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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경제

[도서] 스마트 경제

리옌훙 저/장샤오펑,두쥔 편/이서연,송은진,고경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계 경제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으로 변모하여 선택, 결제, 배송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해진다는 진단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첫손에 꼽는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를 중심으로, 미래 경제가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를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흔히 스마트 경제의 중심에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고들 하지만, 중국 경제는 그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적응하는 역동성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의 네이버도 이커머스 등 여러 수익원 창출에 골몰하는 지금,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더 진지하게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바이두가 그리는 미래상(혹은 현재상)이 과연 어떨지가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세계를 뒤흔드는 양대 요소를 먼저 거론하고, 이를 기술적 요소와 비기술적 요소(p20)로 가릅니다. 특히 IT의 미래상을 진단함에 있어 비기술적 요소를 중시하는 건 요즘 저술들의 공통적인 트렌드인 듯합니다. 아마도 빅데이터 기반 산업에 속하는 중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광범위한 이용자 패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그 방대한 데이터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구 수로는 어떤 시장 어떤 나라도 당해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이미 현실과 가상현실은 그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특징을 두고 "조합, 혼합, 전환, 확대(p23)"를 꼽는데,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구체적 양태는 바로 하이브리드 지능(인간/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짐)인 만큼 이 하이브리드 지능이 더 낮은 비용 소비, 더 낮은 에너지 소모를 지향하며 진화하는 과정은 앞에서 언급한 기술적 요소/비기술적 요소의 경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며 한층 생산적인 결과를 낳게 할 것입니다. 앞서 저자는 비기술적 요소를 논하면서 "그건 비기술이 아니라 기술 아닌가?"라는 독자의 의문이 가능하다고도 솔직히 인정했는데, 사실 미래에는 어차피 우리가 아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기에 이런 기존의 틀로 무엇을 분석한다는 자체가 괜한 무리수일 수 있습니다. 


 

1999년에 타계한 토마스 쿤은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을 논한 적 있습니다. 저자는 그 1962년의 저술을 인용하며, 기존의 모든 개념틀이 그 존립 정당성과 이유를 상실해 가는 혁신을 바로 AI가 선도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저자는 중국 정부 문건에서 과연 어떤 과정으로 스마트 경제가 구체적으로 오늘의 모습을 갖춰 가는지 추적하는데, 이미 2016년 3월에 "인공지능"이 13차 5개년 계획"중에 언급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2016년 5월에 구글 알파고가 처음 이세돌과의 대전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으니 중국 정부의 저런 태세가 적어도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주로 바이두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재 중국 IT 업계가 전개하고 발전시키는 스마트 산업(AI 중심의)의 현황과 전망을 밝혀 놓은 내용입니다. 보통 중국 기업이라고 하면 미국과 서유럽의 기업과 학계가 미리 다져 놓은 청사진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살짝 기술만 덧입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구하며 고민하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술 곳곳에 중국에서만 쓰는 용어들이 등장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낯설까봐 역자들이 친절히 각주를 달아 놓기도 했습니다. 


 

p52에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는데 잠깐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인터넷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강력한 수직통합 기능이 있어서 공유화, 생태화, 협력화를 이루어 인터넷 공간의 운명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강력한 AI 엔진을 중심으로 삼아, 쇼핑몰, 컨텐츠 제작 배포, 지식 데이터베이스,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서비스, 생활 가전 등이 하나의 시스템 하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미래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효율적인 AI를 보유한) 바이두라는 기업이 그 생태계 자체를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뜻이 됩니다. 한국의 현실에 비유하자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자동차, 전자, 쇼핑 등의 산업에서 현대, 삼성, 롯데, 신세계 등 기존의 강자를 몰아내고 통합 강자로 거듭나는 격이겠습니다. 

 

p121에는 인포그래픽... 겸 내용요약 겸으로 바이두가 앞으로 건설하려고 하는 AI인프라의 청사진이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 대중들이 흔히 오해하듯, AI라는 것은 그저 엔진과 Db의 단순합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하나의 인프라를 구축할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것입니다. 또, 인프라라는 건 그 자체로 무엇을 생산한다기보다(그렇기도 하지만), 그 위에서 다양한 개인, 기업 등의 경제주체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본연의 재화,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기반인 것입니다. AI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사회와 기업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앞으로는 생산성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뜻입니다.

