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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도서] 소란

박연준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ㅣ. 시인이 쓴 산문집에는 이런 특징이 있는 듯 하다.

분명 산문을 읽고 있는데 중간 중간, 눈길이 머무르는 곳이 많아진다. 여백과 함축이 많아서 그 순간 다음 단어로 넘어가지 못하고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필자가 느꼈을 만한 경험과 감정을 추측하고, 자연스레 그와 비슷한 내 삶의 장면으로 시선과 생각이 이동한다. (최근에 #유희경 시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읽은 문장을 빌리자면) '좋은 글은 원하는 무엇인가를 바로 가르쳐 주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감각하고 사유함으로써 깨닫게 한다.'고. 무엇이든 섣불리 위로와 위안을 주는 것은 날아간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와 오래 머무르는 그 무엇이 되자고, 그런 사람이 되자고.

2. 내가 아주 좋아하는 #요조 작가의 #실패를사랑하는직업 의 일부분을 빌리자면, '시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시적인사람 이란 삶에서 슬픔과 상처의 감각을 인지하는 사람이다. 그러한 감각이 작고 약한 것을 보듬게 하고, 타인이 가진 슬픔과 상처를 알아보게 한다. 또한 그 감각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넓은 문장의 세계로 나아갈 때 그것이 곧 '시'가 될 수 있다고. 이 책 '소란'을 읽고 그를 통해 필자가 지나온 삶의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다시 한번 요조 작가의 '시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는 문장을 찾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유독 '순간 멈춤'이 되었던 문장들을 소개하자면

_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_ "여름도 이제 거의 다 읽혔어." 당신이 혼잣말하고. 한동안 시를 못 쓴 나는 시 곁을 기웃거리기만 했습니다. 괜찮아요. 그 일도 시의 한 부분일 거예요.?

_ 때론 말없이 그저 고요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바다는 날마다 새로운 귀를 준비하고, 밤마다 무거워진 귀를 털어내는 고단한 작업을 하면서도 한번도 찡그리지 않는다.?

_ 우리는 에둘러 가자. 급하지 않게 돌아서 가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아프게 해도 그거 다 달게 받자. 세상은 모든 알코올중독자에게 관대해야 해. 세상은 모든 농부에게 절해야 해. 세상은 모든 바보 이반을 사랑해야 해.?

_ 그러나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4. 필자는 '좋은 시를 읽을 때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시를 읽다 시 비슷한 것이 쓰고 싶어지는 상태'를 만난다고 한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를 막 넘기고 있다.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고, 짐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뭔가 어수선한 집안을 정리하고 저녁밥을 챙기고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뒤 토닥토닥 안녕하고, 다시 건조기에서 보송보송 마른 빨래를 꺼내 차곡차곡 접어주고, 마지막으로 소금기가 묻어 있는 신발 몇 켤레를 빨아 탁탁 털어 말려주고 나니, 비로소 남편과 아들이 잠든 고요한 거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의 시각이 되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 좋은 책과 시와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문장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하루에 생겨난, 혹은 요즘의 날들에 생겨난 기쁨과 슬픔을 감각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하루는 비루하고? 존재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순간이 모여 더 좋은 날들을 약속하게 만든다. 우리가 생각하고 알아차린 문장만큼 내일은 더 깊어진 순간들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문장?
#박연준 #소란?
#요조 #시는언제나어렵고그것은나에게아주쉬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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