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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상식여행

[도서] 문화유산 상식여행

오주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 집을 나서 지하철 역사를 지나는 동안에도 벽면에 붙어있는 여러 광고전단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길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면서 보고있는 전단지가 있어서 나 역시 잠시 시선을 던져보았다. 그것은 바로, 호주 자원봉사대 모집 광고전단이었다.

이윽고 몇 걸을 가지 않아 오른 편에는 에펠탑의 모습이 그려진 사진이 있었다.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니가는 사람이 ' 정말 파리에 가보고 싶다' 라고 한 마디씩 던지며 지나간다.

얼마 전 제주도가 세계 7대 무슨 절경에 인가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단은 의아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일을 하던 도중 비슷한 홍보 내용을 팩스로 받은 적도 있고, 자동 ARS 응답을 통해 투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거절하였다. 혹자는 국익이 되는 일인데 참여하지 않음을 질책할지도 모를일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난 세계 7대 절경이 무엇인지도 모르거니와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 조차 힘들다. 그런 내가 투표를 하는 것은 월권이 아니겠는가?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좀 더 넓게 보고, 보다 많이 듣고 배우겠노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으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인데, 가을이 올 때 결심한 것이 11월이 지나, 겨울의 초입에 첫 단추를 꿰었으니 많이 늦었다.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만큼은 변색할 수 없으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고 할만하다.

책의 시작은 꽤나 지루하다. 사실 역사여행을 떠나기 전에 무엇인 필요한가, 또는 문화의 종류를 시작하는 첫 서두를 읽으며, 책을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내가 정말 인내심이 형편없는 사람이었다면 거기서 책을 그만 내려 놓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책장을 넘겼고, 서두를 지나서야 책은 재미를 더 해 갔다.

어떤 사물을 보았을 때, 우리는 오감을 발휘해 어떤 대상을 인식한다. 여행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여실히 내 것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행의 대상의 여실한 자연의 그것이라면 오감만으로 충분하겠지만, 우리 인간의 손맛이 더해진 그 무엇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해인가 리프스의 미학책을 가지고 경주 석굴암을 찾아가 그 앞에 있는 조그만 암자에서 한 여름을 보낸 일이있었다. -중략- 석굴암 속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무한 애를 써보았으나, 어떻게 하면 좋음직하다는 엄두도 나지 않았다. - 중략 - 나는 기초적인 학문부터 다시 시자갛여야 되겠다고 절실히 느꼈다. 그 후에 나는 섣불리 석굴암 설명을 하려면 차라리 아니한만 못하다는 결심이 잘한 일이라고 알게 되었다. - 책 중 - 박종암과 석굴암 중 일부 -

얼마 전 수능 시험이 끝났다. 언어영역에 출제된 시의 저자가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시가 출제된 문제를 풀어 보았는데, 정답을 맞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저자가 맞출 수 없는 문제를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얼핏 다른 문제 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맞물려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이야기지만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어떤 대상을 맞이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인상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만약 그 대상이 절경이라면, 뛰어난 문화재라면 더더욱 그 대상이 가진 모든 것을 보다 잘 나의 기억속에 담아. 훗날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오롯이 그 잔상을 떠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상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느냐는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나의 생각은 이렇다.

분명 내가 가진 석굴암에 대한 지식의 박종암의 그것에 비하면 여실히 모자란 것이다. 그런 박종암도 포기한 석굴암에 대해 내가 하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온전한 설명이 아닌, 그것에 한 발자국 다가서려는 노력인 샘이다.

아쉽지 않겠는가? 오묘한 뜻과 이치를 담고 수백년을 이어온 어떤 대상을 만났을 때,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름답다' 뿐이라면, 그리고 훗날 다시 되돌려 보았을 때, 머릿 속으로 그릴 수 있는 대상 조차 없어져 버린다면 말이다.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빛이 굴절하여 각양각색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더라도 그것이 빛이라는 정에서는 동일한 것처럼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심상에 대해 규정된 답안, 어쩌면 그 규정된 답안을 '아름답다' 라는 너무나 형식화된 답안에 우리의 안목이 가려져, 우리들이 누려야 할 오감에 대한 만족을 여실히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따금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어떠했냐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을 때, 자주 드는 생각은, 설마 그것 뿐이었을까? 이다.

설마 그것 뿐이었을까? 어쩌면 나 조차도, 설마 그것 뿐이었을까?

내가 보고 있는 대상을 정말 잘 보고 있는 것이진, 내가 알고 있는 대상을 정말 잘 알고 있는 것인지, 그런 질문에 보다 투명하게 답하기 위한 첫 걸음에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기자와 여행작가로 활동하기 전에 사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책은 문화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잔 지식들로 깨소금 같은 맛을 내고 있다.

불교 유산 , 목조건축, 성곽, 석조건축, 고분 까지 그리 많지 않은 지면에 적당히 배분된 문화재에 대한 설명은 글을 읽는 이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해 주고 있다. 책 한권을 이제 다 읽었다고 해서 만족하고 마는 것이 아닌 더 읽고 싶다는 느낌 만큼 좋은 감상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만족되지 못한 여러가지 호기심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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