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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과학

[도서] 운명의 과학

한나 크리츨로우 저/김성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우리의 뇌는 운명을 좌우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자유의지에 의해 뇌가 작동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위해 여정을 그린 책 '운명의 과학'이다.

내가 '여정'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 자신의 '자유의지'에 대한 연구 결과들과 고민들을 이 책에서는 충분히 다루고 있으며, 이런 과학과 자유의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추가 의견을 달고자 한다면...

아직 뇌신경 분야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며, '운명의 과학'의 반대편의 주장들도 함께 들어보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추론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우연하게도 '운명의 과학'과 '생각한다는 착각'의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던 부분은 책의 주장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 비판적인 시각도 유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과학이란 정답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현상을 탐구해가는 과정이며, 그런 과정에서는 항상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설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논거에 무조건 추종하기보다는 반대 실험과 가설들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정-반-합의 길로 향해가는 탐구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덧붙여 본다.

 

이제 책의 이야기로 들어가볼까 한다.

 

책은 뇌신경 과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두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총 8개의 챕터를 통해 책에서 제기하고자 하는 이슈를 시작으로 각 부문별 해석 그리고 마무리의 구조로 전개를 한다. 각 장은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자유의지냐 운명이냐

2. 발달 중인 뇌

3. 배고픈 뇌

4. 보살피는 뇌

5. 지각하는 뇌

6. 믿는 뇌

7. 예측 가능한 뇌

8. 협동하는 뇌

 

이 책은 특이하게 프롤로그 부분이 없다. 개인적으로 프롤로그를 매우 중시 하는데, 이유는 저자의 책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먼저 파악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인다. '운명의 과학'은 프롤로그가 생략되어 있는 대신 그 역할을 1장(자유의지냐 운명이냐)에서 대신한다고 본다. 1장에서 앞으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또는 고민하고 있는 주제의 큰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자유의지와 온전한 의식을 갖추고 있는 주체인가, 아니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자기도 모르는 구동장치로 움직이는, 미리 프로그램된 기계에 가까운 존재인가?'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가장 골치아픈 질문이면서 그 답을 찾기 위한 인간들의 끊임없는 탐구의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작용 주체'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인간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물려받아 뇌의 작동 방식에 새겨져 있거나 핏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게 된다.

 

그리고 2장부터 6장까지는 뇌의 작용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먼저 2장에서는 '발달 중인 뇌'라는 제목으로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삶의 기간동안 뇌의 메커니즘을 설명해준다. 여기서는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거나,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자각함에 따라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신경 연결이 강화되어 학습이 기억으로 응고되고, 그 기억을 되풀이해서 끄집어내면 그 기억은 뇌속 전기 신호의 기본 설정 경로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학습된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구축의 차이가 청소년기의 뇌와 나이 든 뇌의 움직임의 차이로 설명되며, 이것이 청소년기의 특징을 규정지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책에서는 팁으로 뇌를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 방법은 실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뇌를 보호하는 팁

1.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라.

2. 잠을 잘 자라.

3. 사회 활동을 활발히 유지하라.

4. 식생활을 점검하라.

5. 공부를 계속하라.

6.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3장의 '배고픈 뇌'에서는 식욕과 관련된 뇌의 작동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과식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일까?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 개인적 식욕은 대체로 고유의 유전자 꾸러미를 물려주기 위해 오랜 세월 진화한 회로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고지방, 고당분 음식을 추구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개인별로 이런 욕구가 얼마나 강력할지는 그 사람이 타고난 유전자와 뇌의 배선에 달려 있다. 자신의 식습관을 바꾸어 보려는 개인의 시도는 항상 이런 요소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유전자'이다. 결국 운명은 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것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진화와 후성유전학 분야도 이 책은 다루고 있으며, 이런 유전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고민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함께 한다. 결국 '자유의지'의 중요성이 '유전자'가 물려준 유산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함께 보여준다.

 

제 4장 '보살피는 뇌'는 '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성 활동에 대한 신경화학적 분석을 통해 자유의지는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전자의 전달을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애착에 대한 설명에서는 동기 부여와 보상회로에 대한 메커니즘이 기쁨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은 인간의 뇌가 경이로운 처리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크고 복잡한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그 속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도 집중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과학적 접근은 뇌와 개인이라는 인간의 활동 분석에 집중을 하고 있으나, 인간 사회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빼 놓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5장은 '지각하는 뇌'라는 주제를 다룬다.

뇌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이런 지각하는 뇌의 특성을 통해 인간의 신념 체계라는 부분을 분석하고 이야기 한다.

