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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도 블로그가 있을까나?>

 

 

블로그는 대화다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가 소통수단으로써 단연 대세인 오늘날, 블로거라는 키워드가  웬 말이냐 싶을 것이다. 140자 남짓의 간단한 글을 손쉽게 쓸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등록하기는 최적인 만큼 대세는 확실한 대세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블로그 역시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블로그가 전보다 더욱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는 지금 공생共生 중이다.

 

  소셜미디어의 특징은 실시간 웹, 즉 더 이상 검색으로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유져들에 의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관심이 많은 정보들이 속속들이 내 스마트폰 창에 뜬다. 중요한 점은 소셜미디어에 뜨는 컨텐츠들 대부분이 매스미디어의 홈페이지나 개인 블로그에 담긴 포스트라는 점이다.

   블로그가 집이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휴가용 별장에 비유할 수 있다(당신만 해도 소셜미디어의 프로필에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주소를 넣지 않는가?). 네티즌들은 블로그에는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걸어두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개인 브랜드를 알리고 사람들을 블로그로 안내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 저자들의 글이 독백이라면, 블로거 저자들의 그것은 대화이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쏟아놓으며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독자가 모인 공간에서 댓글과 덧글로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함께 만든다. 그래서 쉽게 공감을 얻는다. 우리가 블로거, 엄밀하게 말해 블로거 저자(이하 블로거라 부른다)들에 대해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블로거 저자들의 블로그유형은 크게 블룩Blook형, 콘텐츠 저장형, 소통형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블룩형을 살펴보자. 블룩blook이란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처음 올려두었거나 블로그로 옮겨놓은 글들 가운데 골라서 편집하고 교정을 봐서 만든 책을 말한다. 300인의 저자 중에서 대표적인 블룩형을 꼽자면 <로쟈의 인문학서재>(산책자)을 쓴 이현우(블로그 닉네임 로쟈)와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인더북스)를 쓴 류대성(닉네임 인식의 힘)을 들 수 있다.

   특히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이현우는 ‘대표적인 블로거 저자이자 인터넷서평가’로 손꼽힌다. 스스로를 ‘곁다리 인문학자’라 부르며 블로그에 문학과 영화, 예술, 철학에 대한 진지한 잡담과 지젝 읽기, 그리고 번역에 관한 글들까지 망라하고 있는 그. 블로그를 운영한 것이 ‘10년의 뻘짓’이라고 자평했지만, 그의 블로그와 책들은 대중지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로쟈의 인문학 서재>와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두 권의 책을 냈는데, 모두 서평집이다. 인터넷 서평이 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온라인에 공개된 서평은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그는 ‘인터넷 서평쓰기’를 ‘함께 읽는 우리의 확산’을 바라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하녀고 광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느끼기 시작한다면 곧 나진스키처럼 정신의 줄을 놓게 될 것이다. 그건 슬픈 일이다. 나는 다만 읽고 쓰고 떠들겠다. 뭔가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세상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견딜 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쁨을 주는 건 나의 몫 아니더라도 말이다.”(로쟈의 인문학서재, 책머리 일부)

 

   출판평론가인 한기호는 “잘 된 서평 하나가 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며 이현우와 같은 인터넷 서평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온라인 글쓰기가 점점 늘고 중요해진 만큼 인터넷 서평가들이 더욱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블로그는 아니지만 네티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틈나는 대로 책 콘텐츠를 올려서 차기작을 준비했던 구본형<깊은 인생>(휴머니스트)과 포털사이트 만화섹션에 거의 매일 콘텐츠를 올렸던 강풀<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과 허영만<꼴, 말무사>도 블로거 키워드에 해당된다. 아울러 황석영<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공지영<도가니>(창비), 박범신<촐라체>(푸른숲) 등 일간지 대신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를 개설해 단행본 원고가 완성될 때까지 소설을 매일 연재한 소설가들도 있었다. 이러한 ‘인터넷 연재 소설’들은 독자들과 매일 직접 만난다는 장점으로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과 공지영의 <도가니>는 매체들이 뽑은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정혜윤<침대와 책>(웅진지식하우스)은 온라인 서점에 기명 칼럼란을 두고 꾸준히 칼럼을 써서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한편 트위터에서 81만여 명의 팔로어를 자랑하는 소설가 이외수는 트위터에 올렸던 2,000여 편의 글 중 수백 리트윗(재인용)을 받은 323꼭지의 글을 모아 <아불류 시불류>(해냄)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두 번째 블로거 유형으로 콘텐츠 저장형이 있다. 한마디로 블로그를 온라인 지식창고로 두는 유형이다. 무엇이든 담아두기에 좋다는 블로그의 장점 때문에 이처럼 블로그를 창고화 하는 저자들은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글이 아니거나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밀글로 숨겨서 일반에게 공개하기를 꺼리는 편이다. 300인의 저자 중에 김홍기유영만은 대표적인 콘텐츠 저장형이다. 그들은 자신의 앎과 배움 그리고 느낌을 일반에게 알리고 공유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와 방대한 자료로 그들의 블로그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홍기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방문자 누적수 720만 명이 넘는 파워블로그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를 운영하고 있는 아트 블로거다. 스스로를 패션 큐레이터라 부르는 그는 패션과 미술 그리고 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을 녹여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쓴 책으로 <샤넬 미술관에 가다>(미술문화)와 <하하미술관>(미래인)가 있고, <패션 디자인 스쿨>(미진사)을 번역했다. 현재 두 권을 집필 중에 있다. 그는 이른바 ‘발로 뛰는 블로거’다.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쓰고, 대학과 기업에서 패션과 미술에 대해 강의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굵직한 패션쇼와 예술 행사에 초대되어 카메라로 현장을 담고 보고 느낀 점들을 녹여 블로그에 전한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를 보노라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명화와 패션사진, 그리고 포스트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악에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또한 포스트 하나마다 한 꼭지의 에세이이고, 칼럼이다. 그래서일까. ‘패션 CEO', '패션-세상을 통섭하다’, ‘그림 사는 남자’, ‘청바지 클래식’ 등 1,670여 개의 포스트를 담고 있는 그의 블로그 카테고리의 이름들은 저마다 한 권의 책 제목처럼 느껴진다. 그에게 블로그는 제2의 집무실이자,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저장창고인 셈이다.

