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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도서] 빛 속으로

김사량 저/김석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동네 책방에 갔다가 책방주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 추천도 있었지만, 작가의 소개가 묘했다. 한국인이 쓴 책인데, 옮긴이가 있다?! 이 책은 김사량이라는 한국인이 일본어로 쓴 책이다. 김사량은 친북작가이면서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어 1980년대까지는 금기시되던 작가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윤동주시인과 같은 저항세력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일전에도 김사량의 책이 일부 번역되었으나, 녹색광선과 김석희 역자님의 노력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책이다. 그래서 작가 김사량을 디아스포라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책은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뤄져있다. 대표작인 <빛 속으로>를 읽고 있다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독립운동가나 친일파를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당시를 살고 있던 다수의 삶과 생각이 어땠었는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소시민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다.

 남선생님 또는 미나미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동경대 재학 중인 조선인으로 어려운 동네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다수는 그를 미나미라고 부르나, 그는 굳이 그들에게 자신을 '남선생'이라고 부르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아이 하루오. 조선인 엄마와 일본인(사실은 일본인과 한국인사이에서 낳은) 아버지를 둔 아이. 그는 아버지로부터 폭행 당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연민을 동시에 가지고, 스스로는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 말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일제치하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그 비참함이 싫어 어머니를 모르는척 하는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남선생의 복잡함. 

 아마도 나의 정체성과 사회적 상황속에서 그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으나, 그 정채성을 모른척 해야 하는 그 사회적 상황. 정체성은 오로지 나에 의해 지켜질수만은 없다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사회적 상황 속에서 개인의 감정을 보며, 정체성을 때로 부인하는 사람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 김사량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였을까?!

 

다음 작품은 <천마>. 역시 일제치하. 일본인 오무라의 지지에 그저그런 작가 현룡은 저급한 글을 써대며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등을 적당히 섞어 쓰며(아는단어 몇개씩 돌려가면서) 지식인 냥 굴지만, 결국 오무라에게 내쳐져 멀리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현룡은 다른 이의 줄을 붙잡기 위해 다나카를 찾지만 그는 오무라에 의해 결국 내쳐진다. 자신의 허세를 광기를 통해 표현하는 현룡의 모습은 우리가 조금씩 가지고 있는 어떤 모습이 아닐까. 가진 재능도 뭐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래서 더 뭐가 있는 척하는 우리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적나라하게 그린 모습. 그래서 현룡을 마냥 미워할 수도, 마냥 모른척할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

 

작가 김사량은 이처럼 어떤 상황속에서 우리가 내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부끄러운 내면을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김사량이라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기보단 단편 4개 모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 보이는 모습이 절대적 선이나 악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보이는 모습이기에 말이다.

뭐랄까, 주인공의 모습이 단편적이 아니라 굉장히 다면적이랄까. 어떤 한 편에 서서 무조건 지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도 할 수 없는, 

 작가가 1차세계대전부터 우리나라의 6.25전쟁까지 복잡했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느 쪽도 마냥 옳다 말할 수 없는 외줄타기를 했었기에 이런 글을 썼던 것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묘한 책이다. 

정말 추천!

 

"조센징 따위 우리 엄마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겨우 두사람을 떼어놓았다. 나는 거의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이 군은 격분하여 다시 야마다 하루오에게 덤벼들더니 있는 힘껏 등을 걷어찼다. 하루오는 비틀거리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으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것을 느꼈다. 이 군의 시퍼렇게 독이 올라 흐트러진 모습도, 이 소년의 아픈 울부짖음도 책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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