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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시골의사 박경철이 한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해부터 국민멘토라 불리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함께 ‘지방대학생 기 살리기 프로젝트’ 순회강연을 하면서 이젠 주식투자자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스승이 되었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장본인은 트위터였다.

 

   박경철은 소통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우리 시대에 할 말과 해야 할 말을 진중하게 할 줄 아는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27일, 주식전문가로서 2002년에 팍스넷 웹진에 실었던 칼럼을 스크랩한 것으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박경철은 인생, 음악, 미술, 독서 등의 카테고리에 여느 블로거와 다름없이 개인적 관심에 대한 내용들을 블로그에 담으며 네티즌들과 소통했다.

   그러다 2년 전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트위터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이찬진을 초대했을 때 일부러 트위터(@chondoc)를 처음 개설한 후 방송을 진행했는데,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네티즌과의 소통 창구를 블로그가 아닌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로 옮겼다. 지금은 286,000 명이 넘는 팔로워가 따르는 트위터러로 SNS 영향력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경철은 트위터라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비록 140자 한정된 짧은 글이지만, 사람 마음을 찔러 감동시키는 매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툭툭 건드리는 트윗 하나하나가 모여 대중 지성이 되고, 뜻을 함께 하면 뜻밖에 무서운 영향력으로 사회를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두 줄도 길다"는 일본의 단시短詩 하이쿠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이듯, 트위터에서 박경철이 던지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는 네티즌들에게 배움과 깨달음으로 다가와 어록이 되고 있다. 그의 트윗들이 어록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질문을 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경철은 일 년 남짓 어느 일간지에서 매주 명사들을 만나 '직격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을까? 이 사람의 고민은 뭘까?' 유독 호기심이 많은 그인지라 인터뷰를 당하는 인터뷰이는 고려치 않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던져 인기가 꽤 높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청중이나 팔로워가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콕 짚어 말할 줄도 안다. 대중이 그의 말과 글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트위터에 오르는 그의 글은 꽤 분석적인데, 특히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담긴 글이 인상적이다.

 

예전에 오른 트위터 글로 예를 들어보자. 박경철은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이기와 이타'에 대해 묻자, 이기가 우선이라 답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고요.. 다만 자신의 본능을(원초자아) 나라고 믿느냐, 이성을(초자아) 나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압권이 그 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문제는 아이에게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더니, 저 역시 어제하루 돼지로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더군요...'바람직한 자기애'를 가지는 것도 '맹목적 이타'만큼이나 어려운 일 같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 사랑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또한 박경철은 천성이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는 외과의사이자 주식투자에 관련해서 ‘국내 최고의 기술적 분석가’이자 ‘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의사’로 유명했다.

   일간지나 유력 잡지 등에 기고하는 다양한 주제의 칼럼들을 썼는데, 유려한 필체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통찰이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 재테크에 관련해서는 10여 년 전부터 여느 연예인 못지않게 많은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필자가 시골의사 박경철을 처음 알게 된 계기도 1999년 12월 마지막 날, 모 유명 증권 사이트에 거품 붕괴를 예측한 ‘성장주와의 이별’이라는 글을 읽고부터다. 재야의 주식고수가 시골 외과의사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아 틈만 나면 그를 말과 글을 찾아 읽었고,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를 팔로우follow하고 있다.

 

   필자가 박경철을 추적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종일관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 전문가'를 고수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는 투자에 관련된 책을 냈을 때도 투자를 권하기보다는 우선 신중한 투자를 권했다.

   책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리더스북)에서는 ‘종자돈도 없고, 금융지식도 없고, 투자 철학도 없는 당신이 투자하면 백전백패’라고 경고하며 ’재테크‘란 게 결코 만만치 않음을 이야기했고,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에서도 ’충분한 공부 없이 함부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라‘며 어설프게 덤비는 주식투자는 ’돈을 까먹기 위해 덤비는 머니게임‘임을 역설했다.

 

   박경철의 말에는 장고長考의 흔적이 뭍어 있다. 예를 들면 그는 낭비를 싫어하는데, 특히 시간낭비는 질색할 만큼 싫어한다. 지구상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유일한 축복이자 어떠한 이유를 들어서도 늘릴 수 없는 재화가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시간낭비를 두려워하는 반면 죽음은 축복으로 여긴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다 죽는다'는 명제가 없으면 인간은 무지하게 교만해 질텐데 죽음이 있기에 언젠가는 삶을 성찰하게 되고 죽음 앞에서 겸손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행복하려거든 "내 삶의 주인공이 되라."고 말한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냐, 종이냐에 따라 행복이 좌우된다며 그는 스스로를 소갑주의자小甲主義者라고 말했다.

 

 

 

   "큰 을(乙) 하는 것보다 작은 갑(甲) 하는 게 저는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인이니까요. 저는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하지 않습니다. 이걸 안 하면 대가가 없다? 일단 대가를 생각하면 을이 됩니다. 그렇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지금처럼 그야말로 야인처럼 사는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게 저에게는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트위터에서는 그의 어록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딸 바보 박경철이다. 그의 트윗 중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긴 사진들이 꽤 많은데, 유독 늦둥이 딸에 대한 사랑에 대해 어느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똑같이 아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픈 강도는 분명히 다릅니다. 아프긴 다 아프지만, 묵직하게 아픈 게 있고 악 소리 나게 아픈 게 있죠. 나이가 들어서 부모가 되는 경험은 특별한 축복이에요.

 

   부모가 될 준비가 완전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과, 내가 부모로서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부모가 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죠.

 

   화초 키우는 집과 없는 집, 강아지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이 다른데 하물며 내 자식이, 하나의 새로운 생명이 내 나이 40대에 집안에 등장했다? 저는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눈에는 고슴도치로 보이지만(웃음), 정말 예쁘기만 하죠."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과감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이유를 밝힐 줄 아는 사람이 박경철이다. 그의 말과 글 모두 신선한 충격으로 들리고, 급기야 작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 302호 특집 - ‘이 시대의 어록’(박경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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