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이면서 동시에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오악사카 저널'을 통해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을 돌아보면서 경험한 것과 느낀 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올리버 색스는 글을 적는 습관 또는 취미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글을 쓸 때 특별히 책으로 내기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고, 단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일기와 같이 적는다고 말한다. 한가로운 오후, 맑은 날씨의 거리에서 차양 밑 테이블에 앉아 글을 적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최근에 스마트 폰 등 휴대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메모와 펜은 물론, 책 마져 전자책이 만연하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글을 가까이하는 올리버 색스의 모습이 더욱 살갑게 느껴진다.
책의 순서는 일반적인 기행문과 같이 시간 순서로 되어있다. 차례를 보면 짐잣할 수 있듯이 올리버색스의 일주일 가량의 오악사카 방문이 책의 대강이라고 하겠다.

사실 '양치류'라고 하면 많이 낯선 것이 사실이다. 책 속에서 이어지는 양치류 학명은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은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 그리고 여행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감이라고나 할까?
양치류 연구회 라고 하면, 마치 무언가 전문가 집단의 냄새가 나는 듯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가지각색, 남녀노소의 사람들이 아무런 경계 없이 단지 양치류가 좋다는 이유로 모인 동아리로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모임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모임은 우리 주변의 모임들을 뒤돌아 보게 한다. 최근에 우리 주변에도 여러가지 모임이 많은데, 개중에는 모임 자체의 목적 보다는 다른 것이 주가 되는 주객전도의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할 때도 있다. 올리버 색스가 속한 양치류 연구회의 모습이 좋은 것은 바로 소박함이다. 거대하고 화려한 유적지가 늘어서 있는 곳에서 그들은 먼저 양치류에 눈길을 준다. 여행 가면 명소를 배경으로 사진 남기기에 바쁜 우리들의 여행 방식도 뒤돌아 보게 된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예술과 건축에 감탄하던 우리는 이제 빨리 밖으로 나가서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 식물을 보고 싶어 안달한다. 사실 전문가들, 그러니까 카메라와 수첩을 지참한 스코트와 밝은 색 멜빵바지를 입고 제3의 눈인 휴대용 렌즈를 가져온 데이비드 에머리는 아예 궁전에 들어와보지도 않고 밖에서 식물을 연구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P147-
한 가지더 오악사카 저널이 가진 장점이자 이전 책들과의 다른 점은 다양함이다. 다른 올리버 색스의 책들이 전문적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루어 진데 반해, 오악사카 저널에는 보다 폭넓은 분야의 지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그러면서도, 다양한 주제들은 멕시코와 오악사카 지방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여행을 함께 하는 일행들의 이야기 그리고 멕시코에서 가이드 역할을 맡은 루이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멕시코 지방의 여러 식물들 뿐만 아니라, 음식, 관습, 문화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나 책을 읽으면서 멕시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멕시코라는 나라이름을 자주 들어서 익숙했지만, 그에 반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 중 4분의 1은 개미다. 개미는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대량의 식량원이 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녀석들의 몸에서 포름산인지 뭔지를 빼내는 방법만 발견된다면, 녀석들은 굶주린 사람들의 식량이 되어줄 것이다.
-P150-
나 역시 여행을 하면서 여행일기를 쓰려고 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유롭지 않은 일정 속에서 중간중간 짬을 내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올리버 색스 처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세히 적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그렇지만, 그가 아무런 의도 없이 그저 일기를 적었듯이,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그 여행을 더욱 값어치 있는 추억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나에게 여행의 기회가 있다면, 타지에서 글을 쓰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