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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도서]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김석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건축과 인문학은 얼핏 보기에 연관이 없는 분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두 분야에 모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얼핏 관계 없어 보이는 이 두 분야에 내가 미쳐 알지 못한 그 어떤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책의 저자는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입니다. 그런 그에게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철학과 인문학 등 여타 분야에도 건축만큼 관심이 깊고 또 조예가 깊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건축학 한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터인데, 이 두 가지 분야를 함께 다루고자 할 때, 그 작업이 얼마나 큰 일인지 짐작이 갑니다. 게다가 그러한 작업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망라하고자 할 때, 그것은 정말 대작업입니다.

 

1.고대 문명의 집

2.중세문명의 건축

3.르네상스/산업혁명의 도시

4.지식산업사회의 인문학

5.한반도 인문학

 

약 300페이지의 책 속에 고대~현대에 이르는 대표적인 건축물들과 건축가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건축물들을 시대순으로 구분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건축의 역사를 인문학의 흐름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가장 첫번째 장인 고대 문명의 집을 읽으면서 처음 대한 건축과 인문학의 이야기는 다소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며 읽어나가던 책은 중세 건축 이야기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흥미를 갖게 만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은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두 분야를 성공적으로 다룬 책입니다. 역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건축물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저자가 평생을 연구하고, 그리고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한 것들을 마치 후학들에게 이야기하듯이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르네상스 시대에 완성된 고딕양식의 건축물입니다. 이 두오모가 굉장한 건축물인 것은 두오모 자체 뿐만 아니라, 두오모가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오모 바로 옆이 갈레리아(아케이드)이고, 그곳을 지나면 라스칼라 극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갈레리아와 라스칼라의 밑으로는 지하철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고대 양식의 건축물이 중세시대의 건물과 그리고 산업혁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철과 어우러져 하나의 광장을 이루고 있고, 그러한 모습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광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광장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오늘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서로 만나는 곳입니다.

- 132 페이지 -

 

책을 본 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좌)과 카사밀라(우)는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두 건축물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으로 20세기를 특정짓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건물은 20세기 산업혁명이 나은 건축 소재인 철골, 콘크리트를 이용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를 탄생시켰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실험적인 시도는 지금까지의 건축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습니다.

 

20세기초에 착공해 지금까지 짓고 있는 파밀리아 성당은 건축물 전체가 예술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화려한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카사밀라는 독특한 외면을 압도할 만큼 화려한 내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906년에는 상대성원리가 발표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양자역학이 일어나고 거대한 우주부터 극세한 세상의 원리까지 알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20세기 최초의 변화입니다.

- 164 페이지 -

 

1900년대 초반에 지어져 지금까지도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건축물이 있습니다.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사진)이 그것입니다. 이 두 건축물의 경제 대공황 이후 다시 일어서는 미국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특히나 저자는 크라이슬러 빌딩을 걸작으로 꼽습니다. 글을 읽으며 다시 두 빌딩을 보니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무언가 투박스럽게 생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비해 여러 곡선 무늬를 기하학적으로 배치시킨 크라이슬러 빌딩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에 비견될 수 있는 산업사회의 건축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라이 슬러 빌딩은 당시 예술이 정화였던 아르데코(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과거 수공업 생산 시절 흐르는 듯한 곡선을 즐겨 사용했던 아르누보 양식에서 벗어나 패턴의 반복, 동심원,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형태를 추구한 예술양식) 최고의 걸잡입니다.

- 177 페이지 -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를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사람이 바로 르 코르뷔지에 입니다. 책에는 그의 창의력이 반영된 독특한 건축물이 또 등장하는 데 그것이 바로 롱샹(위 사진)입니다. 보기에도 마치 실존하는 건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이 독특한 건축물이 바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건축물이 교회라고 한다면 더욱 믿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기에도 유별나게 생긴 교회는 프랑스 교외의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직접 보지 않으면 그 감흥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경우, 이 건물을 처음 마주하고 맨정신으로 마주할 수 없어 마을로 돌아가 와인을 두 병 사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기존의 교회 공간 형식에 새로운 빛과 그림자의 공간이 대지와 조화를 이루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건축을 탄생시켰습니다. 건축의 장식을 배제하고 조형성과 공간성이 교회 기능을 충실히 수용하는 인간 중심의 공간을 추구한 그의 건축 철학을 보인 롱샹으로 해서 현대 건축의 기본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 192 페이지 -

