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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희 곤충학 강의

[도서] 정부희 곤충학 강의

정부희 글,사진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쉽게 풀어 쓴 곤충학 입문서'를 표방한 정부희 교수님의 <곤충학 강의>.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쓰려고 노력하신 티가 났지만 그래도 곤충에 대해서라고는 "머리,가슴,배, 거미는 아님." 정도만 겨우 아는 수준인 나에게는 역시나 어려운 말들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딱 내 수준일지도.
하지만 이 책을 인터넷 기사를 읽듯, 대충 읽고 싶은 부분만 스캔하듯 읽기는 싫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여러번 씩 다시 읽느라 완독하려 애쓰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렇다고 해도 리뷰가 너무 늦었다.
깊이 반성할 일이다.
이제껏 몰랐던 세계 하나가 열리는 경험을 안겨 준 이 책의 리뷰를 잘 쓰고 싶었던 욕심이 과했던 결과다.
'곤충,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로 서문을 여는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에서는 '곤충의 탄생과 번영'이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에 곤충이 언제 생겨났는지, 어떻게 진화했는지, 족보는 어떻게 되는지 하는 근원적인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다.
20페이지에 등장하는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나뉘는 분류체계부터가 대혼돈인 상태로 나의 곤충학 입문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얼마나 무식한지 저자께서 설명에 나온 곤충들 중 한 두 종씩 직접 찍으신 사진을 첨부하고 종이름을 표기하셨는데 과(科)와 과(and)를 헷갈린 나머지 "자나방과 별박이자나방"이라고 소개된 사진을 보고는 어라? 나방이 왜 한 마리지? 자나방이라는 거야, 별박이 자나방이라는 거야? 라던가 "뿔잠자리과 노랑뿔잠자리"를 보고는 어머 조사를 '와'로 써야 되는데 오타가 났네 하는 식의 웃픈 착각을 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장에서는 '곤충의 몸 생김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뿐 아니라 몸 구조와 다양한 더듬이 모양을 세밀화를 곁들여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그 작은 몸집에 그렇게나 많은 기관들이 있고 마디가 있는지, 특히 얼굴 구조가 그 정도로 복잡한지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라 연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곤충도 양쪽에 하나씩 두 개일거라고만 지레 짐작했던 눈이 실제로는 겹눈과 홑눈이 각 각 다른 위치에 있고 왕잠자리의 겹눈은 무려 2만 8천여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나는 곤충 중에 그나마 잠자리를 가장 좋아한다.
여름 절정부터 가을 초입까지 하늘을 수놓는 잠자리들, 애벌레시절부터 원수같은 모기들을 처치하는 훌륭한 잠자리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렸을 땐 이 밭 저 밭 돌아다니며 잠자리를 스무마리 쯤 잡고 나면 하루가 다 갔었는데...
내겐 어린시절 친구와도 같았던 잠자리가 알고 보니 파리보다 하등한 곤충이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만 곤충의 세계를 인간의 세계에 빗대어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라서 흔히 범하는 오만한 실수이자 착각이려니 하고 냉혹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너희 파리들을 잠자리보다 뛰어난 종이라고 인정하진 않을거야!)

