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8년 발간 당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략 2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어디서나 혐중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데, 그전까지만 해도 그리 노골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에는 중국 측의 터무니없는 행보가 크게 작용했죠. 2003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중국을 그리 싫어하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 든든한 동반자나 생긴 양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게 동북 공정 같은 게 시작되고 서서히 분위기가 나빠지더니 시진핑의 1인 독재 체제가 굳어지면서 이 상황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과도 사이가 안 좋고, 그렇다고 미국과도 마냥 우호적인 건 아니니, 외교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스탠스를 잡아나가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871년 성립된 독일 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큰 균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후임 황제의 무리한 외교 실책 끝에 멸망의 길을 택하고 말았죠. 외교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 나라의 앞날을 위해.
요즘 보면 "중국 망한다 소리는 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대체 언제 망한다는 거냐?"라는 말이 부쩍 늘었는데, 십 년 전이면 아무도 중국 망한다고 안 했습니다. 오히려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될 것이라고 했죠. 제 생각에는 형편이 어려운 건 십 년 전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기억력이 나쁜 대중을 향해 누가 역공작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중국은 대략 10개월 전 우한 폐렴의 유행으로 큰 위기에 빠졌다가, 지금은 그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해 나간다고 일단 뭐 말은 하고 있습니다. 아주 선전만도 아닌 것이, 현재 유례가 없을 만큼 환율이 올라가는 중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원홧값이 올라가는 것도 중국 위안화의 강세에 그 흐름을 탄 결과입니다. 현재 각국이 다 불황이니 위안에 베팅하는 건 돈의 속성상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주식값이 줄창 오르는 게 아니듯, 특정 국가 통화의 가치도 언제 하향세로 돌아설지 모릅니다. 사실 중국은 잇단 경제계획의 실패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었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일단 이렇게 그 위기를 극복하는 듯도 보입니다.
현재 중국은, 마치 이 책에 나오는 대로 화폐 패권에 도전하여 대국으로서의 활로를 찾으려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 실상은 마치, 1960년대에 소련과의 무력 충돌이 임박했을 때 지하에 거대한 방공 시설을 구축하던 그 무렵을 연상케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다른 책을 읽고 자세히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