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던 것과 달랐다. 가볍지만 깊게 팔 수 있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가볍다고 느꼈다. 글이 짧게 끊어져서 깊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좋았던 문장들을 몇 개 적는다.
p.71 쾌락과 고통이 한데 모여 설렘으로 남는 기다림은, 동시에 대단히 실천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 기다림의 역설은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쾌락과 설렘이 공존하는 기다림이라니, 반대되는 단어로 비유되는 걸 보니까 내가 왜 기다리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p.137 소크라테스 쾌락과 좋음은 별개다. 마음껏 가려운 곳을 긁는 것보다 가려움증을 치유받는 것이 좋음이다. 진정 좋은 것은 쾌락보다 우월하다.
요즘 자유주의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어디까지가 자유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쾌락과 좋음을 별개라는 말이 고민을 조금 명확하게 해주었다.
p.202 역사를 잊은 민족, 역사 무의미하다. 레비스트로스는 시간보다 공간을 강조한다. 어떤 시간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 묶여 사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항상 집-학교에만 있다가 다른 공동체로 나가 못 보던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내가 있던 장소가 좁게만 느껴지고 나만의 고민인 줄 알았던 것이 모두의 고민이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어떤 공간에 묶여 사는지의 여부 아닐까?
p.230 고대의 탐구는 신을 향한 인간의 자세에서 비롯. 인간 사회의 무수한 개념과 문제를 신적으로 해석. 고대사회의 기득권 찬탈 투쟁은 물질과 의식에 대한 해석의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권한에 대한 투쟁. 이 해석학적 틀을 향한 투쟁은 법학으로 이어짐. 법전을 참조하여 해석하는 행위는 고대와 다르지 않다. 기존의 신학적 해석학에서 벗어나 인간 이성에 대한 관념적 해석학이 필요했다.
요즘 법학 드라마를 보는데 신적으로 해석하던 게 법전 해석으로 이어지고, 신 대신 이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