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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도서] 슬라보예 지젝

김현강 저/안스가 로렌츠 그림/신성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탈냉전 시대, 마르크시즘을 위시한 그 모든 진보 이념 추수 진영에 대해 하나의 대안 체계를 제시한 개척자로 각광받았고 두루 종합자 노릇도 겸했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많은 지지자를 거느린, 가히 좌파의 락 스타라 불릴 만한 철학자(물론 일부로부터 미움도 받습니다만)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입문서입니다. 불과 86쪽 분량이지만 작은 폰트의 텍스트가 지면을 꽉꽉 채우며, 한 글자 한 문장마다 심오한 의미가 들어 있고, 매혹적인 그래픽과 일러스트가 함께하여 정녕 고등학생 정도의 이해력만 갖춰도 쉽게 읽어가며 지젝 사상의 핵심만 쏙쏙 머리에 넣을 수 있습니다.  

진보 사상에 대한 거악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게 파시즘과 나치즘이었고 히틀러가 패망한 후에도 그가 악랄하게 유럽인들을 혐오라는 깃발 하에 하나로 뭉치게 든 수단이었던 반유대주의였습니다. 지젝은 오늘날 유럽에서 뜻밖에 다시 반유대주의가 세력을 얻어가는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합니다. 지젝은 이 시대착오적인 안티세미티즘이 포퓰리즘과 결합하여 더욱 위험한 양상을 띠며 근로대중을 오도, 분열시켜 마침내 파멸에 이르게 한다고 경고합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결국 시대의 발전을 따르지 못하고 실패한 담론으로 판명난 유물에 지나지 않을까요? 지젝은 이에 대해 한 단계 더 올라선 지평에서 시원한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론(이데올로기)이 있고 이것의 결과물인, 라캉적 의미에서의 상징계가 있습니다. 상징화의 자장에서 벗어난 부분이 바로 실재계이며 이는 타자의 영역으로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젝의 결론입니다. 물론 노동자와 지식인은 이데올로기와 현실의 갭을 최소화하는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불확실하고 불가능한 것이 언제나 당위의 조화를 교란할 수 있다는 인식의 겸손함을 유지해야 하죠.

개인적으로 지젝 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주체로의 귀환"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클함을 가장한 퇴폐 퇴행의 자포자기 넋두리에 지나지 않은데, 지젝은 당시 그 불리한 정세 속에서 용감하게 포스트모더니즘을 공격했고 그러면서도 데카르트적 반동회귀는 단호히 거부하며 "코기토의 잊힌 뒷면, 즉 광기와 부정성(p50)"을 강조하는 영민함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 논의는 정말 탁월하며,  장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서 코기토 논급 파트 같은 건 지젝의 유장함과 논리성 앞에서 완전히 빛을 잃어버린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뒤셀도르프 대학 김현강 교수님이 독일어로 저술했고 본인이 직접 한국어로 이렇게 번역에까지 참여했습니다(다른 공동 번역인은 신성엽 연대 교수). 앞서도 말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안스가 로렌츠의 묵직한 선으로 표현된, 각 텍스트에 적합한 일러스트들 덕분에 더 명쾌하고 더 직관적인 독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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