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너 어떻게 살래

[도서] 너 어떻게 살래

이어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많이 시간이 흘렀지만, 알파고가 등장해 바둑으로 이세돌을 꺾었을 때 우리 사회는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 이후 AI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지요. 이런 인공지능의 대두 속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어령 교수가 쓴 <너 어떻게 살래>는 인공지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고, 그 속에 우리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큰 화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인 '꼬부랑 할머니'가 고개를 넘어가듯이 열두 고개를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태초인 안드로이드부터 시작해서 디지로그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고개를 지루함 없이 풀어나갑니다.

첫 번째 고개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내세우며 안드로이드의 발전사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연결되어 있는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폰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울었다'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글이 참 맛깔스럽게 느껴집니다.

맨 처음 말하지 않았나. 안드로이드가 울었다고. 의식이 없는 물건이라도 꿈틀거리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내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눈 비비고 깨어나는 한, 은퇴 불가다.

31p

두 번째 고개에서는 코끼리를 빗대 안드로이드를 설명합니다. 처음 조선에 코끼리가 들어왔을 때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밟혀 죽는 사람도 생겨났고, 이로 인해 귀양을 보내기도 하였으나 나중에는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않게 하도록 지시하면서 코끼리를 살려주는 아량을 베풉니다. 코끼리를 보고 깨달음을 얻는 박연암 같은 학자도 있었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이 코끼리의 단편만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 알파고도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당장 인류를 멸절시킬 것처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죠. 사실은 폰 속에 시리나 빅스비가 들어있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지 못하면서 말이죠. 시리의 음성 인식 기술이 진화하고 발전해가면서 알파고까지 왔고, 앞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인공지능이 올 것이라고 하면서 무섭냐고 되묻는 저자에게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해 줍니다.

세 번째 고개는 알파고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묻습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딥러닝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왜 알파고의 아버지는 있는데 어머니는 없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죠. 저자는 당장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천천히 살펴나갑니다. 알파고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인베이더 게임을 24시간 만에 클리어하고, 벽돌 깨기를 깨고, 아타리 2600을 깨더니, 체스를 스스로 이기고 마침내 바둑까지 이깁니다. 그러면서 알파고를 상대한 이세돌과 바둑에 대한 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네 번째 고개는 이세돌입니다.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혼자서 1920개의 CPU와 280개의 GPU를 상대합니다. 이세돌에게는 싸늘하게 식은 커피와 자신의 두뇌뿐이었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알파고의 후예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에 대한 질문을 답하기 전에 바둑 고개를 넘어갑니다.

다섯 번째는 바둑 고개입니다. 서양의 체스와 비교되지만 바둑은 첫째 전쟁의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는 것, 둘째 사람이 창안한 것이 아니라 신선이 만든 놀이라는 것, 셋째 인간이 사는 마을과 다른 인외경의 공간에서 노는 것, 넷째 무시간성, 유토피아에 대응하는 유크로니아. 다섯째 먹지 않고 배고픔을 모르는 세계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바둑의 연희 공간은 불로장생의 무노역, 고된 속세와 대응되는 도교적 이상향을 말한다고 하죠. 인공지능이 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유토피아를 열려고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합니다. 또 체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비해, 바둑은 그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 체스보다 한참 뒤에 바둑의 세계를 정복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죠. 9줄 바둑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프로를 꺾은 것이 딥 블루보다 12년 뒤의 일이라는 것이 바둑의 깊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둑의 복기입니다. 알파고는 바둑의 복기를 '강화 학습'으로 하였고 이세돌은 자기가 둔 과정을 다시 한번 가보는 바둑의 도를 걸었단 것입니다. 알파고는 지든 이기든 시합만 하면 강해지고, 그것이 정말 무서운 부분이었습니다.


 

여섯째 고개는 왜 서울인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일반적으로 영국은 늙은 제국이라고 생각하지만, 2016년 기준 모바일 인터넷 속도 1위는 영국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알파고가 영국에서 만들어져서 미국으로 건너간 것, 그리고 영국이 왜 구글과 같은 기업을 만들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고 교육에서부터 바꿔나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7세가 되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디버깅을 하고, 11세가 되면 대학생들과 같은 컴퓨터 관련 개념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많이 뒤처진 한국이지만, 세계적으로 바둑이 가장 강한 나라인 한국과, 그 한국 안에서도 가장 의외성 높은 바둑을 구사하는 이세돌과 겨루기 위해 한국을 알파고가 찾아옵니다. 저자는 또 알파고 로고 안에 태극무늬가 있다는 것을 짚습니다. 한국이 국기 안에 태극을 담은 것처럼, 알파고의 로고에 태극이 담겨있는 것을 주목합니다. 양자이론을 발견했을 때 이 양자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벽에 부딪혔을 때, 태극문양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양자적 진공이라는 모형을 태극무늬로 본떠 만듭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과학에 의해 새로운 인문학, 새로운 시로 탄생하는 것이라고 전율합니다.

