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줄거리 요약이나 인물관계도 설명 등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 중 하나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블로그에 남기는 건 주로 내 삶에 대한 단상,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 연상되는 장면들 등 사실은 책과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독후감이 될 수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내게는 책의 내용 보다는 그 책을 읽고 난 후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아무래도 더 중요했던 것 같다.
2021년에 베스트셀러였던 <불편한 편의점>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하기에 오래간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집어 들었다. 1편을 생각하면 어느 캐릭터보다 강렬했던 인물 <독고씨> 그리고 현실에서 없을 법한 따뜻한 사장님 염여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불편한 편의점 2>는 그 둘이 떠난 편의점에서 그 둘의 흔적을 그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2020년, 2021년을 지나 3년째 코로나와 함께하는 2022년을 배경으로, 더욱 심각해진 취업난과 자영업자들이 몰락한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1편의 <독고씨>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 <황금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근무하는 알 수 없는 인물 <황근배>가 등장한다.
과연 황근배는 어떤 사람일까?
<점장 오선숙>은 1편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2편에서 그녀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비쳐진다. 독고의 삼각김밥을 매개로 화해를 한 아들과 함께 사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두 아들에게 비쳐질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소설은 그녀가 아들과 자신을 드디어 별도의 독립된 객체로서 인식하는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과 분리되려는 아들의 모습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거리를 지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소울 스낵>이었다. 지방출신인 그녀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3년째 취직을 준비중인 인물로 지방출신 서울살이의 애환을 풀어놓는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그녀의 고뇌를 읽으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본 기분이 들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홀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자신 같은 사람에게 서울은 늘 자격을 묻는 듯 했다. 네가 천만 명이 사는 세계적인 도시에서 살 능력이 있어? 무리하지 말고 고향에서 적당히 살지 그래? 서울은 아무나 와서 사는 그런 곳이 아니야, 라고 비웃는 듯했다.
그 외에도 코로나 시대, 이런 저런 끊임 없는 제약으로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한을 풀어 낸 <꼰대 오브 꼰대>, '세상은 불공평하다'로 시작되는, 건설현장 노동자 아버지와 환경미화원 어머니를 둔 민규의 이야기를 담은 <투 플러스 원>, 등장부터 독특했던 인물 <황근배>의 뒷이야기를 담은 <밤의 편의점>, 황금보를 만나면서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염여사의 아들 강사장의 이야기를 담은 <오너 알바>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 1편과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Always>와 <불편한 편의점>까지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세태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말이 따뜻해서 좋았다.
옆집 혹은 바로 마주보는 집 이웃간에도 서로 인사하는 것도 어색한 이 시대에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 따뜻한 느낌을 받는 나, 그리고 당신은 과연 그들의 모습에서 어떤 대리만족을 느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