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이라는 제목의 식물에세이 책이다.
굳이 식물에세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훌륭한 에세이다.
작가님은 '제님'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계신다.
하지만 이미 네 권의 그림책 에세이를 세상에 내 놓으셨을만큼 문장이 매우 좋은 책이다.
인생을 50년 넘게 살아오시면서 그 감정들을 때로는 식물들과 함께 고스란히 종이 위에 옮겨 놓으셨다. 그래서 삶의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될 수 있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반 백년의 고독
2부 식물의 위안
3부 비정규의 시간
4부 독서의 여백
5부 인연의 무게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중함과 행복'이 아닐까.
책에서 무말랭이 하나 만으로도 그 소중한 행복과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제님 작가님의 글들이 좋았다.
식물에세이라는 태그를 달아놓았지만, 결국 우리집 베란다의 식물들 처럼 또는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작은 인연들 속에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세상에 숨쉬게 해주었던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책에서 내 뒷모습을 가장 오랫동안 봐주었을 사람.
어머님, 또는 아버지 그리고 그들은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세월은 흘러가고 세대는 다시 변하지만 그 마음과 사랑만은 내 가슴 속에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그리고 3부의 '비정규의 시간'편은 나도 대학생 시절 물류센터에서 알바를 해본 경험에서일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여러모로 이 책은 따뜻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편안하고 따뜻해진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좋았던 책이다.
★ 책의 내용 중에서 ★
행복은 저 멀리서 오는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것. 나의 일상 곳곳에 행복이 널려 있었다.
우리 엄마도 분명 철부지 아이였을 때가 있었고, 꿈 많은 소녀였을 때가 있었고,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던 처녀였을 때가 있었겠지요. 이제 할머니가 되었을 우리의 엄마들의 한평생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요?
세상에서 내 뒷모습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본 사람,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 뒷모습을 바라봐주는 사람, 바로 엄마의 엄마, 할머니란다.
대책 없이 그냥 좋다.
식물이 피폐해진 마음을 회복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