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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귀신이 되다

[도서] 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허스토리라는 말처럼 역사에서 여성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필사, 야담에서도 그럴 줄은 몰랐다. 사실 놀랍지 않지만 모든 걸 세세하게 인식하지 못해서 알게 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든다. 사대부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귀신 이야기를 골라 기록한 걸 마냥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을 우선에 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 애초에 사대부만이 그런 권력을 가지면 안 되는거다. 

 

애초에 이와 같은 필기·야담은 기록하는 사람도 사대부 남성이요, 읽는 사람도 공부하는 선비나 관리와 같은 사대부 남성들이었다. 이들은 현대의 독자들이 심심할 때 주인공이 남다른 능력과 운을 타고나 어려움을 손쉽게 돌파하는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뛰어난 사대부들의 무용담을 심심풀이 삼아 읽으며 자신을 동일시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죽은 여성의 억울한 사연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기록자와 독자들이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사대부 주인공은 원귀의 억울함을 손쉽게 해결해주었고, 원귀들은 이들 앞에 나타나 감사를 표한 뒤 사라진다. 마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더는 거추장스럽게 굴지 않겠다는 것처럼. 

 

다양한 환경의 기록자가 필요하다. 요즘엔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등단말고도 많아졌다. 한창 책 말고 블로그 글 읽는 재미에 빠졌었는데 책이 아무리 빨리 나온다고 해도 오늘 일을 오늘 쓰는 블로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SNS만 키면 저 멀리 비행기 타야 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내 생활 반경과 전혀 겹치지 않는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블로그 소개 글처럼 읽을 건 많은데 다 읽기는 힘들 것 같아 슬프다. 

 

이런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이 땅에는 마치 신도 인간도 남자뿐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우리는 엄연히 이 땅에 자리했던 여신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세계를 창조한 거대 여신의 설화는 민간에서 구전되어왔지만 국가적인 제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서사무가에서도 당금애기나 바리공주처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여신들의 이야기는 전승되었지만 원시적인 거대 여신의 이야기는 구송되지 않았다. 

 

초중반의 이야기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비슷한 틀의 이야기는 들었는데 뒷부분의 거대한 창조신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인용 글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온 만화 <극락왕생>이 생각났다. “만일 역사가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면?" "이 세상의 슬픔과 기쁨을 만든 게 여신이었다면?"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만화인데 외부로 인해 한번 끊긴 여신 이야기를 다시 잇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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