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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역사

[도서] 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저/이순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발칸"이라는 단어에서 대뜸 떠오르는 연상은 무엇인가요? 혹시 20구경의 대형 자동 화기는 아닙니까? 그러나 GD 제조의 그 무서운 흉기와, 지중해와 흑해, 아시아와 유럽, 카프카즈와 트랜실바니아의 맞바람 그 풍상에 단련된 애상의 고장은, 표기에 동원된 철자가 서로 완전히 다르답니다. 우리에게는 아마, 중등 교육 과정에서 다룬, 1차 대전 직전의 그 황량하고 살벌한 국제 정치 상황, "유럽의 화약고" 어쩌구 하는 그 문구가 자동으로 귓전에 들리는 바 있죠? 엇, 이 점에서 둘은 다시 공통점을 맞기도 하는 하는 건가요? 미리 말씀 드렸지만, 그러나 둘은 철자가 안전히 다르답니다. 표준 영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삼아도 말이죠.


현재 우리가 펠로폰네소스 이북에서 루마니아 이남에 걸친 그 지역을 지칭할 때, "발칸"이라는 고유명사 아니면 어떤 대안을 즐겨 사용하겠습니까? 남동유럽? 소 슬라브 벨트? 우리 동아시아 기준이나 서유럽의 국외자 기준이나, "발칸"만큼 선순위로 이 경우에 떠오르는 명사는 없습니다. 특히 지난 세기에, 세계사적으로 굵직굴직한 대사건에는 반드시 이 곳이 연루되었기에, "발칸"은 그 지역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나 정치적 비중에 비해서는 과하다 할 만큼 잦은 연상 빈도를 갖습니다. 그런데,저자는 그 서문에서부터 우리에게 다소의 충격을 안기는 서술을 합니다. "'발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친숙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 지역은 그 동쪽, 그 서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히 첨예한 이해관계를 지닌 요충지였으나, 당시만 해도 이 발칸은 발칸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리지 않았다." 참 낯설고 어색합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그만큼이나 익숙한 게, 시절의 한 때에는 그만큼이나 생경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시점으로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대상을 응시할 때, 어떤 오류가 발생 가능한지를 잘 증명하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낯설기만 한게 아닙니다. 이 지역은 동일 연상을 부과함에 있어, 상당한 세월을 사이에 두고도 제법 능란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우리(발칸의 국외자로서 그 모든 이방인을 통칭합니다)는 발칸을 주시함에 있어, 어제도 오늘도 깊숙한 우려와 동정, 불안의 기운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동네 특유의 생명력"에 대해, 다소나마 감탄하는 기분도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습니다. 탁월한 관찰자요 공정한 캐스처인 마크 마조워는, "발칸의 이름이 구체성과 응집력, 존재감으로 다시 떠오르는 건, 오스만 제국의 쇠망과 함께 다시 찾은(혹은, 찾아 가는) 그들의 자존과 독립상의 추세와 그 상승 곡선의 기울기가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아니, 당연한 건가요? 단일 단어의 언중에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그 움직임의 속성이, 실제 그 언어가 표상, 대표하는 역사의 실체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이,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여져야 하는 걸까요? 오스만의 suzerain 으로 깊숙한 지저에 매몰되어 있을 때 미처 몰랐던 존재감이, 이제 그 이름 유래처럼 이면에서 지표룰 뚫고 뿜어져 나오는 저 힘찬 용암의 기운을 받아(발칸은 산맥명에서 유래한 지명입니다), 세계에 자신의 주권성을 선포하는 그 약동상을 과시하는 모습이라니요.


아직은 미숙하고, 아직은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정의 기록인 법입니다.기후와 이민족으로부터 혹심한 시련을 겪고 몽골은 세계의 패자로 거듭났습니다. 비잔티움 제국도, 오스만의 술탄도, 그들을 길들이고 복종시키느라 국력의 태반을 쏟았지만, 그들은 가고 발칸은 남아 오히려 더 맑고 붉은 피의 색감으로 지도를 아로새깁니다. 이 무서운 생명력의 고장이, 동서의 신 냉전과기독교- 무슬림의 충돌이라는 이중의 교차점에 서서, 어떻게 그 선명한 비스타를 펼치고 구현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기대할 일입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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