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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도서] 2030 반도체 지정학

오타 야스히코 저/강유종,임재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급격히 나빠져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강력한 무역 제재를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던 사람이라서 보호무역 기조가 새삼스러울 건 없었는데, 선거 운동 기간에는 중국의 구단선(九段線)이나 인공섬 등에 대해 체념적, 소극적 코멘트를 하기도 한 터라 친중 미디어에서는 그가 집권하면 애초에 셰일오일도 개발되었던 터라 아예 이참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리라는 희망적 기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고립주의는커녕 트럼프 정부는 유례없을 만큼 강경한 반중 정책을 폈는데, 정권 교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자 바이든 역시 이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도양단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절연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이 새로이 구축되면 한국(혹은 어떤 다른 나라라도)은 그 체인에 가담하여 새로운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일본인인 저자는 회의적입니다. 파운드리의 세계적 거인인 TSMC가 중국과 손을 끊고 본격적으로 미국 중심의 권역에 포함된다... 글쎄 그렇게 되기만 하면 좋겠지만 현재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은 그닥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타국 기업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데, 이는 TSMC뿐 아니라 한국의 삼전,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두어 달 전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그리 큰 논란이 일었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보다는 더 큰 갈등을 겪을 만한 곳이 대만(크게 보아 같은 중화권인)의 TSMC입니다. p125 이하에 모리스 창의 참으로 흥미진진한 사연이 나오는데 개인으로 보면 공산당에 원한을 가질 만하지만 미국의 무리한 요구가 거듭되면 같은 민족에 대해 저들이 언제까지 등을 돌릴지 의문이죠. TSMC야 중국계이니 그렇다 쳐도, 아무 관계도 없고 오히려 갈등 관계인 한국 기업들에 대해 왜 미국이 치사하게 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21세기 초 중국은 여러 외국(한국 포함) 기업을 유치하며 저렴한 인건비, 토지 사용료 등을 내세우며 유혹했었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그런 기업들이 내부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등을 탈탈 털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귀국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다시피했던 그런 약탈적 조치에 대해 많이들 비난했었는데, 이제 미국이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를 풀겠다는 듯 중국보다 더한 날강도 심뽀로 대만이나 우리한테 무리한 요구를 합니다. 작은 나라는 이래서 서럽다는 것이며, 우리도 무작정 미국만을 추종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할 건 요구하고, 행여 부당하게 국익이나 기업의 권리를 희생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대만이 확실히 우리보다 앞서간다 싶은 건 p117에 나오듯 도쿄대 같은 곳과 3년 전부터 협약을 맺고 R&D에 집중 투자를 해 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은 17년 전 이 기사( https://m.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0501281749421 ) 에서 보듯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더 야심차게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제자리걸음 내지 퇴보한 모양새입니다. 괜히 잘하지도 못하는 바이오시밀러니 뭐니에 역량을 분산하다가 이지경까지 왔고, 엉터리 교육 때문에 그나마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여태 의존할 수 있던 인재 풀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청년들 중 어설픈 정치병자나 사기꾼들은 사방에 득실거리는데 한우물만 파는 착실한 엔지니어는 이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반도체 굴기를 야심차게 외치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를 했건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과연 짝퉁 상품 대량 제조 판매와 최첨단 기술 개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에 있었음을 요즘 절감하는 중국이겠지만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저들의 반도체굴기가 만약 성공했더라면 TSMC나 삼성이 미국 편에 붙건 말건 중국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을 터입니다. 물론 미국으로부터의 어떤 요청 따위도 없었겠고, 중국을 서플라이 체인에서 축출해 봐야 오히려 미국만 손해였겠죠. 중국의 굴기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며, 이 책 p167에는 특히 국제 친중 그룹 핵심에 싱가포르가 놓여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실 싱가폴은 북한과도 매우 친하며, 아마도 특권 귀족 계급의 세습 풍조에서 서로 통하는 바가 많지 싶습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부활 노력을 다룹니다. 원래 이병철씨가 1970년대 일본의 상황을 보고 자기 기업이 반도체에 올인해야 미래가 있겠다고 놀라운 통찰력을 발휘했고, 그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지독하다 싶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오늘의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의 한국은 오로지 반도체로만 먹고사는 처지면서 이제 사방팔방에서 협공을 당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현실을 바로 보고 의식 속에서 환상을 걷어내어 냉철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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