 

화려한 칭찬과 미사여구가 가득찬 책보다는 저자의 현실적인 안목과 비판이 적절히 어우러진 책이 좋은 책입니다. 저자는 미국 쌍둥이 빌딩 재건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 속에 우뚝 솟은 건물이 예전 쌍둥이 빌딩 자리에 세워지게 될 고층 건물이라고 합니다. 우리들는 수묵화의 '여백의 미'를 이야기 하거나, 혹은 '든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모른다'는 속담을 자주 인용하고는 하는데, 이런 점들을 생각들을 해 보면,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갑니다.

 

저는 그라운드 제로를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업적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지하 100층을 파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지하 도시를 만들고, 그라운드 제로를 그냥 두는 것보다 더 좋은 안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192 페이지 -

예전에 파리를 방문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누군가 저에게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곳이 라데팡스 입니다. 바쁜 여행 일정에도 불구하고 라데팡스의 그랑드 아르슈(사진 속 좌측 하단)를 보았을 때, 그 앞에 잠시 앉아서 라데팡스 주변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데팡스와 그랑드 아르슈는 현대적인 건축이 첫째, 경제/상업적인 목적, 둘째, 아름다움과 조화 그리고 세번째로 효율적인 공간과 교통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1958년 라데팡스라는 신도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국영 기업들을 강제로 보내고 세금을 면제해 주었지만 기업들이 신도시로 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 중략 - 그랑드 아르슈를 만들어 개선문과 짝을 이루게 해 하나의 도시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라데팡스는 2년 안에 꽉 찼습니다. 현재는 파리 세금의 75%를 라데팡스에서 걷습니다.

- 152 페이지 -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앞으로 건축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애정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옳지만 아직은 작은 목소리 이기에 독자 한 명, 한 명 혹은 각 개개인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듣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전체 석유 에너지의 반은 건축에 쓰이고, 1/4은 산업에 쓰이며, 나머지 1/4은 교통에 쓰입니다. 건축에서도 제일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부분은 냉낭방입니다. 냉난방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초고층 건축입니다. 사방팔방 초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스마트 그리트(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 아래 실시간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략망 시스템)를 떠드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 204 페이지 -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보다, 책을 읽은 지 중반 정도가 지났을 때가 더 좋았고, 또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책을 읽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알게되어 더욱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마치 책 자체가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하여 많은 내용을 알기 쉽게 잘 수용함으로써, 건축가인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효율적인 에너지와 공간활용 그 자체를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기에 나열된 내용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채 300페이지가 안 되는 책에서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책에서는 건축가로서 그리고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러한 열정과 그리고 건축과 인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는 앞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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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떼

    제가 요즘 빠져 있는 인문학 서적인데.. 건축을 주제로 했다는데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현실적인 안목과 적절한 비판이 들어가 있다니 더더욱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2012.11.26 09:57 댓글쓰기
    • 비와구름

      저랑 비슷하시네요^^ 인문서적이 어렵지만 재미가 있다는.. 요즘에는 네권 읽으면 그 중 두권정도는 인문도서 인것 같습니다.

      2012.11.26 13:40
  • rheb320

    목차를 보면 4대강 이야기가 있던데, 어떻게 서술되어 있는지 알수 있을까요? 인문학과 건축의 만남을 생각하시는 분이,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해 긍정적인 서술을 했을거라고는 상상이 가질 않네요...

    2012.11.26 11:22 댓글쓰기
    • 비와구름

      안녕하세요? 책의 후반부 50여 페이지를 할애 하여 한반도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4대강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4대 강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행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드러나 있습니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계획은 강과 운하를 구분하지 못한 개발이며, 한반도가 가진 지리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어요 책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꽤나 소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12.11.26 13:39
    • rheb320

      아 그렇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2012.11.2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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