3장에서는 '곤충 몸의 원리와 생리작용을 다루고 있다.
곤충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뼈'라는 사실도 충격인데 탈바꿈을 하는 과정에서 원표피가 표피에서 분리되고, 표피는 새로운 상표피를 분비, 탈피액이 오래된 내표피를 용해시키는 동안 새로운 외표피가 분비되고 용해된 물질은 재흡수 된다는 점이 너무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탈피과정이 비단 몸집을 키우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자연에서 생존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니 그것은 어쩌면곤충의 몸에 온 우주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곤충학자들이야 말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사람들 아닐까?
또 배추흰나비들이 식물의 맛을 구분할 줄 알고 십자화과 식물 잎에 같은 종족 애벌레가 있으면 그 잎을 피해 다른 잎에 알을 낳는 배려심을 갖춘 곤충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4장에서는 '곤충의 생존전략'을 알아본다.
외부환경이 갑작스레 나빠질 경우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지하는 '휴면'과 너무 높거나 낮은 기온으로 인해 활동하기 힘든 계절동안 천천히 성장하며 다른 계절에 깨어나는 '휴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신기한 건 곤충의 몸 속에는 생존에 필요한 묘약을 생성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겨울 휴지에 들어갈 경우 혹한에 몸이 얼지 않도록 부동액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글리세롤)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휴면은 세부적으로 나뉘는데 지구에 사는 생물종의 2/3에 해당할 만큼 많은 수의 종 다양성을 지닌 존재들인 만큼 한살이 방식이 제각각이라 치면 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여러 갈래인 건 필연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종들간에 오가는 특이한 소통 방법과 방어 전략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들을 더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꼭 알아야 할 곤충들'로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잠자리, 바퀴, 사마귀, 메뚜기,나비,벌, 좀 등 친근한 존재들을 '목'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말하자면 곤충학 입문자를 위한 '기초' 단계에 해당하는 곤충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결코 간단하지 않지만...)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단원이기도 하다.
단, 기대보다는 적은 종류에 "이게 단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으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곤충학 강의'이지 '도감'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 이것은 즉, 도감과 이론서의 차이를 뒤늦게 깨달은 자의 자기 반성에서 우러난 조언인 것이다. (지 얘기란 소리)

나에게는 혐오를 넘어서 엄청난 두려움을 유발하는 존재가 하나 있는데 바로 나비.나방과 곤충들이다.
밤낮에 관계없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귀신을 만나는 것만큼 무섭다.
접촉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나 사진이 닿는 것조차 무서워 하는데 이 정도면 공포증이지 싶다. (그런데 나비공포증이란 것도 있을까?)

그래서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에 앞서 많은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사진을 만지게 될까봐 미리 사진이 첨부된 페이지들을 훑으며 플래그로 표시를 해두고 넘길 때마다 조심해 가며 봤지만 그래도 무늬가 화려한 종들의 사진을 보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저자의 첫 문장이 마법의 주문이 되었는지 앞으로도 어떤 곤충들은 몸에 닿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은 끼치겠지만 드넓은 자연에서 천적과 인간, 기상 이변등의 온갖 위기 상황들을 무사히 넘기고 고단한 성장과정을 거쳐 비로소 성충이 된 그들의 생명만큼은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낮에 베란다 안으로 콩알만한 풍뎅이 같은 아이들이 두 마리 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고 종이에 올려 밖으로 데려가 나무에 올려 주었다.

이런 걸 아는 게 병이라고 하는 건지 기껏 올려 주고 들어오면서 혹시 먹이 식물이 아니라서 굶어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안하던 걱정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웃음이 났다.

무엇이든 알 수록 더 흥미롭고 중요해지기 마련이겠지만 전보다 더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사랑하게 되는 건 자연이 창조해낸 것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값진 깨달음이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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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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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seyoh

    저도 머리, 가슴, 배 만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리뷰, 꼼꼼하게 읽어보게 됩니다.
    곤충, 아는만큼 보인다는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될테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2021.07.17 06:09 댓글쓰기
    • 달빛망아지

      곤충에 대한 지식과 함께 자연을 경외하고 작은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얻었어요. 곤충들이 이렇게 고도의 생존전략으로 치열하게 한살이를 해내는구나 싶은 생각에 몇 번이나 감동했답니다. 저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책이었습니다.

      2021.07.17 07:43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지금껏 곤충과 관련된 책들을 읽었는데, 대부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다보니 간단하면서도 사진 위주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강의'라는 제목에 걸맞게 꽤 전문적으로 곤충에 대하여 상세히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꽂혀 있는 [우리땅 곤충 관찰기]를 읽었다면 이 책으로 좀 더 곤충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딱 봐도 읽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책처럼 보여져서 그런지 달빛망아지님의 진솔한 리뷰가 더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

    2021.07.18 21:25 댓글쓰기
    • 달빛망아지

      곤충의 세계가 너무도 신비로워서 어려운 부분들을 여러 번 읽는 수고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세계 곤충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엄청난 연구와 탐사를 해왔음에도 미처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있다는 게 또 한 번 신기하더라고요. 도감을 한 권 구비하면 좋겠다 싶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2021.07.18 21:54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