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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8912550691

 

각본가 김남은 MBC 드라마 <수사반장> 등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작품도 추리극에 가깝습니다. 

 

가난한 화가가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전시킬 방법이 없었던 화가였고 보니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듯도 보이지만 노련한 형사인 서병진은 화가 윤도균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눈치채고 이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합니다. 이미 늙수구레한 중년 남성인 그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해서 딱히 승진이라든가 어떤 혜택 같은 게 주어질 듯하지도 않습니다만 그는 사건 자체가 흥미롭고, 일 자체가 좋아서 일을 하는 타입입니다. 별다른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 사고사 내지 자살로 편하게 덮일 사건처럼 보였으나 이처럼 일이 커진 걸 보면 진범은 운도 없는(?) 편입니다.

 

화단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경이라는 노화백은 그의 비서(?) 희숙에게 일종의 스폰서 노릇을 합니다. 이 불미스러운 관계를 윤도균에게 들킨 후 수경은 희숙을 버립니다. 한편 희숙은 재능 없는 젊은 화가 재만과도 내밀한 관계였으며, 자신을 내친 노화백에게 원한을 품고 그의 비리를 캐던 중 노화백이 윤도균의 모사품을 자신의 것인 양 속여 시장에 팔아 부당한 이익을 챙겨 왔음을 알아냅니다. 이 비리는 재만과 그의 형인 미술품 중개상 재용에게도 공유됩니다. 

 

한편 화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년 여인 숙미라는 거물급 중개상이 또 있었는데 이 나숙미가 재능 없는 화가 재만과 또 내연의 관계입니다. 숙미는 일찍부터 윤도균의 재능을 알아 보고 몇 번 커미션을 주었으며 도균으로부터 받은 그림, 도균이 일찍부터 집착해 온 테마(마치 반 고흐가 해바라기에 집착했듯)인 붉은 돛배그림을 재만의 것으로 속여 한국미술대전에 출품합니다. 붉은 색을 다른 색으로 바꿔 그야말로 한 꺼풀 눈속임만 한 것인데 재만은 처음에 자신이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으나 정작 대상 수상작이 자신의 솜씨가 전혀 아님을 알고 경악하며 수치스러워합니다. 그 와중에도 재만은 희숙과의 관계를 또 이어갑니다. 중년 여성인 숙미와의 관계는 일종의 성적 착취로 생각했기에 재만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희숙에게서 구한 것입니다. 난잡하고도 어지럽습니다. 

 

도균은 늦게서야 자신의 돛배 작품 <관해일경(觀海一景)>이 대상 수상작으로 도용된 걸 알고 숙미에게 거칠게 따집니다. 숙미는 거액을 주고 입막음을 하려 드는데, 그만큼이나 젊은 재만을 사랑했었고 자신과 격이 맞는 유명 화가로 신분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뒤늦게 재만이, 별볼일 없는 젊은 희숙과 깊은 관계였음을 깨닫고 이성을 완전히 잃습니다. 결국 그녀는...

 

(스포일러)
노련한 형사 병진이 결국 자신의 스킬로 진상을 밝혀냈다기보다, 숙미가 거의 자멸적인 스텝을 걸으며 무모한 치정살인을 벌였기에 결국 앞의 살인인 도균의 죽음에까지도 단서를 제공하고 만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추리극으로서의 완성도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추리극으로서의 재미보다는 명예와 애욕, 물욕 등이 얽혀 복잡하고도 파멸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통속적인 매력이 두드러집니다. 

 

이 작품은 MBC가 아닌 KBS에서 단막극으로 제작 방영되었는데 형사 역에 임동진씨가 나옵니다. 임동진씨는 스마트한 미남이지만 그가 여기서 펼치는 연기는 <형사 콜롬보>의 (지저분한) 피터 포크를 오마주하는 듯 보여 다소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난한 천재 화가 도균 역은 <태종 왕건>의 궁예로 유명한 김영철씨가 맡았으며, 팜 파탈이라고 할 수 있는 숙미는 故 김영애씨가 나옵니다. 재능 없는 미남 화가 역에 임혁주씨, 그 형인 미술 중개상 역에 전광렬씨 등 나중에 스타가 된 배우들의 젊었을 적 모습이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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