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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태 선생은 이 고전뿐 아니라 여러 작품을 번역했고 국문학 연구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원로입니다. 이 문고판 시리즈 중에도 여러 권이 그의 필치를 거쳤죠.

 

흥부전에는 여러 코믹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영낙이 아니면 송낙이요" 같은 말이 있는데, 영낙은 "영낙없이" 같은 맥락에서 쓰였으며, 그 뒤에 나오는 송낙은 사실 전규태 선생도 역주를 달고 있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다만 아마 영(迎)의 반댓말인 송(送)이 아닐까 저 혼자 짐작합니다. 저는 이 책을 고교생 때 처음 읽었는데 지금 읽어도 정확하게는 뜻이 와 닿지 않네요.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 읽은, 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버전의 "흥부전"이 사실은 현대인에게는 더 친숙하고 납득이 됩니다. 원본을 보면 약간 성적인 내용도 있고 당혹스러운 내용도 등장하죠. 뿐만 아니라 이런 완역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게, "나는 비로다""아니, 비라뇨?"라며 등장하는, 캐릭터인 놀부뿐 아니라 우리 현대 독자들에게도 당혹스러운 장비(삼국연의의 캐릭터이자 후한말의 실존인물)가 등장하는 씬입니다. 

 

왜 많고많은 인물들 중 장비인가. 정조 연간에 큰 인기를 끈 게 명말청초에 창작된 연의류였고 이런 흔적이 여기서도 나오죠. 다음으로는 형제 간의 의를 우습게 아는 못된 놀부를 혼내 줄 만한 인물이, 저승에서 돌아온 의리의 화신 장비라야 뭔가 어울린다는 생각이었겠습니다. 비라고 해서 무슨 비인가 했더니 장비였다는 설정이, 당대에 소리꾼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조선시대 관객들을 무척 즐겁게 만들었을 듯합니다. 

 

조웅전은 <수호전>처럼 송나라가 배경입니다. 한번 권력 투쟁에 잘못 말려들면 누명을 쓰고 신세가 파탄나는 운명을 맞는 게, 조선이나 중국이나 비슷한 패턴이었죠. 사실 이런 화소는 강점기에 창작된 벽초판 <임꺽정>의 봉단편에도 등장합니다. 결국은 간신이 처단되고 충신이자 영웅이 제 명예를 회복한다는 건데 현실에서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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