 

 

   블로그가 ‘콘텐츠의 저장창고’라는 점은 유영만 교수에게도 해당된다. 스스로를 ‘욕망하는 지식생태학자Knowledge Ecologist‘로 부르는 그(블로그 닉네임-지식생태학자Kecologist)의 블로그에는 블로그 포스트가 무려 4,000개가 넘는다. 말 그대로 ’온라인 지식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일 보고 듣고 느낀 정보와 지식들을 블로그에 담고 있다. 50여 개의 블로그 카테고리들을 살펴보면 상단에는 ’곡선의 미학‘, ’버킷리스트‘, ’종이물고기‘, ’리스타트 핑!‘ 등 이미 책으로 만들어진 제목들이 눈에 띈다. 그것으로 봐서 ’고양이와 혁신‘, ’앎+삶+옳음‘, ’최고에너지경영자‘ 등 다른 카테고리들도 머지않아 출간될 책제목으로 손색이 없다.

 

   그는 현재 지난 1월 <버킷리스트>(한국경제신문)에 이어 3월 <곡선이 이긴다>(리더스북)를 공저했고, <경영은 죽었다>(위즈덤하우스), <왜 장사를 하는가>(토트), <The 33>(월드김영사) 등 외서에 해제를 했으며, 거의 매주 강연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교수‘중 한 사람으로 통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전형적인 소통형 블로거에 속한다. 네이버 포털 ‘시골의사 박경철 블로그’의 처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 였다. 지난 2004년 7월 27일, 주식전문가로서 2002년에 팍스넷 웹진에 실었던 칼럼을 스크랩한 것으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박경철은 인생, 음악, 미술, 독서 등의 카테고리에 여느 블로거와 다름없이 개인적 관심에 대한 내용들을 블로그에 담으며 네티즌들과 소통했다. 외과의사이기도 한 그는 믿을만한 의료정보, 주제가 있는 이야기의 카테고리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의사로서 몰입했던 순간들에 대한 자전적 기록을 담은 글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이 책으로 출간되면서 ‘시골의사’와 그의 블로그는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5년 4월 1일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권이 출간된 뒤 6년간 30만부가 팔리면서 지난 2011년 3월 논픽션으로는 드물게 100쇄를 맞았다. 이어 그해 10월 출간된 2권 역시 65쇄 20만부의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후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2> 등 연이어 출간한 책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식을 잘하는 외과의사였던 ‘시골의사’는 외과 전문의로 출발해 경제평론가·칼럼니스트·방송인·작가로 활동의 장을 넓혀왔다.

 

 

 

 

 

   특히 그는 지난 해부터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함께 ‘지방대학생 기 살리기 프로젝트’ 순회강연을 하면서 주식투자자 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멘토가 되었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박경철은 지난 해 네티즌과의 소통 창구를 블로그가 아닌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로 옮겼다. 블로그에 너무 많은 방문자들이 댓글과 쪽지를 남겨 네티즌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자신의 ‘발언권’이 높아진 것 같은 자신의 위치를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도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현재 26만 2천 명의 팔로워들이 ‘시골 의사’(twitter@chondoc)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로거들이 책을 내는 것은 잠깐의 유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셜미디의 시대인 지금 블로그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고, 블로거 저자들의 역량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들의 주무기는 바로 소통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전 세계에 있는 예비독자인 네티즌과 공유하고 대화하며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 Richboy

 

 

= 이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30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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