 힘을 얻었다면서, 가족이 짐이라고 생각했다는 영빈의 말을 반박합니다. 그렇게 자유의 땅인 미국으로 떠나는 영준과 영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복합적인 캐릭터들로 구성된 이 책은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Y건업의 지독하리 예의와 격식을 차리는, 그러면서도 거금을 들여가며 비과학적인 것들에 매달리는 모습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겹기도 하면서도, 그런 상황에 어찌할 줄 모른 채 묶여있다가 겨우 자유를 찾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영묘의 모습에 안쓰럽기도 합니다. 주인공이지만 이리저리 휘둘릴 뿐 자유롭지 못하고 외도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영빈, 그리고 그런 영빈 앞에서 당당히 자유를 찾아 떠나는 현금에게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복잡한 현실을 소설에서 녹여내면서 비판의식을 빼놓지 않은 박완서 작가님의 노력이 깊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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