 

'당신이 매일 매일 경험하는 하루는 모든 감각을 통해 뇌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막대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는 당신이 기존에 세상을 어떻게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했느냐는 색안경을 통해 처리된다.'

 

결국 뇌의 지각과 관련된 처리 방식이 경험으로 축적되고, 이를 통해 색안경이라는 신념체계를 만들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기가 보리라고 예상하는 것만을 보게 되며, 세상에 대한 예상은 기존 경험의 총합에 불과하다고 정리를 하고 있다.

 

여섯 번째 장은 '믿는 뇌'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는 이전 챕터에서 설명했던 내용들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념'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우리가 믿는 내용들은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입력되는 내용과 함께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그것은 '지각의 메커니즘'으로부터 유래된다고 설명한다. 신념은 자기만의 독특한 현실감을 통해 형성되고 그와 동시에 압축되며 이것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뇌를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지속적으로 의미를 추출해 내려 애쓰는 '신념 엔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다. 결국 신념은 지각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각, 의식은 뇌-몸 시스템이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수많은 것 중 하나에 불과하며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도 아님을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신념과 관련된 뇌의 호르몬 영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이런 신념이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인간은 과연 생물학적 운명의 노예인가, 아니면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 존재인가? 인간은 정말로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매일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사실은 미리 정해진 계산을 통해 나온 결과인가?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한가?'

 

다소 도발적일 수도 있는 이 질문들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주제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서도 이에 대한 답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는게 개인적인 의견(하지만 저자의 시각에는 동의한다.)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저자는 자유의지가 미리 정해진 것이든, 아니든, 신념은 환상일지도 모르지만 사회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무척 공감이 간다. 만약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은 생물학적 매커니즘의 결과물이 인간이라고 정의를 해버린다면,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든(사회의 질서에 반하는 반도덕적인 행위를 포함하여) 중요하지 않다는 사상과 유전적 결과물이라는 면피가 세상을 지배하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정신적 습관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제 7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뇌'이다.

여기서는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져 있다고 본다.

저자(나 또한)는 미래에는 뇌의 건강, 기질, 기술, 인생의 결과, 개인적 위험 등에 대해 많은 부분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고 밝힌다. 유전공학의 발달은 상업적인 회사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면 이런 기술의 발달이 생물학적 운명이 발현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저자는 그런 시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의견을 달고 싶다.

그러면서 저자는 뇌의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이 갖는 함축적 의미를 더 깊숙하고 냉정하게 파고들어가게 되었으며, 생물학이 정말로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의견도 남기고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혀가며 운명론과 자유의지 모두 인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유전자가 모두 결정지을 수는 없다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간다.

 

'유전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반응의 크기도 환경의 촉발 요인에 따라 커지고 작아진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듯이 회복력처럼 복잡한 특성의 경우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장을 통해 저자의 시각은 좀 더 분명해지지 않나 싶다. 결국 유전자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태어나지만, 이는 태어난 순간의 단면에 불과하며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노력에 의해 유전자의 발현정도와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즉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생각에 개인적으로 적극 동의를 한다.

 

저자는 미래의 세상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유전적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미래 사회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수백만 명의 삶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함을 말미에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8장은 '협동하는 뇌'이다.

이 장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로 내용을 확대한다. 이타심과 연민을 마지막에 다루면서 대안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도 생물학이 인생 궤적을 좌우한다는 관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자기가 바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 역시 옹호하지 않는다. 인간은 진정한 제약과 타고난 재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그런 개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그토록 찾고자 했던 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답은 나의 생각과도 일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뇌는 환경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을 찾아내려는 의욕은 복잡한 신경회로의 풍경이 끝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말하고 이것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단순화해서 2진법적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생각과 행동의 현실과 복잡성을 지각하는 데 따라오는 다양성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말이다.

 

저자는 연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연민 또한 이기심만큼이나 선천적 특성이라고 규정을 지으며 이타주의의 신경생물학적 기반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이타주의와 연민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 주제를 다음과 같이 밝히면서 좀 더 건강하고 섬세한 신념 체계에 하나의 집단으로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이 책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각자의 몸에 배어 있는 별난 점들을 받아들이고 개개인의 관점과 정보 처리 과정에 존재하는 내재적 결함을 가치 있게 여기면서 그와 동시에 서로 다른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타주의와 연민의 잠재력이 있다는 신경과학적 논거를 구축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여기며, 전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적인 행동에 나서는 또는 이웃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인간의 삶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밝히는 연민과 소통 능력을 일상 속으로 통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팁을 다섯 가지로 요약 정리해주고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우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2. 연민의 명상 연습하기

3. 타인의 연민에 감사하기

4. 감사의 마음 갖기

5. 연민에 초점을 맞추는 부모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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