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10권, 진나라의 천하통일>은 진나라의 천하통일로 전국시대의 종말을 알리며 진의 위업을 이룬 영웅과 열국의 마지막 저항을 다룬다.
진 소양왕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산동으로의 팽창은 장양왕의 짧은 치세를 거쳐 후일 진시황으로 불리게 된 '영정'에게 계승된다. 소양왕에게 무신 백기와 문신 범저가 있었다면 진시황(영정)에게는 왕전과 몽무라는 출중한 장수와 법가사상에 기초해 진의 질서를 다잡아준 이사가 있었다.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진의 압박으로 고통받던 3진(한, 조, 위)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진의 침략에 수비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기원전 230년 가장 취약했던 '한나라'가 넘어가고 이어 조나라와 위나라가 패망한다.
진에 왕전과 몽무같은 맹장이 있어 출중한 무(武)를 과시했듯 조나라에도 인상여와 염파의 뒤를 잇는 걸출한 인재 이목이 있었다. 이목은 진의 공세에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며 틈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목의 성공적인 수성은 다름아닌 간계와 참언에 의해 깨지게 된다. 아둔한 조나라 왕은 이목을 견제하는 세력과 진나라로부터 뇌물을 받아 이목을 탄핵하려는 세력의 간사한 말에 넘어가 이목을 죽인다. 이목이 죽은 후 조나라는 허무하게 무너지며 진에 모든 것을 넘겨줘야 했다.
삼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넘어간 것은 위다. 위 또한 조나라와 마찬가지로 필사의 저항을 했지만 진나라의 막강한 무력과 수공(水攻)에 버티지 못하고 항복했다. 과거 진(晉)나라 영토를 모두 획득했음에도 진(秦)은 멈추지 않고 진격을 거듭했다. 먼저 '형가'라는 자객을 보내 영정을 암살하고자 했던 연나라를 쳐 멸망시켰다. 그리고 초와 제를 병합하여 기원전 221년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천하일통을 이루었다. 전국을 제패한 영정은 황제(皇帝)라는 호칭을 도입하고 처음을 의미하는 시(始)를 붙여 자신을 시황제라 칭했다.
전국을 일통한 후 진시황은 개혁정책을 펼친다. 이사의 의견을 따라 봉건제를 폐기하고 천하를 36개 군으로 나누어 통치했으며 각 군마다 수(守), 위(尉), 감(監)을 두어 행정, 사법, 감찰을 당담하도록 했다. 이와같은 체제는 행정부와 사법부를 분리시키고 감찰기능을 심어 부패와 권력 집중을 막기위한 방안이었다. 이때 정비된 진의 행정체제의 핵심은 한나라로 이어지고 청나라 말기까지 지속되었으니 근 2천 년 동안 유지된다.
수레의 바퀴 간격을 일정하게 하고 도량형과 문자를 통일해 나라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전국시대 북방을 대면하고 있던 나라들이 쌓았던 성을 연결하고 보수해 '만리장성'을 남기기도 했다.
진의 통일이 엄청난 희생과 원한 위에 세워졌을지라도, 진나라 통일 초기 시행된 정책은 중앙집권적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행정체제를 정비했다는 의미에서 후대에 끼친 긍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그러나 진시황 말년은 폭정으로 인해 진나라의 패망을 앞당겼다고 평가받는다.
진나라는 기본적으로 법가사상에 기초한 철저한 상벌주의와 중농주의를 기본으로 삼고 다른 필요한 부분을 접목하는 형태로 정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전국을 통일한 입장의 진은 유세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체제 안정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했으며, 과거에 다른 열국을 정복하는데 도움을 줬던 유세객의 존재는 통일 제국의 위험요소로 간주되었다. 진시황은 이사의 간언을 받아들여 불필요하다고 평가되는 모든 서적을 없애고 해당 학문을 설파하거나 토의를 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엄벌에 처했다. 진시황은 말년에 불노불사라는 허황된 꿈을 좇고 아방궁을 짓는 등 국력을 소모하고 국가를 어지럽히다 명을 다한다.
진시황의 사후 제위를 둘러싼 암투가 발생했고 이사와 조고의 음모로 장자가 아닌 둘째 아들 호해가 왕위에 오른다. 명석하지 못한데다 잔악했던 호해의 등극은 진나라의 명을 단축시켰고 진은 천하일통이라는 과업을 이룬 지 얼마되지 않는 206년 멸망을 맞는다.
<춘추전국이야기 10권>은 극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여러 문학작품에도 자주 인용되는 진시황의 출생에 대한 의문, 어린 나이에 제위를 물려받은 영정이 성장해가는 과정, 진과 조의 맹장들에 대한 극화, 진의 패망을 이끈 진시황의 타락과 후계자들의 부덕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접근해도 될 흥미로운 '권'이라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 11권을 남겨두고 있다. 오래 전 <춘추전국이야기 11권>을 읽은 바 있어 대략적인 줄거리는 기억에 있지만 현재까지 읽어온 1권에서 10권까지의 흐름을 이어두자면 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춘추전국이야기 11권>은 축약된 초한지 느낌도 갖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