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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대한 반격의 시간

[도서] 한국, 위대한 반격의 시간

최윤식,최현식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No pain, no gain. 어떤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길고도 험하지만, 당장 즐겁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건 누구한테도 쉬운 선택입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많은 데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랬던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까지 진입한 건 지난시절 많은 한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난의 길을 자처하여 선택했고 그 과실을 지금의 후손들이 향유하는 것입니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려면, 이처럼 다소나마 유리해진 여건을 잘 활용하여 미래를 위한 투자, 절제, 모험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만 할 듯합니다. 그 길은 마냥 쉽거나 하지는 않고 얼마간의 고통과 망설임이 따르겠지만, 그런 대가를 치를 가치가 충분할 것입니다.


 

"한국은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는 못하고, 중국한테는 거의 모든 경쟁력 우위를 내주고 말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관측이 팽배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도 않아서, 예를 들어 조선업종을 보면 한때 중국에 선두를 내줬던 것을 지금 도로 찾아왔습니다.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서 조선업에서 무서운 추격세를 보였으나 결국 일정한 기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그저그런 저부가가치 수주 물량만 간신히 감당하는 듯합니다. 한편 지난 시대 조선 세계 1위였던 일본은 현재 한국에 내준 우위를 여전히 되찾지 못합니다. 두 나라 사이에 갇혀 샌드위치 신세가 되리하는 예측은 적어도 이 업종에서 확연히 오류로 드러난 셈입니다. 일본의 노쇠함과 중국의 미숙함이 빚은 결과입니다. 

 

반도체 시장을 보면 2019년 반일 움직임으로 인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은 것도 있고 기술 독립을 이룬 대목도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대부분의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내몬 상태이지만 여전히 의존해야만 하는 반도체 부품 등에서는 꾸준히 한국 제품을 수입하며 이 역시 중국 기업이 그토록 오래 반도체 굴기를 외쳤지만 달성하지 못한 목표입니다. 5년 전만 해도 중국 대세론, 중국 의존론이 한국에서 큰 목소리를 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엄연한 현실을 프로파간다나 프레임으로 물타기할 수는 없는 듯합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매우 큰 고전을 하고 있으나 북미시장에서는 잠시간의 고전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세로 접어든 듯합니다. 주행거리 보장 마케팅이나 과감한 리콜 등이 현지에서 신뢰를 얻는 데에 성공한 결과이겠으며 반도체 수급 위기가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엄습했으나(p67), 이를 잘 극복하고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하는 중이라고 책에 나옵니다. 지금까지 인재 영입과 양성에 과감했고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기아차와 애플카의 협업설이 나왔을 때도(애플 측의 희망사항 언플?) 이를 단호하게 무시하고 자체 기술력 개발과 브랜드 파워 향상에 힘쓰지 않았냐는 평가가 지금에서는 가능합니다. 


 

p83을 보면 저자는 한 나라의 경제가 도약하는 세 가지 길을 논합니다. 첫째는 자원부국, 둘째는 제조업국, 셋째는 무역-금융-서비스업 방식이라고 하는데 각각 산업의 분류 중 1차, 2차, 3차의 범주에도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한국은 이 중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요? 저자는 개인 기업의 예를 들며, 현재 10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100억대로 도약하려면,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열 배의 노력을 더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출이 열 배로 늘어나기는커녕, 기존 시스템마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100억 매출이 가능한 시스템은 따로 있으며, 그 시스템이 뭔지를 찾아 구축하는 과제가 더 시급하다는 거죠. 

 

필리핀은 원래부터 자원 부국이었고 따라서 1960년대에 필리핀은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으며 당시 대통령이었던 마르코스는 한국의 박정희를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거꾸로 되어 한국인들이 필리핀인들을 무시하는 통에 혐한 감정이 일어나는 판입니다. 이렇게 사정이 바뀐 건 한국이 그간 잘사는 나라로 도약히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효과적으로 해 온 덕분이며, 반 세기 동안 필리핀이라고 그 나름의 노력을 하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질과 방향성입니다. 


 

저자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거나 자칫 수십 년 전 빈국 신세로 추락할 뻔한 위기를 우리가 1998년에 겪었다고 평가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한 건 국민과 민간 기업의 현명함, 절제 덕분이었다는 게 저자의 소결론입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주도했다면 이후에는 민간이 주도권을 찾아 과거의 비능률요소를 털어내고 혁신의 계기로 삼아 오히려 변화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한 유연한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삼았다고 합니다. 삼성그룹만 해도 해외 인지도도 없는 그저그런 국내용 강자에 불과하던 게 현재는 세계 일류 브랜드로 발돋움했으며 해외 인재들도 취업을 선망하는 직장으로 완전히 거듭났습니다. 

