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사이, 제 일에 바빠 소식 모르고 지내던 사이에 부모 같은, 동생 같은 동포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니 분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저 또한 그렇게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다.
삼이 니, 내 우에 계속 가입 미뤘는디 모르갔어? 내래 일생을 걸 결심이라야 가입하는 거이 마땅하다 여겨서 여즉 가입 안 한 거이야.
내래 언시에 싸우구 싶다 했습네까. 세상에 싸우기 좋아하는 이가 있답데까? 싸우구 싶다는 거이 순 거짓입네다. 싸움이 좋은 거이 아이라 이기구 싶은 거입네다.
우리는 마흔아홉 우리 파업단의 임금 감하를 크게 여기지는 않습네다. 이거이 결국에는 피양 이천삼백 고무 직공 전체의 임금 감하를 불러올 원인이 되기에,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는 것입네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 독립운동에 관심 없던 강주룡이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기까지의 일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생동감 넘치는 사투리까지 합쳐져 강주룡의 발자취를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볼 수 있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은 감옥에 있는 강주룡의 모습으로 포문을 열며 궁금증을 유발하고 마지막은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 된 동료의 상상으로 끝맺는다. 소설 형식이라기엔 낯선 영화 같은 연출이다. 고공에서의 일도, 감옥에서의 일도 혼자만의 싸움이라 책의 마지막처럼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온전히 혼자가 아니었던 싸움을 말해준다. 멋있는 이름에 걸맞게 한번 마음먹은 일은 최선을 다하는 강주룡의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여성 위인의 이야기를 읽고, 발굴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