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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민낯

대학가 담쟁이 저
세종서적 | 2015년 03월

 

 

"당신은 지금 가장 편한 마음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을테지만,
문 밖에 선 사람들은 애타게 똥줄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 알아주세요."

 

1990년 3월 모일 상허도서관 3층 어느 화장실 문에 써 있는 글귀였다. 새내기랍시고 도서관 구경을 하다가 뒤가 마려워 화장실에 들렀다가 앉은 자세로 읽은 글이니 26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공교롭게도 난 담배를 피우고, 아니 태우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만나는 촌철살인의 위트있는 한마디. '이게 대학이구나' 싶었다. 그 후 나는 대학의 모든 화장실 문(여자화장실은 제외)을 열고 읽었더랬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화장실 문구를 카메라에 담아 그것을 책으로 엮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암튼, 나는 다른 대학에 놀러가도 한 손으론 담배를 태우고, 한 손으론 코를 막으며 글을 읽었더랬다. 막상 쓰고 보니 좀 변태같지만, 정말 그랬으니 어쩔 수 없다. 민주화와 학원자율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작자미상의 글들을 선배의 말씀이거니 하고 머리와 가슴에 담았었다.

 

오늘날 대학생의 그런 글들이 책으로 나왔다. 제목도 좋다 <청춘의 민낯>.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무엇이 담겼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겠지만, 펼쳐보면 신세계가 열린다.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선배의 글이 담긴 것 같아서다.

아프고 시리다. 이토록 찬란하고 영롱한, 스마트한 머리들이 취직을 위해, 지겹지만 안전할지도 모를 돈벌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썩고 있다. JTBC의 뉴스룸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독자는 우리 모두다. 내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내 자식의 동료, 선배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몇 장만 펼쳐도 대한민국 청춘호 역시 암울한 바다에 잠겨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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