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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도서]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김연수,김애란,정한아,문지혁,백수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포도밭 묘지(편혜영)

 

 

이야기의 전개가 절묘하다. 결말에 이르러 포도밭 묘지로 묘사되는 비유는 씁슬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다. 화자의 중심에 서 있는 '나'는 한오, 수영, 윤주 세 친구를 통해 세상을 보여준다. 특히 악착같이 발버둥쳤지만 벗어나지 못했던 친구 '한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얼마 전에 읽은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이서수)'의 작품과도 비슷한 듯한 느낌도 받았다.

 

 

흙수저, 금수저 등의 단어가 오래 전에 이미 고유명사가 되었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주인공들의 현실 인식과 현실 저항 등의 모습은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한오를 통해 투영된 현실은 이 단편 소설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고 본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의 은행원으로 출발하여 직장과 대학생활을 병행하지만, 대졸 출신의 은행원을 결국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과 그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 넘치던 한오의 모습은 점점 위축되고 초라해지며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명확하게 독자에게 전달될 것 같다. '한오'는 우리 사회의 출발선이 다른 누군가(나와 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는)이며 분명 이 사회에 존재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인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 속에 묘사되는 상반된 인물인 김대리(물론 소설에서 김대리는 평면적으로 언급될 뿐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라고 다른 인간일까. 결국은 세상은 때론 갑이었다가, 때론 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흙수저로 비춰지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금수저로 비춰지는 상대적인 세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흑과 백이 명확히 구분되는 세상은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런거라는 변명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든다. 잘 짜여진듯 보이는 세상의 한 구석(흑의 영역일 수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을 마치 플래시를 터트리듯 명확하고 분명하게 한오와 그 친구들을 통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남겨진 친구들은 다 죽어버린 포도밭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환청인지, 아닌지 그 구분이 모호한 외침. "아무도 죽지 마."

이 한 마디가 소설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며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무리 어두운 현실이라도 견뎌내라는 응원의 소리일지도, 아니면 반드시 버티고 살아가라는 삶의 의지가 담겨진 소리일 수 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와서 편혜영 작가님의 단편은 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되어진다.

그 모든 흑과 백의 세상 속에서, 그리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각자의 가슴 속에 남겨놓았고, 결코 포기해서는 안돼는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포도밭 묘지에서도 죽지 말라는 외침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희망보다는 현실의 한계를 두드러지게 강조한 소설이었고, 그 불편함을 끝내 떨쳐버릴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역시 편혜영 작가님의 글은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진주의 결말(김연수)

 

 

역시 김연수 작가님. '세계의 끝 여자친구' 단편소설집을 통해 팬이 되었었다.

이번 '진주의 결말' 또한 작가님의 내공을 여지없이 드러낸 훌륭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범죄 심리학자인 주인공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유진주라는 인물의 심리를 예측하고 의견을 내놓는다. 그리고 방송국 PD는 이런 내용을 좀 더 극대화하여 포장한다. 이런 와중에 진주는 주인공에게 연락하고, 처음부터 가정이 틀렸음을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받은 느낌은 '과연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겠다.

주인공인 범죄심리학자는 배운 지식을 동원하여 논리적으로 진주씨의 심리와 사건의 동기를 파악하지만, 사실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표면의 현상을 통해 그 내부의 의도를 읽으려는 시도는 무수히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작가님은 진주씨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이해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주씨의 아버지를 통해서.

결국 실제에 닿을 수 있는 이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영역으로 남겨진다. 그 가능한 영역에 도달하는 것은 주인공과 진주씨의 만남 그리고 과거에는 호텔이었으나 지금은 바람의 박물관이 되어버린 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작가님이 바람의 박물관은 안과 밖이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김연수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간다.

그래서 내가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일시적인 일탈(정한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소설가 K와 '나'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단편으로 매우 강렬하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정말 K는 존재했던 것일까?'라는 질문이 생길 정도로 혼돈으로 몰아 넣는다.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고조되는 긴장감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진실은 무엇일까?'하는 물음표를 던져 놓는 훌륭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 '나'는 육아를 하는 중에 동네의 아웃사이더인 소설가 K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작업실을 드나들게 된다. 그렇다가 갑작스럽게 K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나'는 K의 작업실에 매일 드나들게 되고, 그곳에서 세상에 나오지 못한 K의 소설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급격하게 흘러간다.

사람들에게 읽히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더 이상 쓰일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나'는 작업실에서 결국 그 이야기 속의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게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혼란에 빠져든다. 내가 실존하는 것인지, 이야기 속의 인물이었던 것은 아닌지. 갑자기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가 떠오른다. 과연 '나'는 존재했던 것일까?

 

 

소설을 처음 읽을 때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와 빠른 전개감으로 단편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아직도 나는 이 소설에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제목처럼 '일시적 일탈'이 삶이라는 일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누구도 원치 않았고, 읽일 수 없었던 이야기였던 것인지 말이다.

 

 

정한아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강한 인상을 내게도 남겨놓았고,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싶어진다.

 

 

 

 

아주 환한 날들(백수린)

 

 

이번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왜 이리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은지.

'아주 환한 날들'은 가장 마자막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다. 정말 이 수상작품집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은 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을 읽은 후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소설은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살아가는 그녀는 딸과의 사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나이가 들었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수업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글은 한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앵무새 한 마리가 파고든다. 사위가 맡기고 간 앵무새는 그녀에게 과거의 추억을 깨우고, 사랑의 감정을 되살려 주었다.

 

 

누구나 삶은 시작과 끝이 있고 그 결말에 이르러서는 많은 후회와 회환의 감정들을 애써 누르고 묻어놓기도 한다. 이때 이런 감정들 뿐만 아니라 사랑과 같은 따뜻함도 함께 사그라들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그리 단순치 않다. 앵무새 한 마리로도 모든 감정이 되살아 날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그 끝을 다하는 순간까지 젊은 시절이나, 석양을 바라보는 시기나 모든 시기에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닫혀있던 문을 열 수 있음을 이 소설이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다.

 

 

앵무새는 그녀의 마음을 열어젖힌 하나의 도구였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어릴 때는 이것보다 쉬울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일만큼 어려운 일이 없지않나 싶다. 수많은 것들이 걸리고 과거의 후회들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은, 아직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 따뜻함을 느끼고 함께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읽는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아주 환한 날들'.

'아주 환한 날들'을 생각해보며 백수린 작가님의 작품도 앞으로 많이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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