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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도서] 탈무드

이동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유대인 성공 스토리, 유대인식 교육법, 유대인식 재테크,.. 이런 주제를 다룬 책들은 요즘 부쩍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무드"라는 제목을 단 처세술 매뉴얼이 한때 크게 유행한 적도 있었는데요. 대체로 이런 책들은 내용이 서로 비슷해서 독자는 몇 권 읽다 보면 질리는 게 보통입니다. 저만 해도 그렇고요. 

이 책이 주제로 다루고 있는 "유대인 형제들"은, 그런데 그런 실용서, 자계서에서 다루던 추상적인, 평균적인 형제가 아닙니다. 마치 케네디 형제, 베르누이 형제, 반 아이크 형제, 라이트 형제, 비트겐슈타인 형제들, 이 책에도 잠시 언급되는 로트쉴트(로스차일드) 형제들.. 처럼,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분명한 존재감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위인 반열에 들 만한 형제들입니다. 그 형제들은, 에제키엘, 람, 아리, 이 세 명입니다. 이 삼형제가, 그리 여유롭지도 유리하지도 않은 환경(가난한 데가 이민자 출신 배경)에서, 질곡과 시련이 많았던 성장 과정을 어떻게 거쳐서 오늘날 만인이 우러러보는 승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주로 유소년 시절에 초점을 두고 차분차분히, 그리고 진솔히, 독자에게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보통, 자녀들 중 하나 정도를 위인으로 키우는 일도, 위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드문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대단히 힘든 일이겠죠. 위인은 고사하고, 좋은 대학만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만 시켜도 주변에선 자식 농사 잘 지었다며 그 부모를 향한 칭송이 자자합니다. 애가 원체 좋은 머리를 타고났거나, 성격이 차분하고 야무진 편이라면, 최소한 좋은 학교를 보내는 일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머리는,.. 아주 나쁜 수준은 갓 면한 정도고, 성격은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ADHD를 의심할 만큼 산만하고 통제 불능에다 야생적인 활력만 가득하다면, 그런 아이를 모범생, 성공자로 키우기는 고사하고 그저 남들만큼 정상적으로 양육하는 일도 어려울 것입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아들 키우..:" 까지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 완성 후보 중에 "아들 키우다 미쳐 버리겠어요."라는 어구가 바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요즘처럼 민주적, 자유방임형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분위기, 게다가 사회적으로 갖가지 유해 환경 요소가 아이들에게 직접 노출되고 있는 세상에서, 아이를 표준적 모범생으로 키우는 게 목표이든, 그저 아이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게 도와 주는 정도의 목표이건, 특히 사내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어머니들(아직 아버지의 육아 부담 부분이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사회이므로)에게 지극히 어려운 숙제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큰아들 에제키엘은 생명윤리학계의 세계적 거장입니다. 저는 생명윤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이 책을 꼼꼼히 읽은 후에도 따로 여러 문헌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저 "윤리"만 강조한다고 권위자가 되는 분야가 아니라, 법학, 인문 제 분야에 대한 소양은 물론이고, 본업 격인 생물학, 의학에 대해서도 정통해야 할 필요가 있더군요. 이 중 어느 하나만 잘하는 것도 벅찬 일인데 말이죠. 요즘 유행하는 말로 "통섭"의 자질이 갖추어져야 그 무리 없는 업무 수행이 가능한 분야였습니다. 아들을 이런 인물로 키우려면 대체 엄마는 어떤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그저 열심히, 남들 해주는 일만 다 챙겨 준다고 이뤄질 결과는 아닐 것 같아요. 특히 대한민국 어머니라면 그 중에 열의 없는 엄마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통섭은커녕 학과 공부 두루두루 잘하게 만들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둘째아들 람은 미국에서 뉴욕, LA에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의 시장을 지내고 있는 거물 정치인입니다. 그 자신과 두 형제가 모두 시카고에서 나고 자랐으니,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가장 큰 영예를 누린 셈입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건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였으며, 오바마 역시 이 시카고에서 정치적 경력을 다지고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까지 역임한 사람이므로 그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셋째아들 아리는 헐리웃에서 손꼽는 규모의 연예인 에이전시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막내 아리의 캐릭터가 가장 인상 깊게 남더군요. 큰형은 그나마 차분하고 지적이며, 둘째형은 결국 활동적이면서도 조정능력을 배양하는 쪽으로 자질과 성격을 정리해나갔습니다. 하지만 막내 아리는, 끝까지 자유분방한 성격의 미덕을 그대로 살려서, 자신의 적성에 가장 맞는 분야에서 커리어를 확립한 것입니다. 

