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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도서] 벽

마를렌 하우스호퍼 저/박광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벽" 한글자로 된 이 책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어 본 책이다. 그냥.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채.
책을 처음 펼쳐든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책은 주인공이 지인의 산장에 놀러갔던 어느날, 지인들은 시내에 물건을 사러갔고,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소리도, 누구도 오가지 않음을 알게된 그녀는 그들을 찾아 나섰으나, 어떤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나갈수가 없었다. 벽 너머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멈춰버린것 같은 자세로 움직임이 없었고, 그녀가 내지르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산장에서 키우던 개 룩스와 함께. 그런 사실에 망연자실해 있을 무렵 젖이 불어 어쩔 줄 모르는 소가 한 마리(이름은 벨라) 나타났고, 그렇게 그들은 식구가 되었다.
세계 속에 홀로 남겨진 그녀가 생존해 가는 이야기. 이 것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이다.


세상에 혼자 살아남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녀의 감정선은 어느 한순간 현실을 받아들이지도, 마냥 부정하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만큼은 어쩌지 못하는 두려움에 하염없이 무너져내리기도 하지만, 살아야 하는 현실,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게 매몰되어 현실을 잊기도, 그 현실에 몸과 마음이 다치기도 한다. 

문득 그녀의 현실과 우리가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지금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너져내려버릴것 같은 하루도, 결국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면서 그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을 통해 희미하게 잊어가며 현실 속에 파묻히듯 말이다. (완벽히 혼자는 아니지만..)
그녀는 홀로 남겨진 현실을 과거에 중요했던 것과 지금 중요한 것이 다르고, 그래서 그때의 삶과 지금이 삶이 다를 뿐이라고 홀로 남겨진 세상 속에서 조금씩 받아들인다.

"과거의 언젠가 나였던 여자를 떠올리면, 그러니까 앙증맞은 이중턱에 나이보다 젊어 보이려고 부단히 애쓰던 여자를 생각하면 아무런 애착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를 엄하게 질책하고 싶지는 않다." p.112

 

책은 그녀가 세상속에 홀로남겨진 2년정도의 기록이고, 더 훗날 쓰여진 내용이다. 이 책이 이토록 담담한 것은 아마도 이제 온전히 그 세상을 받아들인 그녀의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벽이전의 과거를 그리워하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떠나간 가족이 그리울 뿐. 

 

책을 읽으며 누군가 한명만 더 인간이 있었더라면 어떤 느낌이였을지를 처음 벽이라는 공간이 생겼을때 했었다. 책속의 그녀도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녀는 내가 돌볼 누구든, 나를 돌봐줄 누구든 어짜피 같이보다는 혼자가 나을 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홀로있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 한명 그리울 것 같은데, 문득 그녀의 생각을 읽고있다보면 끄덕여지면서도, 그래도...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을 보며, 왜 저자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한명만 남겼는지를 어렴풋이 이해 할 수 있었다. 왜 마지막이 이토록 가슴 아픈지, 저자가 그리고자했던 벽이라는 세상이 어쩌면 지금의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은 답답함이 아니라, 담담함으로 느껴졌다. 평소의 나라면 뭔가 해결되지 않은 결말에 답답했을 것 같은데, 저자의 결말은 정말 담담했다. 삶이란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안고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임은 혼자든 아니든 같으니까. 그 사실을 받아들인 그녀의 결말이 정말 현실 같으 느낌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강력추천!

너무너무 재밌음!


"벽은 이제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몇 주씩 벽을 잊어버리고 지내기도 한다. 벽을 떠올릴 일이 있더라도 이제 벽은 내 발길을 가로막는 벽돌담이나 정원의 울타리 같은 것일 뿐이다. 사실 벽이 그들과 다를게 뭐란 말인가? 내가 모르는 물질과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상일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런 것들은 벽 말고도 얼마든지 있었다. 벽 때문에 나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은 이전이나 다름이 없다. 태어남, 죽음, 계절의 바뀜, 성장과 소멸. 벽은 죽어 있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다. 말하자면 벽은 내가 마음을 쏟을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벽에 관해서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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