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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목격자

[도서] 5인의 목격자

E. V. 애덤슨 저/신혜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즘 한국에서도 데이트 폭력이다, 혹은 가스라이팅이다 해서 여러 말들이 많습니다. 서로 사귀는 이성 간에는 부모, 친구보다도 훨씬 내밀한 사정까지 공유되는 게 보통인데, 나는 상대를 그토록 믿고 의지했건만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고 나를 이용할 생각만 품었다면 그 배신감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하물며 그 과정에 폭력까지 따른다면...

 

이런 "나쁜 남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간 그런 사이코패스들을 소재로 삼고 또 악질적인 범죄자로 묘사한 스릴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에도 처음에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대니얼, 또 주인공의 전 남친이었던 로렌스 같은 잘생긴 남자들이 등장해서 여성 독자들의 분노 그 초점을 이룹니다. 대니얼은 저처럼 대놓고 살인자이니 말할 것도 없고, 로렌스 이놈도 되어가는 꼴을 보니 분명 끝에 가서 가장 흉악한 스토커, 바람둥이, 배신자로 등장할 것만 같습니다. 

 

이런 나쁜 남자(들)는 일단 잠시 잊고, 이 소설은 두 명의 여성이 번갈아가며 1인칭 화자로 등장합니다. 벡스와 젠이 그들인데, 우리 독자들에게 비치기로는 벡스가 더 성숙하고 감정이 안정적이며 모르긴 해도 더 넉넉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 같습니다. 물론 그런 말은 없지만 다른 한 명의 화자인 젠이 너무도 불안정하고 상처가 많은 데가 자기 일도 제대로 처리 못하는 타입이라서 독자는 그런 인상을 받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혹시 벡스와 젠이 단순한 친구를 넘어 더 내밀한 사이인가 생각도 들었고, 젠이 벡스의 좁은 집을 떠나 부유한 은퇴 저널리스트 페넬로페와 함께 산다고 했을 때 벡스가 뭔지 모르게 불편해하는 걸 보고 더 그런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이 정도는 리뷰에서 밝혀도 될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전혀 아닙니다. 소설 맨앞에 제이미와 알렉스라는 커플도 나오기 때문에(이들은 끔찍한 살인 현장의 목격자이기도 합니다) 더욱 그런 착각으로 기울었는데 작가가 교묘하게 이런 장치를 만든 듯도 합니다. 

 

제이미는, 그런 이들에 대해 쏟아지는 사회적 편견과는 아주 달리, 살인의 그 끔찍한 현장에서 비극을 막으려고 매우 영웅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제가 다소 이상하게 본 건 알렉스의 반응이었는데, 애인의 그런 행동에 대해 다소 서운해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마치 그럴 열정과 과감함을 자신에게 더 쏟아 주었으면 어땠을까 여기는 것처럼.... 이 반응은 소설 초반에 잠시 나오고 마는 정도인데, 이후 p348에서 사실임이 결국 드러나긴 하더군요. 물론 이 점이 미스테리의 진상이라든가 결말과 큰 관계는 없습니다(관계가 있으면 리뷰에 이렇게 쓸 수가 없죠). 

 

이 소설은 아무래도 진상을 끝까지 숨겨야 하다 보니 이런저런 다른 주변 인물들에게 비중을 골고루 주는 편입니다. 독자도 장르의 관습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보니 읽으면서 아 이 사람은 절대 범인이 아니겠지, 따라서 지금 이 대목에서 이런 대사를 하거나 이런 반응을 드러내는 건 다 페이크겠지 일일이 정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결말에서 보이는 행동은 진짜 반전이었습니다. 이런 멋진 포인트가 있으니 혹 중후반부에 범인이 누군지 드러나더라도 끝까지, 진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사실 범인이 누군지를 알아내는 게 독서의 포인트가 아니며 특히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그렇습니다. 사실 서두부터 자꾸 시선을 OOO에게 돌리려고 애 쓸 때부터 아 얘는 범인이 (오히려) 아니겠구나 누구나 눈치를 챌 수가 있습니다. 그럼 남은 사람이 ㅎㅎ 사실 몇 안 됩니다. 

 

살면서 상처를 많이 받고 큰 사람은, 주변의 누구한테 자꾸 의지하려고 듭니다. 그럼 그런 사정을 다 받아 주고 친하게 지내 주면 또 이런 사람은 의외의 까탈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마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라도 주장하는 양 또 이상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사실 이런 유형하고는 안 엮이는 게 나은데... 소설에서 젠은 우리 독자들에게 많은 짜증을 안깁니다. 그녀가 매체에 연재하는 칼럼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일종의 관종짓입니다. 그래서 사려 깊은 OOO은 p196 같은 곳에서 "고백적 칼럼니스트"라는 표현에 회의를 드러내며 젠에게 정직한 충고를 합니다. 그러나 젠 같은 미숙한 인격의 소유자가 그런 충고를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p139에서 OOO는 젠에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젤 쓰레기"라며 극단적인 말을 합니다. 물론 독자가 당황해하겠으므로 OOO는 아 이 단계에서 (정상이 아닌) 젠에게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합리화를 합니다. 본심은 그게 아니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p63에서 OOO는 젠의 행동이 자신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나가자 크루아상 상자를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는 등 정상이 아닌 행동을 이미 이 단계에서 합니다. 그러니 독자가 눈치가 빠르다면 이 사태의 진상 그 큰 줄기를 벌써 감 잡을 것입니다. 

 

범인이 벌써 이렇게 이른 단계에 드러나 버린다면 읽는 재미가 없지 않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진상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추리하는 재미가 여전히 남았고, 또 소설 맨처음을 장식한 살인 사건 역시 그 실체 전부가 안 드러났기 때문에 독자는 진짜 숙제를 아직 처리해야 합니다. 사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기존 장르물과 스스로를 차별화합니다. 

 

젠은 소설 전반부에서 독자를 참 짜증나게 합니다. 이 사람 하나만 행동을 똑바로 하면 많은 주변 사람들이 편해질 텐데... 하지만 소설이 결말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젠은 우리 독자들과 많은 아픔, 단점, 그녀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었음이 드러나는 여러 과거를 오히려 공유하는 듯 보입니다. 진짜 악당이 실체를 드러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찌질이의 최고봉 같았던 젠을 서서히 우리 친구로 만들어가는 것도 작가의 능력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아마 이 결말을 예상한 독자는 제가 장담하건대 지구상에 없지 싶습니다. 다 읽고 나서 한 방 맞은 느낌이니, 제발 범인의 정체를 알았다고 소설 읽기를 도중에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 쉽게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에는, 대개 진짜 문제가 더 숨어 있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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