일곱 번째 고개는 AI로 향하는 고개입니다. Artificial Intelligence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부터 언급해나갑니다. 처음에 진공관에서부터 시작한 AI는 계산기에 불과했고, 문제 해결능력이 떨어지는 AI에 대해 회의론이 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꾸준히 답을 찾아갔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서 원하는 만큼의 데이터를 집어넣을 수 있게 되면서 점차 휴리스팅, 엑스퍼트 시스템, 엑스퍼트 방식으로의 티칭이 연구되고 AI가 다시 싹트게 됩니다. 여덟 번째 고개는 딥러닝입니다. ILSVRC라는 대회에서는 컴퓨터가 사진 안의 요트, 꽃, 고양이 같은 사물을 얼마나 잘 분간하여 맞추는지를 대결하는데, 1천만 장의 이미지 중 오류율이 26%대에 머물던 것을 15%대로 크게 하락시킵니다. 이 기술이 바로 딥러닝 기술, 사람의 뇌를 본떠 반복학습을 시키는 기술이었고 그때 이후로 정밀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이런 인재들을 대거 스카우트 한 것이 구글이고, 구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홉 번째는 구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글은 여러 분야로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는데, 저자는 구글이 문어발을 뻗는 것이 아닌 '검색에서 AI로'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구글이 안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경 업계를 인공지능의 신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죠.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꾸려나가고, 산업사회의 자동차 문화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등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데 힘씁니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등 사회의 법적 규칙의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고, 구글의 빅데이터를 빅브라더가 되기 위해 활용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일부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중국에서 크게 실패를 맛본 것처럼 문화적 장벽 역시 구글이 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그것보다 더 높은 고개인, 생명이라는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 번째 고개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프랑스의 발명가 보캉송은 오토마타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똥 누는 오리였습니다. 소화하는 오리는 물 위에 떠서 모이를 먹고, 삼키고 배설하는 행위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생명을 창조했음을 믿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오리는 비참하게 망가지고 끝이 납니다만, 이런 생식과 배설은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저자는 지목하고 있죠. 심지어 바퀴벌레는 오줌까지도 배설하지 않고 필수아미노산으로 바꿔버리면서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생물의 성쇠는 감히 인공지능이 쫓아갈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지요.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줍니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답은 자연에 있다. 인간의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 산업 기술이 아닌 자연을 모방하는 뇌, 자연의 새로운 섭리를 파고 들어가는 지능, 수학으로 풀 수 없는 그것, 그것이 영감이고, 직관이자, SQ다.

286p

열한 번째 고개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애플의 디자인으로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가 언급됩니다. "모든 사물에 모성을 집어넣어라." 포용하고 끌어안고 하소연 들어주는 어머니는 그 자체로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잡스는 이를 언급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자인을 고쳐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인 애플은 혁명적인 인터페이스를 창조합니다.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폰이 창조되고, 유저 인터페이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저자는 이런 시기에 한국이 처한 AI 현실을 기차 떠나기 전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에 비유합니다. 지금 바로 뛰어가면 기차를 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차가 가속이 붙어서 떠나가 버린다는 것이죠. 한국인의 기질인 천지인, 인이 있는 나라는 이런 인터페이스에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기질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인'은 바로 정보화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인터'의 기술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고개는 디지로그 고개입니다. 알파고와 팬데믹이 찾아온 쇼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위기에 강해서 더욱 강해집니다. 바이러스마저도 '해피 바이러스'라고 바꾸는 민족은 판을 엎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민족이라고 합니다. 디지로그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결합하는 것에 있어서도 요즘 젊은 세대는 익숙합니다. 강원도 속초에서만 플레이 가능한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이 바로 디지로그라며, 세계를 균형 있게 조화를 만들고 통합하는 한국인 속에 들어있는 디지로그 파워가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 주장합니다. 4차 혁명의 물결 속에 한국인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책은 재미있고 맛있습니다. 마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듯이, 야금야금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갑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굉장히 많은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낍니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책을 통해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