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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도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이어령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도서 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로마 공동묘지에 입구에 있는 문구로서,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책을 읽다가 문득 라틴어 수업 책의 문구가 생각났다.

이 책을 통해 관통하는 단어는 죽음이다. 이어령 선생께서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고 했다. 선생께서는 죽음이란, 마치 동물원 호랑이가 쇠창살을 뚫고 나와 나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죽음을 코앞에 둔 자로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평생 살아왔던 지성의 흔적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었다.

2019년 작가는 조선 비즈의 인터스텔라라는 코너에서 이어령 선생을 인터뷰 후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를 올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선생의 제안에 따라 스승과 제자 형식으로 거의 1년 동안 인터뷰한 것이 소재가 되어 이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김지수 작가의 언어적 색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와 대화를 나눌 때면 그의 시한부 삶이 그의 입술 끝에 매달려 전력 질주하는 것 같았다. 소크라테스, 니체 등, 양자 컴퓨터를 넘나들며 커브를 돌 때마다 그 엄청난 속력에 지성과 영성이 부딪혀 스파크를 일으켰다. 우수수 떨어지는 부스러기만 해 수습해도 남은 인생이 허기 지지 않을 것 같았다. (8)”

이 책을 읽으면 그녀의 문체에 놀란다. 작가가 표현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긋기도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 둔 곳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마 김지수 작가가 아니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령 선생도 김지수 작가로부터 그런 능력을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선생으로부터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과목으로 독특한 과외를 받는다. 사전에 디테일한 주제도 없이 각자 머리에 있는 상념을 꺼내 놓는다. 그것은 고난, 행복, 사랑, 용서, , ,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변화무쌍하게 흘러간다고 했다.

선생의 머리에 있는 상념을 꺼내 놓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적이고 지성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선생의 언어를 잘 잡아내기 위해 질문하고 이것을 문장으로 녹여낸 작가의 능력도 놀랍다.

우리 삶과 죽음을 파도와 흔들리는 촛불에 비교한 것, 아날로그는 뱀, 디지털은 계단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생전 생각지도 못했던 문장들은 마음에 지적 도화선이 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암에 투병하며 죽어가는 사람에게 이런 표현들이 나온다는 것이 기적처럼 보였다.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이어령 선생만의 지성으로 탄생되어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이어령 선생께서는 간직한 이러한 에피소드가 1만 개가 넘는다는 말이 있다.

풀을 뜯어 먹는 소처럼 독서 하라.’ 평생 지성인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나온 이 말은 내 영혼에 큰 울림을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가슴에 다가오는 것을 인용하려면 끝이 없다. 그만큼 정리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이어령 선생의 지성들은 작가의 언어로 책 곳곳에 널려 있다고 본다.

이런 지성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90쪽에서 이어령 선생은 표현했다.

나 좋다는 사람 많지 않아. 나를 아는 사람들, 동료들, 제자들은 나를 다 어려워했어, ~중략~ 그래서 외로웠네. 그래서 외로웠네.”

이어령 선생의 지성은 이 외로움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외로움은 그에게 지성 이어령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냈다. 평생 고독과 외로움을 통해 사유하고 창작하며 1만여 개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 책은 암 투병으로 생의 끝자락에서도 영혼을 불태우는 투혼에서 나온 말이라 더 감동되었다.

내 몸은 이미 불꽃이 타고 남은 재와 같다는 그의 말에서 충분히 느끼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는 한 번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누구나 그 길로 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의 길이다.

이어령 선생의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뭘까? 바로 이타적인 삶이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끝까지 이기적일 것 같은 사람도 타인을 위해 파 뿌리 하나 정도는 나눠 준다네.‘

선생께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책에 나오는 노파와 파 뿌리 이야기를 통해 천국과 지옥을 얘기했다.

또 하나는 우리 삶과 죽음을 유리컵에 비유하면서 육체, 마음, 영혼으로 나눈 것이다. 컵 안에 있는 내 영혼은 우주와 맞닿아 있다. 이 얘기는 책 초반에 나오지만,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어령 선생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떠날 때 가져갈 것은 영혼밖에 없다. 이어령 선생은 어떤 영혼을 가지고 저세상으로 갔을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책에서 우리의 삶은 내면을 성장시키고 영혼을 갈고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영혼을 갈고닦는 것은, 이타적인 삶과 무관하지 않다.

파 뿌리 하나 더 나눠 주는 실천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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