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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

[도서]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

몰리에르 저/김보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학교에서 프랑스 고전 희곡 3대가를 배울 때 라신, 코르네유와 함께 이름을 알아야 했던 극작가가 바로 이 몰리에르였습니다. 다분히 사회풍자적, 인습타파적 주제를 내세운 이 명작은 일단 현대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가 있으며, tartuffe라는 단어 자체가 "위선자"라는 의미를 선명히 갖게 된 것도 이 작품 덕분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개성을 지녔기에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비록 연극이 아닌 지면상의 독해를 통해서일망정 몰입할 수 있습니다.

위선자는 대체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기독교의 신약을 읽어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당대의 율법학자, 바리새파를 "회칠한 무덤"에 비유하며 신랄히 비판하는 대목이 많은데 그 비판의 핵심이 "위선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선행의 핵심인데 위선자들은 정반대로 가장 남들에게 잘 드러나보이는 방식으로만 (가짜) 선행을 베풉니다. 이러니 이것은 이미 선행이 못 되며, 오로지 자신의 악덕과 무능을 위장하여 불측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타르튀프가 어떤 방법으로 위선을 떨었는지 구체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지는 않으나 주인 나리인 무슈 오르공, 그 모친인 노마님 페르넬 등이 식객 비슷하게 모시고 쥐여준 재물을 아마도 아낌없이(또 보란 듯이) 빈자들에게 나눠 준 듯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아마도 부유층으로부터 호감을 살 만큼 적당한 미남자인 듯하며(p55 하단 시녀 도린의 대사 중에서라든가) 화술도 대단히 세련되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죠. 엘미르는 무슈 아르공의 후처인 듯하며 따라서 남편과는 나이 차가 제법 나리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의붓딸 마리안과도 세대가 비슷하겠으며 따라서 저 끔찍한 타르튀프가 두 여인을 동시에 노리는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겠습니다.

극은 두 번에 걸쳐 놀라움을 주는데 한 번은 무슈 아르공이 갑자기 타르튀프를 사윗감으로 결정하는 2막의 초반입니다. 노부인이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처럼 보였던 사기꾼)에게 존경심을 품는 건 또 그러려니 했었으나, 느닷 등장한 아르공마저 아예 딸을 "비렁뱅이"라 불릴 만한 무일푼 식객에게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극에서 가장 현명하고(따라서 노마님과 주인의 어리석음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본) 아마도 대사의 분량도 가장 많을 시녀 도린조차도 "주인님"이 그처럼이나 무모한 결정을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아무튼 이 속이 시커먼 사기꾼을 보자면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프롤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정 여인에 대한 정욕을 못 이겨 악마로 타락해 버리는 자칭 성직자였던.


두번째로 놀라운 건, 아직 시녀 도린의 일방적인 험담이나 고발 말고는 그 비천한 인격을 평가받을 만한 아무 근거도 나오지 않은 타르튀프가 그야말로 급작스럽게 안주인 엘미르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입니다. 시쳇말로 "고백으로 혼내준다"고도 하지만 이런 천만뜻밖의 수작이야말로 상대방에게 극한의 당혹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이 가공할 만한 사기꾼의 모든 책략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바보 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실수였습니다. 이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타르튀프는 훨씬 쉽게 그의 목적을 달성했을 터입니다. 아무튼 마치 삼국연의에서 맹달이 조비의 마음을 사로잡듯, 이 사기꾼은 노마님과 가장을 홈빡 반하게 만들어 그 시커먼 속셈, 사람의 양심과 도덕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짐승의 심보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시녀 도린은 춘향전에서의 방자와 향단 역을 마치 한 몸에 합쳐 놓은 듯한 미친 존재감과 매력을 뽐냅니다. 반면 로랑은 산초 판사처럼 재미난 사이드킥 역할이 기대되었으나 별반 하는 일이 없고, 결말에서 중앙집권국가의 기반을 다져 나가던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현명한 처사 덕택에 그 악랄한 사기꾼의 음모가 일거에 무산되는 식이라서 근세 유럽 고전기 희곡의 개연성,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쉬운 번역이라서 초심자가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게 최고 장점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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