학자, 정치인, 사업가,... 어쩌면 이렇게, 각 분야로 균형 있게 세 아들을 고루 진출시키는 아름다운 양육의 포트폴리오를, 그 부모들은 빚어 낼 수 있었을까요? 이 책에 자세히 나오는 대로, 아이들은 온순하다거나 질서와 기존의 가치에 순응하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머리는 우수했지만, 타고난 성격은 거의 야생마에 가까운 타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아버지 베냐민(벤자민), 어머니 마샤는 도대체 어떻게 아이를 키워냈을까요? 놀랍게도, 타고나길 주체 못할 반항기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애들을 두고, 그 창의적이고 대담한 기질을 더 부추기는 방식으로  길러냈다는 이야기더군요. "공격이 최상의 방어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자명한 진리도 없다. 따지고, 묻고, 권위에 도전하라." "다만, 남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때는 먼저 그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한 후, 어디까지나 팩트와 논리에 의거하여 이를 공박하라." "본디 남다른 일을 시도하는 자에게는, 평범한 이들의 십자포화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특히, 진보적인 정치성향은 어머니 마샤의 영향이 컸더군요. 이른바 오바마케어는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기득권 보수 세력의 저항을 심하게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첫째 에제키엘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의료제도 개혁 움직임에서 그 첫째 가는 옹호자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universal health coverage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의료 제도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으로 시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어머니 마샤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불의한 힘에 의해 박해를 받고 있다면, 즉시 나서서 그를 도우라."고 가르쳤다는 군요. 삼형제의 부친인 베냐민은, 게다가 (이민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의사가 직업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평소에는 진보적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막상 제 밥그릇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 싶은 단계에서는 초강경 보수로 돌변하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진보의 정치적 구호가 제 일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방편이나 위장이 아니라, 진정한 인격과 도덕에 통합된 후라야 주변의 존경을 얻을 수 있죠. 여기서도 이 집안의 교육 풍토, 즉 점수따기나 적자생존식 팔꿈치밀기 테크닉이 아닌, 이웃과 소통이 가능한 통합적 인격자를 키우는 교육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진보적인 성향이기는 하나, 심지어 같은 의료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도 형제 간에 의견이 갈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합니다. 흔히 그런 말을 하곤 하죠. "유대인 열 명이 모이면, 열 한 개의 의견으로 갈라져 토론이 벌어진다." 부모는 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세 형제가 한 방을 썼다는 건 집안 형편이 가난했다는 게 일차 원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들 부모는 그런 열악한 조건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습니다. 한 방에 모인 자녀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괄괄한 기질 때문에 충돌이 잦았습니다. 이 충돌과 대립의 순간을, 그 부모는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최대한으로 키울 기회로 바꾸었던 거죠. 대립과 갈등은, 합리적인 룰에 바탕한 토론을 통해 해소하게 유도했던 겁니다. 한 방에서 자란 형제들은, 눈만 뜨고 밥만 먹었다 하면 토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저 노예처럼 암기만 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과는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아무리 옳아 보이는 진리라도 세부적으로는 허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를 향한 정당한 지적, 창의적인 정신에 의해 교정되고 개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과 경쟁을 통해, 소모적인 말꼬리잡기가 아닌 상생의 지향을 위해 건전한 룰을 마련해야 하죠. 심판이 따로 없는 대립의 장에서, 결국 참여자 각자가 상대를 존중하며 공동선을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먼저 바로 서야, 자녀들에게 이런 칼날 같은 지성과 성숙한 윤리의식을 배양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너무도 멀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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