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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숨

테드 창 저/김상훈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5점

몇 번을 말할까, 나는 SF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말하기엔 약한 감정이고 좋지 않다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피해 다닌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좋고 싫은 것들이 그러하듯 어디에든 예외는 존재하고 결국 그 감정을 파헤쳐보면 단순한 기호의 공식이 아닌 조금 더 복잡한 심리가 깔려 있다. 내가 가벼운 말로 'SF가 싫다'는 말을 던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말하고 간다.

 

책에 대해 말을 하려면 우선 이 얘기부터 꺼내야겠다. 본 책과 직접적으로는 관련 없는 이야기이다.

 

지난봄에 난데없이 마블 영화에서 새로운 최애를 잡고 돌아왔다. 평소에 영상 매체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집중력이 부족해 몇 번이나 영상을 멈추고 딴짓을 했다. 그렇게 괴로워하면서도 어찌저찌 영화를 보고 다시 글을 찾아 떠났다가 그 팬픽을 보게 된 것이다.

 

SF라는 말에 안 보겠다고 무시하고 다른 글을 읽는데, 아 이 작가님 글이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못 본 체 했던 그 팬픽을 열었다. 가장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야기의 설정과 모티브는 테드 창의 단편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 빌려온 것입니다.' 다른 글처럼 이 글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런 것도 SF구나 싶었고 곧바로 SNS로 들고 나가 읽어줄 사람을 구하고 다녔다. 그리고 몇 주 뒤에는 해당 게시글이 내려갔다. 이후는 블로그에 썼던 내용과 동일하다. 작가님의 계정을 찾아갔고 지금 내 폰에는 해당 글의 파일이 있다.

 

그리고 이제 본론에 앞서 이 말부터 하고 가자. 이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지난달에 무엇을 했는가, 하면 북클러버를 신청했었다. 신청 완료 메일을 받고 책을 준비해야 했는데, 우리는 사다리 타기로 당첨된 사람이 책을 고르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테드 창의 <숨>. 지금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책이다. 내적 반가움과 함께 '아, 이거는 읽을 수 있지!' 하고 냅다 오케이. 조금 두꺼워 보이지만 그래도 한 일주일 읽으면 될 거란 생각에 주문도 늦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다. 아마 한 반쯤은 읽은 것 같다. 말이 반이지 목차를 보니 9개 중 4번째 단편까지밖에 못 읽었다.

 

첫 번째 단편을 읽고 애매한 기분으로 두 번째 단편을 열었는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와 맞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세 번째 단편에서 더욱 강해졌고, 네 번째 단편을 읽었을 땐 또 알 수 없어졌다.

 

앞서 내가 전에 경험해보았던 SF들을 말해보자면,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확실한 호好였다. 완전 쬐끔 읽었지만 <당신 인생의 이야기> : 만약 첫 번째 단편과 '지옥은 신의 부재의 분위기'가 책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면,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 너무 확실한 불호. 그리고 다수의 2차 창작들... 그러니까 소재 보다는 (이미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재해석이 중점이 되는 창작물.

 

어쨌든 대체로 우주 공간에 관련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광활하거나, 기계 또는 로봇이 나오면 흥미가 식기 시작한다. 이게 내가 진짜로 싫어서 피하는 건지, 싫어 하고 싶어서 피하는 건지 알 수가 없긴 한데. 아무튼. 본 책에 대한 내 관심은 두 번째 단편이 나온 순간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는 소리이다.

 

SF란 무엇일까? 흔히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소재' 같은 데서 자주 보긴 했다. 같이 나오는 소재로는 SF말고도, 신/종교 관련 주제가 있었고(공교롭게도 이쪽도 그렇게 좋아하지 못하는 편이다) 철학이 있고(...) 인류에 대한 희망이나 사랑 같은(.......)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 진짜 대놓고 말하자면 지금 나온 내용 중 내가 선호하는 주제는 없다. 나는 오로지 판타지와 액션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SF가 무엇인지를 검색해보니 사이언스 픽션이라고,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아...

