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예스리커버]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 공부편

[도서] [예스리커버]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 공부편

인젠리 저/김락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공부하다가 죽을 일 없으니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 특히 입시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절대 정력을 아끼지 말라는 충고가 예전부터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의 체력이 본디 취약했다거나 다른 사정이 끼어든다면 정말 날밤 새서 공부하다가 변을 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예는 드물다고 쳐도, 아주 소모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으로 부족한 머리를 보충하려 드는 타입이라면 몸을 망치는 건 둘째 문제고 두뇌를 아주 나쁜 방법으로 길들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위 "뇌를 죽이는 공부, 시간만 때우는 공부"가 그런 예입니다. 

일단 문제가 어려워지고 풀이 과정에서 동원할 스킬이 늘어나기 때문에(사실 정석이니 공식이니 하고 들이밀어지는 사항보다, 이런 숨겨진 이치를 더 감각적으로 몸에 익혀야 합니다. 고득점자들은 대부분 그런 유형입니다), 남들은 벌써 저 페이지 저 단원을 푸는데 나만 아직 여기다 하는 위기감으로 무리한 페이스를 달리다 보니 자기만의 소중한 감을 잃어서 그렇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혹사한 머리는 이후 깨닫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주 저차원의 암기사항만 머리에 넣으면서 대단한 각성을 이루는 양 자기기만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후자는 나이 든 사람들 중 남 앞에서 과시하고 싶은 기질이 강한 이들 중에서 자주 보입니다.

사실 이것이 정답이며 구원의 길이라고 내세워지는 어떤 만병통치약 같은 건 없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게 있어서도 안 됩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 취향, 능력이 다양한데, 그런 편차를 무시하고 한 가지 공부방법으로만 밀어붙일 수 있다면 혹 공부의 신이 되더라도(되지도 않겠지만) 그 사람이 희생해야 할 다른 정서적 가치나 정신적 미덕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 대가를 치르고서까지 공부의 신이 될 이유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로, 연습장만 새카맣게 물들이는 엉터리 공부는 당장 중단하는 게 당사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어거지 노동은 과거 암기 위주의 지식이 성행할 학력고사 세대(가끔 보면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런 자리에까지 올랐나 싶을 때가 있는데 다 이때의 폐해죠)한테나 통하지, 심층적 사고와 순발력, 기지를 요하는 요즘 수능 경향에는 맞지도 않습니다. 

일부 교육 당국자들은 난이도를 낮춰야 사교육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완전히 미친 소리입니다. 작년처럼 사고력, 응용력을 요하는 고난도가 나와야(이런 걸 일반 교습론으로 해결[평범한 두뇌에도 쉽게 이해시킴]할 수 있는 강사는 한국에서 두세 명도 안 되고[푸는 사람은 지가 머리가 좋아서 푸는 거지 방법론이 좋아서가 아니며, 남이 따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우수인력이 딴데서 돈을 벌지 사회적 평판도 낮은 사교육 섹터에 머물러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사교육이 대응 방법을 못 찾으며, 저난도 문제만 내면 사교육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종래의 뻔한 교습 방법으로 커버 가능하게 되므로 거꾸로 사교육이 늘어나게 됩니다. 참 무슨 바보들의 행진도 아니고, 잘못된 도그마에 빠져 삽질을 하는 걸 보면 기가 찰 뿐입니다. 참신하고 기상천외한 문제를 내는 게 진정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정도(正道)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뇌를 죽이는 공부야말로 요즘 같은 세상에 학업성취도도 낮출 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해야 할 미래형 인재를 길러야 할 니즈에 정면으로 반하는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어떤 게 두뇌의 효율을 높이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매순간 정직한 환희를 맛볼 수 있는 공부인지는 개인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포털 사이트에 가수 김정훈이 실검 상위권에 계속 올라 있던데, 그는 정신적으로 공허감에 빠질 때마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당시 방송을 보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네XX에 자주 접속해야 했었는데, 근 30시간 넘게 그 이름이 올라 있던 걸로 보아 많은 시청자들이 꽤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방송을 보지 않아 어떤 (수학) 문제를 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순수 퍼즐형이라면 그걸 해결하는 데 인문적 사전 지식이나 백그라운드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죽지 않은 두뇌의 민활성, 응용 능력을 테스트하려면 그런 유형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이 사람더러 수능 문제 고난도를 풀어 보라면, 그것도 중급 이상의 미적분 사항이 암기는 되어 있어야 하므로 쉽게는 해결하기 힘들리라 짐작합니다. 왕년에 잘했다고 계속 그 감이 남아 있기는 드물테니 말입니다(된다면 정말 대단한 거겠고요).

스마트 시대는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게 아니라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어떻게 보면 망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게 되기 때문에, 위기에 닥쳐서 자기 힘만으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더 떨어뜨리기도 쉽습니다. 암기 위주의 공부를 탈피하는 것과, 까짓것 검색하면 다 나오니 암기는 전혀 필요없다는 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최소 사항은 자기것으로 "세포화"시켜야 급할 때 팍팍 떠오르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암기도 안 되지, 그렇다고 스스로의 창의력으로 뭘 구상해내는 것도 못하지, 할 줄 아는 게 그저 게임뿐이라면(게임도, 못 하는 사람은 맨날 몸에 익힌 루틴만 되풀이하지 머리를 못 씁니다. 기상천외한 스킬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라야 그걸 두뇌계발이라고 할 수 있죠) 스마트가 아니라 더 망하는 길을 걷는 거죠.

만들다: 어떤 공부이건 기존의 것을 억지로 소화도 안 된 채 꾸역꾸역 먹어치우는 공부야말로 뇌를 죽이는 길입니다. 공부는 삼킨 걸 토해내 놓는 게 아니라(현 대법관인 양창수 박사가 교수 시절 강단에서 즐겨 쓰던 표현이 바로 이것이죠), 자기식으로 가공된 지식을 새로 세상에 내놓는 작업입니다. 문제를 푸는 건, 그런 성취를 기대하는 출제자와의 소통이겠고 말입니다. 분석하라: 이야말로 기존의 텍스트를 자신의 코드로 내면화하는 핵심 작업입니다. "공부"라는 정신적 작용의 중추 프로세스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떤 단계든, 억지로 머리에 이식하는 자기 파괴적 습관이 아니라(마치 면역과도 같습니다. 당연히 타인의 형질과 만나면 거부반응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주입식 공부는 소중한 면역 체계를 필사적으로 파괴하는 거고, 반대로 현실 도피식 암기 복창 역시 면역 파괴를 동화작용으로 기만하는 해로운 습성입니다). 이 모든 자기 주도형 학습이 내면화되고 나서야, 일상의 과제이건 직장의 미션이건 능수능란히 해결가능한 실천형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