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자 필에게 세상이 달라보인다. 매일 보는 가족이 다르고, 매일 먹는 아침 식사도 다르다.
결국 필은 자신의 이름이 필이라는 사실에도 의문을 갖게 된다. 역사시간에 출석을 부를 때, 필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은 르네 데카르트라고 이야기 해버린다.
'아주 철학적인 하루'는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 '왜'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소년이 철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철학이란 어떤 것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에 대하여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P240-
똑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내일은 무의미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그저 되풀이 한다면 내일은 어제가 되고, 오늘도 어제와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시간은 움직이고 변화하기 마련이다. 똑같은 현실이라도 현미경을 들이대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우리는 그 변화를 미미하나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미미함'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기쁨에도 무덤덤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어떤 것'에 대하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다. 1년을 다른 숫자로 표현하면, 365일, 8,760시간이나 된다. 그 1년 이란 기간 동안 은행나무는 봄이면 새싹을 튀우고,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나고, 가을이면 낙엽을 지우고, 겨울에는 낙엽을 모두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채 어느날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보며, 탄식하곤 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은행나무의 변화를 서서히 눈치챌 수 없었던 것은 우리가 나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다.
-P265-
진리를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안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삶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는 길이야
'왜'라고 질문하는 아이를 볼 때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렇게 질문을 해오는 아이에게는 지나치리 만큼 세세한 설명을 하게 된다. 반면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쪽도, 그리고 대답하는 쪽도 말 수가 적어진다.
책에 대해 요약하면, '아주 철학적인 하루'는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과거 학창시절에 필과 비슷한 느낌과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난 그 의문을 지금껏 마음 어딘가 닿지 않는 곳에 던져 둔 채로 였다는 것...
어쨌든 책은 철학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지루한 면이 있지만, 대개는 어려울 수 있는 철학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른에게는 과거에 가졌던 호기심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겠지만, 그에 비해 지금의 어른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반면, 만약 아이들 또는 청소년들이 읽는 다면 보다 흥미있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읽으면서 청소년을 위한 철학 입문도서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