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도서]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돼지를 부탁해>라는 제목과 생동감 넘치는 글이 인상깊었다.

 

 

창비(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식을 듣고 주문했더니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편집자의 손을 거쳐 새 옷을 갖춰 입고 출간된 신작>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잘 팔리는 제목이랄까? 모순형용을 사용한 제목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일단 쉽게 생각해본다.

육식 일체를 식탁에서 빼 버리면 당최 차림새가 안 난다. 그래, 사실은 어떻게 한 상을 차릴 순 있겠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부위별 소고기 5-600g이면 적당히 그릴에 구워가며, 열무김치나 상추겉절이를 곁들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영양 면에서도 미안하지 않고, 밥상 차림새도 그럭저럭 괜찮다.

 

1주일의 상차림이 있다면, 돼지고기(는 다용도), 소고기, 닭고기를 적당히 분배하여 몇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소고기 미역국, 닭고기와 양파를 듬뿍 넣은 치킨 카레와 소고기구이, 모든 야채를 넣을 수 있는 닭갈비, 돼지고기를 볶아 넣은 김밥, 유부초밥 등등)

 

이런 상황에서 채식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으로 들린다. 고기를 뺀 밥상이라. 글쎄 한 두 끼는 어찌 가능하겠지만, 매일 매일을? 나는 아보카도와 낫또 김치만 넣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과연 아이들은? 채식주의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이길래?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올해 읽었던 책들에서 배웠기 때문에 쉽게 외면할 수 없다. 단어 그대로 산업화되어버린 축산업과 공장식 도축. 이제는 현실을 안다.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던 내게 다가온 글)

 

그 와중에 직업군인이었다가, 귀농을 선택한 이 저자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거대 축산업의 현장이며, 친환경 축사가 혼재하는 이 마을에서 단 3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이유. 그 과정의 험난함 (돼지열병과 같은 감염병의 위험-축사 바깥에 위치한 이 3마리 돼지가 감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료화 되지 않은 돼지 밥을 매끼니 마다 준비해주는 수고로움-자연그대로 키워보겠다는 의지)을 여실히 담은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책 한권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구나 하는 (엉뚱한 소감과) 것과 축산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종국에는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 기승전결의 과정이 너무도 다이나믹하게 읽혔다.(연재분보다 더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싶어 책을 주문해보았다)

 

그 와중에 안에 그려진 삽화로의 돼지들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실제는? 멧돼지의 후손느낌이 물씬 풍긴다는데...) 돼지들을 돌보는 저자의 자세가 참으로 생경하게 다가와 책을 읽다가 일상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남편 역시 읽더니 꼭 리뷰로 남기고 싶다고 책을 따로 챙겨 놓는 걸 보니 역시 브런치 8회 대상작 다운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권한 책을 집중해 읽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켠이 뿌듯)

엄격한 채식을 생각하면 어쩌면 거리를 좁히기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의 저자가 느낀대로 가축화된 동물들이 사는 동안은 동물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먹고 자면서 일생을 누리는 삶은 어떨까. (=동물권의 보장 vs 결국 잡아먹는다는 결론에는 그것이 다 무슨 소용?) 

 

어쩐지 두서없는 문장에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그렇게 결론이 났다 싶었는데, 생각은 다시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으로 돌아왔다. 돼지가 사는 동안 행복했다고 하더라도 돼지를 잡아먹는 것은 괜찮은 걸까. 결국 잡아먹힐 거라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나는 돼지를 직접 키워보지 않고서는 안 될 지경이 되었다. 1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세 마리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었다. p11, 12

 

190쪽의 분량은 부담 없이 읽기 좋다. 당신 채식주의자입니까? 하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책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는 책이기에 채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해본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흙속에저바람속에

    최근 몇 권의 책을 통해 동물권에 관심이 생기는 중인데 더오드님의 리뷰를 보고나니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비건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한데요. 그저 육식 대신 채식을 권하는 게 아니라 동물을 키우고 먹는다는 의미를 알려줄 책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오드님.^^

    2021.07.10 08:07 댓글쓰기
    • 더오드

      현실적 비건의 측면에서 한 번 읽어보면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입니다 ㅎㅎ 축산업이 현실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우리가 더 맘편히 육식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인데. 또 현실의 이면을 모른척 할 수는 없는 도리이고...여튼 복잡합니다!!^^;;; 공감의 덧글 남겨주셔 감사합니다~^^

      2021.07.16 00:1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