 

내가 이해하지 못한 책을 만나면, 감상평을 쓰기 전에 검색을 돌린다. 원래라면 책을 사기 전에 했어야 했던 자료 조사를 그제서야 시작하는 것이다. 책의 판매 페이지에 가서 작가 소개도 다시 읽어보고, 다른 사람들 후기도 읽어보고, 그리고 구글링을 통해 좀 더 긴 감상문을 찾아본다.

 

소재의 신선함, 풍부한 상상력, 경의로운, 흥미로운, 매력적인, 그리고 작가 찬양과 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인용... 이런 리뷰들을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우리 같은 책을 본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솔직히, 명백한 이유 없이 단지 SF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해 오기를 몇 년째, 울며 겨자먹기로 골라 잡았던 SF 소재의 창작물들이 연달아 내 마음속 히트를 치면서 자연스레 이쪽으로도 슬그머니 관심이 생겼다. 유명한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드디어 나도 SF를 볼 준비가 된 걸까? 이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글이 있는데, 어디로 봐도 내가 싫어할 만한 요소를 쏙쏙 가지고 어쩜 이리도 벅찬 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읽게 된 <당신 인생의 이야기>또한 너무 즐거웠다. 비록 글이 잘 읽히지는 않았지만, 재밌는 글과 잘 읽히는 글은 별개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숨>에도 굉장히 기대가 컸음을 고백한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리뷰를 읽었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추상적인 칭찬을 늘어놓는 리뷰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이렇게 쓰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독후감을 쓰는 방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그러한 리뷰를 읽으며 이게 진심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칭찬을 위한 칭찬은 아닐까? 어떠한 부분을 보고 말하는 이야기이지? 이것은 내가 굳이 시간을 들여 블로그에 책에 대한 리뷰를 포스팅 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스포일러 없이 구체적인 평가를 듣고 싶다는 바람이다. 결과적으로 타인의 리뷰 읽기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끝이 났다. 완전히 반대되는 케이스들이 나왔다. 인용(스포일러)만 한가득이고 구체적인 평가는 없다. 어딘가 아트라이팅을 떠올리게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람은 각자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고, 싫어하는 포인트가 있다. 모두의 취향이 같을 수는 없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더라도 불호를 느끼는 사람은 존재한다. 그래도 불호 후기를 올려야 할 때면 조심스러워진다. 특히나 해당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더욱 그렇다. 나도 내가 가진 지식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부족해 작품의 좋은 점을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할 수 없고 빙빙 돌아 '아니 싫다는 건 아닌데에' 하는 애매한 말이 나와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확실히 구분짓고 가자면. 불호. 사유는 다음과 같다. 매끄럽게 읽히지 않음. 문장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아님.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음. 다른 사람들은 뭔가 아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음.

 

다시 공격적인 면을 집어넣고 방패를 들어올리자면, 나는 SF 소재에 대한 작품 경험이 적다. 저 위에 나열한 것이 전부일 것이다. 취향으로 따지자면, 늘 말해오듯 양산형 판타지 소설, 킬링 타임용 영화, 한마디로 아드레날린 파티가 내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SNS에서 영화의 영상미와 음악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 생각하냐는 물음에 '액션'이라고 대답한 적 있다. 천만관객이라면 일단 보러 가고, 남들이 신파라고 비난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다. 한편으로는 작품의 메세지를 찾기는 커녕 작품의 디테일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일수이다.

 

물론 그렇다고 매번 불량 식품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진짜 좋았다. 문장이 우아하고 묘사가... 뭔가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들이는 그런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딘가 묘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도. 그에 비해 <숨>은 어딘가 유치하게 느껴졌다. 네모난 머리통에 동그란 눈이 붙어있고 용수철 팔다리가 붙어있는 장난감 로봇을 내 놓고 자랑하는 뭐 그런 느낌. 문장이 어렵기라도 했으면 내가 뭐 놓친 게 있나 싶었을 텐데 문장이 쉬워서 오히려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후기를 마치며, 혹시라도 해당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이 포스팅을 끝까지 읽었고, 불호에 대한 내용이 불쾌해 정정하고 싶다거나, 다르게 읽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면 부디 함께 이야기 할 기회를 주시기를 바란다.

 

위 내용은 본인의 타 블로그에 작성하였던 내용을 예스24 블로그에 맞춰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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