 

저자는 1997년 당시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재계 순위가 현재 얼마나 큰 모습으로 바뀌었는지를 지적하며, 앞으로도 대기업 순위에는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쌍용, 동아그룹, 해태, 대우 등은 현재 거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20년 전만 해도 굴지의 대기업이었습니다. 한진도 해운업 파산을 계기로 사세가 위축되었으며 LG도 기업 분할 여러 번을 거치면서 순위가 내려왔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기업이 주목받고 성장할까요? 저자는 개인용 자율주행 수송 장치 산업, 둘째 디스플레이 산업, 셋째 인공지능 로봇 산업 등을 꼽습니다. 특히 저자는 pp.114~129에 걸쳐 상당히 긴 분량을 할애하여 첫째의 개인용 자율주행 수송장치 산업의 구체적 전망을 폅니다. 이에 의하면 둘째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첫째에 어느 정도 종속된 활력을 받는 듯도 보입니다. 삼성, 현대차, LG 등이 앞다투어(p139) 이 로봇 산업의 개척자로 나설 것이며 바로 이 산업이 21세기 한국을 이끄는 효자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와 연계하여 저자는 다섯째 산업으로 AI 서비스 산업을 꼽습니다(넷째는 반도체). 

 

한국을 현재 먹여살리는 산업은 누가 뭐라 해도 반도체입니다. 이 반도체에 대해서도 저자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데 특히 삼성전자는 이 반도체 영역에서의 선전 하나만으로도 한국내 1위 위상을 너끈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요즘 말도 탈도 많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저자는 대체로 긍정적 전망을 하는 편입니다. 

 

요즘 메타버스가 큰 화두로 부각되는데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주변 다른 부문도 통합하는 개념으로 "온톨로지 플랫폼 산업"을 씁니다. 3~4년 전만 해도 AR, VR 등을 키워드로 잡았는데 요즘은 더 상위 컨셉으로 메타버스가 나왔듯이 아마 이 섹터를 모두 포괄하려면 과연 저 개념이 제격일 듯합니다. 저자는 여튼 "궁극의 플랫폼(p173)"을 거론하는데 현재는 플랫폼이 일단 뜨면 이를 대체하는 플랫폼, 혹은 아예 다른 레벨에서 "플랫폼의 플랫폼"이 등장하는 추세이며, 그 궁극의 지점에 조만간 등장할 것이 "온톨로지 플랫폼"이리라는 게 저자의 전망입니다. 이것은 미디어, 광고, 교육, 금융, 스포츠, 로봇 등 모든 것을 그 안에 포함하겠으며 나이키나 통신사(SKT 등) 등이 이 안에서 경쟁하게 됩니다. 이는 또한 건축 산업, 나아가 스마트 도시 구축 산업 등도 모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세계가 급변할 전망이지만, 그 변화는 점진적이기도 하고 또 한두 번의 급격한 변화를 통해 가속되기도 합니다. 저자는 놀랍게도 "글로벌 자산 시장 대학살 사건"과 "미중 패권 전쟁 극단적 순간" 두 번의 계기가 찾아올 것이며(p238) 이 급변의 순간에 한국이 사후적 대책으로 대응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자산 대학살이라는 건 이미 인류를 주기적으로 찾아왔었습니다. 증시는 대폭락을 겪은 후 다시 살아났지만, 기존의 종목이 모두 부활한 건 아니고 그 중 상당수는 깡통이 되었으며 다른 종목에 가치를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거품 붕괴라는 게 다 그런 예시였으며, 현재 높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나 언제 휴짓조각이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지금은 거품이라고 걱정되는 자산이 언제 가치의 핵심, 최정상에 설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계부채, 기업부채가 증가하며 한국경제에는 또한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를통해 부의 양극화가 한층 가속화하며 이른바 K 불평등 곡선의 추이가 뚜렷해집니다. 일본은 30년 전 이런 위기를 겪고 내전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으나 현재 보듯 극심한 침체를 겪습니다. 반면 한국은 가뜩이나 성별, 계급, 지역, 세대간 대립과 갈라치기가 극에 달하고 정치인의 부패가 심각한 만큼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경제의 불안정과 위기는 사회의 분열과 붕괴를 유발하기 충분하며 남미는 물론 미국도 부분적이나마 이런 국가 위기를 겪는 중입니다. 

 

저자는 앞서 말한 대로 새로운 시대의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에의 과감한 투자가 이런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는 멋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며, 현재는 그저 불확실성에 둘러싸였을 뿐인 바이오 제약 산업도 한국 특유의 재능과 끈기가 투입되어 새로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어떤 나라나 사회에도 도전과 위기는 찾아오게 마련이며 우리 민족은 사실 크게 보면 용기와 지혜로 잘 극복해 온 덕에 그나마 이 지점까지 이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의 변화 앞에 두려움으로 후퇴하지 말고 냉철하게 현실을 잘 살펴 오히려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발판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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