 

p128에는 "신통치가 가져온 신공간"이란 말이 나옵니다. "통치"라고 하니까 살짝 위화감이 들기도 하는데 너무 중앙집권적인 미래를 상정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바이두는 한 개의 사기업인데 말입니다. 여튼 말이 주는 느낌이 구애받을 게 아니라 저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이 책의 원 의도가 무엇일지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쪽으로 읽어 나갔습니다. 비판은 둘째 문제고 일단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정확히 이해를 하는 게 독자의 의무이기 때문이죠. 여튼 저 "신통치"의 궁극적 효과에 대해 책에서는 생산력의 해방, 공공 서비스의 유효성, 업계 관리 감독의 포용성 등 세 가지를 듭니다. 어찌보면 상호 모순으로도 보이지만 이 비전에 대해 그간 몹시도 치열한 고민을 해 온 바이두 측의 노력은 절절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요소 비상사태 관리, 요소 분배 체제 메커니즘이라는 말 역시 약간 낯설게 들립니다. 저는 처음에 요소수(尿素水. 디젤차 필수 액세서리) 문제인가 착각했으나 그 요소가 아니라 경제학에서 생산 요소(要素)라고 할 때의 그 요소였습니다. p129의 "지적 자본 필수 아키텍처 및 플롯" 역시 이 기업의 비전이 얼마나 원대하고 치밀하지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체제의 특성상 국가의 지도와 감독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일개 사기업(아무리 중국 1등 포털이라고 하지만)이 이 정도이니...

 

한때 SK그룹은 일처리의 꼼꼼한 마무리를 3대 사시(社是)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 책 p145에는 "능력의 제품화는 85%주의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제품과 고객 사이의 관계 형성이 가능한 건 나머지 15%에 달렸다는 설명이 뒤에 따라 나옵니다. 이를 위해 바이두는 개방형 오픈소스 협력, 양성 생태 구축 등을 목표로 내세웁니다. 우리 나라 대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상생적 생태계 구축에 노력할까요?(위의 양성 생태 구축이, 한국식으로는 윈윈 생태계 지향으로 읽힙니다) 또 네O버는 얼마나 포용적인 플랫폼을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오픈시키고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듭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정도로 놀라운 비전을 만들어 나갑니다. 얼마나 실천에 옮겨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하면 워낙 한국이 독보적인 전열과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 시장을 석권한다고들 여겼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런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바이두의 비전 안에는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목표가 포함되었으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야 한다(p165)는 게 루위안 그룹 부사장의 말입니다. 특히 엔터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사업 분야이며 공감과 가치 공유, 인간 우선의 이념이 구현되지 않으면 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네 엔터 거인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요? 물론 3대 메이저들도 포털과의 협업에 근래 골몰하기는 합니다만. 

 

"윤리가 이끌고 기술에 체온을 더하는 바이두(p185)" 혹시 패들패들(p218)이 뭔지 아시나요? 스마트 시대 바이두의 AI 운영체제를 가리킵니다. CTO인 왕하이펑은 과연 최고 의사 결정권자 답게, 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기업인 답게, 천 팔백 년 전 활동했던 성리학의 완성자 주희를 소환하여 그 비전의 볼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스마트홈은 중국인들의 가정 생활을 훨씬 윤택하게 만들면서도 기술에 인간성 자체가 매몰되지 않게 돕습니다. p300에는 춘추전국시대의 말 감별사 백락도 인용되는데 이런 걸 보면 풍부한 고전 문화를 보유한 중국이라는 나라의 인문 토양이 너무도 부럽죠. 

 

중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광대하다 보니 각 성(省) 내부를 동질화하고, 성과 성 사이를 일체화하는 작업과 지향점이 어느 사업 어느 단계에서나 중요시됩니다. p259에서 말하는 "지역 통합" 역시 이런 개념이긴 하나 바이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모델이 유럽 연합이라든가 아프리카, 남미 등 지역 분열과 대립으로 골머리를 앓는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 수출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잘만 되면, 미국과 서유럽이 내세우는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하나의 대안 제시라는 선전(아직까지는)에 설득력이 묵직히 실릴 듯합니다. 

 

p370에는 바이두가 야심차게 내세우는 연산칩 쿤룬이라든가, 이를 기반으로 삼은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자랑이 나옵니다. 이는 충분히 외부에 자랑할 만한 우수한 하드웨어 인프라의 구축이며, 다른 개발자나 기업들도 구글만을 유일한 플랫폼이나 생태계 조성자로 여기지 않고 이 바이두라는 대안의 품에 자진하여 안길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여기에서 더욱 정밀도와 완성도를 높인 위성 항법 시스템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것이 현행 GPS를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비전이, 바이우가 지향하는 AI 인프라에서 모두 태동 가능한 것입니다. 가뜩이나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는 판인데, 이 바이두의 AI는 사고율이 낮아지고 더 원활히 작동하는 교통 시스템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산업 인터넷에서 산업 네트워크로, (단순) 인터넷에서 스마트 인터넷으로, 고립에서 생태로" 이것이 AI를 통해 나아가려는 바이두의 미래입니다. SF에서 그리던 여러 가지의 미래상 중 가장 일찍, 가장 완성도 있게 먼저 나타난 것이 망(罔)의 발전입니다. 그만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지식을 집적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발전과 생존을 도모하려는 본능 자체가 강합니다. 고립적 기술보다는 융화와 소통을 위한 기술이 더 중요하며, 바이두가 이 점을 세계 최초로 각성하여 휴머니즘과 밀접히 결합한 미래상을 완성해 나간다면 중화 민족이 다시금 세계의 리더로 거듭날 날도 멀지 않았겠습니다. 정신 차려야 할 건 미국과 서유럽, 그리고 한국입니다. 언제까지 저들이 잠자고만 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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