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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1

[도서] 춘추전국이야기 1

공원국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고대문명 발상지의 하나인 중국대륙은 그 크기와 비옥함으로 인해 수많은 나라가 흥망성쇠를 겪는 터전이 되었다. 덕분에 제국과 위인의 탄생에 극적인 요소가 많아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소재를 제공하는 화수분이기도 하다.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중국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교육과 문화와 삶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대륙에 인접한 한반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며 시대를 함께 나눴다. 중국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동시대의 한반도의 역사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중국의 역사는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복잡하다.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들어섰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난세의 시기 또한 짧지 않다. 춘추전국 시대는 중국 역사의 대표적 난세로서 기원전 8세기 서주의 패망으로부터 기원전 3세기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하기 전까지의 시대를 일컫는다. 등장했던 나라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 개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들도 많기 때문에 춘추전국 시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 된다. 무엇보다 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부족한 사료를 토대로 전체적인 그림을 유추하는 작업은 사학자들에게도 버거운 작업일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인 공원국 선생의 '춘추전국 이야기'는 '국어'나 '좌전'을 비롯한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해당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조명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벗어나 춘추전국 시대의 전체적 흐름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춘추전국 이야기 제 1권'은 춘추전국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시대적 분위기를 상술하고 춘추전국 시대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것을 주도한 인물 그리고 이후 발생할 사건들을 암시하며 마치고 있다. 특이할만한 것은 여느 책들에서 주목하는 '상나라 주왕과 달기'라든지 '주나라 유왕과 포사' 이야기와 같은 자극적인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고증된 인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1권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라와 인물은 '제나라'와 '환공과 관중'이다. '관포지교(交)'라는 고사성어로 인해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은 현대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입신의 기로에서 번번히 낙마하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관중에게 끝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건곤일척의 선택에서 죽음의 길로 들어간 관중을 살려내 제상의 위치에 오르게 한 포숙아를 두고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


춘추시대 첫번째 패자라 칭해지는 제나라 환공 또한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자이다. 제후 자리를 차지하기 하기 위한 암투가 횡행하던 시기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이웃나라로 피신해 있다 기회가 주어지자 포숙아의 도움을 받아 제나라의 임금이 된다. 이 과정에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관중에게 제상의 위치를 부여하고 관중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포숙아의 줄기찬 추천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환공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는 일례이다. 


환공과 관중이 쌓은 업적을 돌아보면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혁신적이라 할 만하다. 서주가 유왕을 끝으로 멸망하고 동주시대가 열렸지만 중원의 나라들이 주나라로부터 임명된 제후나 그 후손에 의해 통치되던 시절이기 때문에 명목상일망정 주나라를 추종하고 주나라의 예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보면 허례와 허식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동시대의 제후국들은 명분이 없는 행동은 지탄받아야 할 행위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 하에서 관중은 적당히 예법을 준수해 비난을 피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펼쳤다. '백성이 평안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생각으로 백성의 삶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사농공상의 분업, 상거래와 무역의 장려, 농지개간, 세법개혁, 행정제도와 군제의 확립, 법제 개혁 등으로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 걸친 변화를 강행했다. 국제 관계에 있어서도 무력과 외교를 적절히 활용해 분쟁 해결에 있어 외교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기도 했다. 이런 제도의 개편에 빼어난 재능을 보인 관중과, 관중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실행한 환공에 의해 제나라는 춘추시대 초기 최대 강국의 반열에 오른다. 


관중의 개혁으로 제나라가 부강해지고 타국의 백성들도 나라를 버리고 제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다른 제후국들 또한 관중의 정책을 모방하거나 변형하게 된다. 또한 관중의 정치와 사상은 후대의 위대한 사상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춘추전국 시대 전반에 걸쳐 그의 업적은 빛을 발하게 된다. 

관중이 이끈 개혁은 현대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춘추시대에 아무도 보지 않거나 누구나 보지만 신경쓰지 않았던 것들을 개혁해 부국강병을 이끌어 낸 관중의 위정은 춘추의 질서를 확립하고 사상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위대하고 천재적이라 하겠다. 




몇 년 전 기회가 닿아 '춘추전국 이야기 11권'을 읽었다. 어쩌다 마지막 권인 15권을 읽어버렸지만 언제고 전체를 읽어야겠단 생각을 품고 있다 이제서야 1권을 읽게 되었다. 짜투리 지식으로만 존재하던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심이 어느정도 충족될런지 모르겠지만 남은 10권을 찬찬히 읽어가다보면 전체적인 윤곽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데 2달이 걸렸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춘추전국 이야기'를 완독하는데도 한 달 이상은 족히 걸릴거라 생각한다. 좋은 역사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한국사나 세계사를 짜맞춰 볼 수 있다는 점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좋은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좀 더 일찍 읽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다. 반대로 다른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과거에 덤비지 못했던 딱딱한 책도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너그러운 생각도 하게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보통 늦은 법이지만 더 늦기 전에 많은 책을 접하고 내 마음과 머리에 배움을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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