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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도서] 사서, 고생

김선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직업이다”

‘사서’라는 직업을 떠오르면, 고등학생 때 도서관을 지키시던 사서 선생님이 떠오른다. 수능 공부를 해도 모자란 시간에, 나는 욕심이 많아 책상 위에 각종 책을 쌓아두고 읽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마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서 선생님께 책을 추천받기도 했고, 그렇게 말 수 없는 나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질문도 던져주셨다. 그래서 어쩐지 사서 하면 따뜻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책 속에서 하루종일 함께하며 일하는 것,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이제 제법 큰 나는, 도서관에 종종 책을 빌리러 가면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 고단한 얼굴에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 다 사는 건 똑같구나’. 하지만, 그 똑같은 쳇바퀴 속에서 20년 간 몸담으며 책과 함께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들을 보면, 사서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지점들이 보인다.

책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지만, 책만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도서관이라는 공간,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나만 해도 글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글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어떤 일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뒤에서 수많은 노력과 수고로움이 이어진다. 바코드를 찍으며 책의 대여와 반납을 관할하는 것 이외에 각종 행사, 이벤트, 디지털 교육 이외에도 이용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자리 경쟁, 한 권의 책으로 일어난 다툼 등 ‘이런 일까지 있다고?’ 라고 느껴질만한 다양한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 20년차 사서

사람들 틈에서 일어나는 소음들에 지치고 힘들지만,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것도 역시 ‘사람’임을.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가 이 업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사람들이 한데 모인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사서 분투기에 피식 미소지어진다. 전자책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또한 줄더라도 나는 책이 주는 힘, 책이 가득한 공간이 주는 힘을 믿게 된다. 기계가 절대 대체하지 못하는 무언가. 책과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의 별의별 일들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덮으니, 어쩐지 끕끕하지만 기분좋은 종이책 냄새가 나는 듯하다. 사서 고생하는 직업이라도 계속 하고 싶은 이유를 알고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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